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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트럼프의 'OBBBA', 우리 자동차 업계엔 아름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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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트럼프의 'OBBBA', 우리 자동차 업계엔 아름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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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나연진 기자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 지난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법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 의제 실현을 위해 마련한 법률로, 이 중에는 전기차 세액공제(보조금)를 조기에 폐지하는 감세 법안이 담겨 있다.

이 광경을 본 국내 자동차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우리 업계에는 전혀 아름답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픈 법안이다. 겉보기엔 미국 내 소비자 대상의 인센티브 축소일 뿐이지만 실제로는 한국 완성차부터 배터리, 타이어, 부품사까지 전방위 파장을 미치는 정책 시그널이다.

전기차 세액공제는 단순히 '구매 보조금'이 아니다. 전기차 시장의 수요 기반을 떠받치는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북미는 현대차·기아의 최대 수출 시장이자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와 타이어업계의 수익성을 견인해온 전략 거점이다. 이 시장에서 수요가 꺾인다는 것은 판매량 감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고수익 제품 구조 자체가 흔들린다는 뜻이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기반으로 아이오닉5, EV9 등 북미 시장 맞춤 전략을 펼쳐왔다.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요건 충족에 사활을 걸어왔다. 하지만 정책이 뒤집히면 전략은 무력해진다. 정책이 길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기술도, 차도 팔릴 수 없다.
전기차가 흔들리면 2차·3차 벤더도 함께 흔들린다. 전기차 타이어는 일반 제품보다 교체 주기가 짧고 단가가 높다. 북미 수출 물량이 줄어들면 국내 타이어 3사(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넥센타이어)의 영업이익률은 가파르게 하락할 수밖에 없다. 배터리 업계 역시 LFP(리튬·인산·철)로 재편되는 북미 시장에서 'NCM(니켈·코발트·망간) 중심의 한국형 배터리'가 주도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커진다.

"모든 업계가 통상정책 변화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와 부품·타이어 업계 관계자들의 이 말처럼 이번 사안은 단순한 일시적 변동이 아닌 구조적 불안의 신호탄일 수 있다.

언제까지 정책 변수 타령만 할 것인가. 트럼프의 서명 하나에 수출 주도 산업 생태계 전체가 흔들리는 이 상황은 우리 산업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제라도 정책 변수에 출렁이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생산 경쟁력을 키워야만 한다.


나연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chel080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