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닛케이아시아는 “베선트 장관이 전날 일본에 도착해 이시바 총리와 회담할 예정이지만 이번 방일 중 관세 협상은 다루지 않을 계획”이라고 18일 보도했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20일 오사카 세계박람회에서 열리는 미국의 ‘내셔널 데이’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며 이번 방일은 취임 후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이번 기회를 활용해 미·일 간 교착상태에 빠진 관세 협상을 진전시키려 하고 있지만, 미국 측은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일본 측 협상 수석인 아카자와 료세이를 베선트 장관의 방일 일정에 동행시키는 등 물밑 조율에 나섰으나 미국은 여전히 관세 철회에 소극적이다. 앞서 아카자와는 지난달 말 워싱턴에서 열린 7차 협상에서도 베선트를 만나지 못했다.
윌리엄 추 허드슨연구소 일본 담당 부국장은 “일본이 경제안보 협력만 강조할 경우 백악관의 핵심 우선순위와 어긋날 수 있다”면서 “이제는 백악관의 의제를 정면으로 겨냥하는 방식으로 협상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데이비드 볼링 유라시아그룹 일본·아시아 무역 디렉터는 “과거에는 일본이 미국의 우선 협상국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시바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알 수 있듯 일본을 더 이상 특별한 나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일본과의 관계는 앞으로 보낸 편지에 적힌 내용 그대로 갈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편지에는 관세 적용 일정과 미국의 기본 입장이 명시돼 있다.
이번 주 일요일인 21일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 역시 미·일 협상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일본의 선거가 국내 정치적으로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협상 진전을 당분간 유보할 뜻을 내비쳤다.
선거 이후 이시바 내각은 다음 달 1일 관세 적용 시한까지 10일가량의 협상 기간이 남아있지만 자동차 관세 철회와 쌀 등 농산물 시장 개방이라는 양보안을 놓고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관측이다. 미국은 관세를 통해 얻는 막대한 세수(자동차 관세 수입만 6월 말 기준 107억 달러·약 14조8100억 원)도 협상 지연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와 달리 이번엔 관세를 먼저 부과한 뒤 협상을 시작하는 방식으로 기조를 바꿨다”면서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와의 협상에서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