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1위 인공지능(AI) 반도체 전문업체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허가에 따라 고사양 인공지능(AI) 반도체 ‘H20’의 중국 수출 재개를 최근 발표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4월 도입한 수출 제한 조치 이후 중단됐던 출하를 다시 허용한 때문이지만 위탁생산업체 TSMC의 생산 일정 지연으로 공급 차질 우려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IT 전문매체 더인포메이션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중국 고객사들에 H20 칩의 재판매를 계획하고 있으나 현재 공급 물량은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2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H20은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성능을 조정한 고사양 AI 칩으로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 제한적으로 판매돼 왔지만 4월부터는 미국의 규제로 출하가 전면 중단됐다.
앞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5일 중국 CCTV와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수출을 승인해 출하할 수 있게 됐다”며 “이제 중국 시장에 H20을 재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엔비디아는 공식 블로그에도 “H20 판매를 위한 신청서를 다시 제출했으며 미국 정부가 라이선스를 부여하기로 약속했다”고 게시했다.
다만 실제 공급은 다소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수출 제한 직후 엔비디아는 기존 고객 주문을 취소하고 대만 TSMC에 확보해 둔 생산 용량도 해지했기 때문이다. 이후 TSMC는 해당 생산라인을 다른 고객용 칩으로 전환했으며 황 CEO는 최근 베이징 미디어 행사에서 “새롭게 생산을 시작하면 약 9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H20 칩에는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3)가 주로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 수출 재개가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미국 상무부의 제재로 HBM2 이상 제품의 중국 수출이 막혀 지난 1·2분기 실적이 부진했으며 이번 H20 출하 재개로 반등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규제를 충족하는 중국 전용 GPU인 ‘RTX 프로’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황 CEO는 “RTX 프로는 디지털 트윈과 AI 개발을 위해 설계된 매우 중요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이 제품이 미국의 수출 규제를 완전히 준수하는 모델이라고 보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