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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리튬 시대 저무나…中 CATL, '나트륨 배터리'로 왕좌 교체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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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리튬 시대 저무나…中 CATL, '나트륨 배터리'로 왕좌 교체 선언

물 부족·환경오염·공급망 불안…'더러운 비밀' 품은 리튬 배터리
ESS·보급형 전기차 시장서 대안 부상…에너지 밀도 한계는 과제
중국 푸젠성에 있는 세계 1위 배터리 기업 CATL 본사 전경. CATL은 리튬에서 나트륨이온 배터리로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푸젠성에 있는 세계 1위 배터리 기업 CATL 본사 전경. CATL은 리튬에서 나트륨이온 배터리로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청정에너지 전환의 핵심인 배터리, 그러나 그 생산 과정은 '청정'과 거리가 멀다.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막대한 물을 쓰는 데다 중금속 사용과 불안정한 공급망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2025년 현재, 이러한 문제의 대안으로 소금을 원료로 하는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높은 비용 효율과 친환경성을 갖춘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상용화가 급물살을 타며 국제 배터리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싱크랜드스케이프(thinklandscape)가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오늘날 전기차부터 데이터 센터, 개인용 전자기기까지 모든 곳에 쓰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그림자는 짙다. 미국 에너지 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리튬 1톤을 생산하는 데 약 200만 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세계 2위 리튬 생산국 칠레에서는 염수 채굴 과정에서 지역 원주민 공동체의 생명수인 담수가 고갈되고 습지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음극재에 쓰는 코발트, 니켈 등 중금속 문제도 심각하다. 세계 최대 코발트 매장국인 콩고 민주 공화국에서는 아동 노동 착취, 수질 오염, 유독성 분진 배출 등 윤리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중국이 전 세계 코발트 정제 능력의 68%, 리튬 정제 능력의 72%, 리튬이온 제조 능력의 83%를 장악한 지정학적 위험은 서방 국가들에 큰 부담이다.

◇ 리튬의 한계, '소금'에서 대안을 찾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학계와 산업계는 값싸고 풍부하며 쉽게 구할 수 있는 소금, 즉 나트륨에 주목한다. 나트륨은 해수와 광물에서 풍부하게 얻을 수 있고 소재 단가가 리튬에 비해 훨씬 저렴해 대량 생산과 비용 절감에 유리하며, 코발트나 니켈 같은 희귀·유해 금속을 쓰지 않아 환경 부담도 적다. 콜레주 드 프랑스의 장 마리 타라스콩 교수는 나트륨 배터리 분야의 선구자다. 그는 "2010년 당시 리튬이온 배터리가 대세가 되면 자원 고갈 문제가 불거질 것이 분명했다"며 "지속 가능성을 위해 대안을 찾아야 했고, 그것이 나트륨으로 전환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과 화학적 움직임이 비슷해 기존 생산 라인을 일부 조정해 활용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샬메르스 공과대학교의 샨 장 연구원은 "제조 공정이 비슷해 생산 라인 시험 부담이 적다"며 "기존 생산 라인에서 약간의 조정만으로 소금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트륨 배터리가 리튬 배터리에 비해 안전성이 높고 극한의 온도에서도 성능이 더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 CATL은 에너지 밀도를 200Wh/kg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영하 40도의 극한 환경에서도 작동하는 2세대 나트륨이온 배터리 상용화를 준비하고, 프린스턴 대학교 같은 연구 기관들도 전도성과 구조 안정성을 높인 고성능 양극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 낮은 에너지 밀도가 '발목'…틈새시장부터 공략


다만, 나트륨 배터리가 리튬을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2022년 11월 1톤에 8만3000달러(약 1억1491만 원)까지 치솟았던 리튬 가격이 최근 전기차 수요가 둔화한 탓에 8400달러(약 1162만 원)까지 폭락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점이 가장 큰 장벽이다. 또한, 나트륨은 리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아 동일한 충전량을 위해 더 크고 무거운 배터리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단점 때문에 나트륨 배터리는 당분간 부피와 무게가 중요하지 않은 '틈새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 분야는 전력망 안정을 위한 고정형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이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ESS 시장에서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점유율이 현재 1%에서 2035년 15%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에너지 밀도 한계를 극복하기보다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보급형 전기차 시장에서도 성장 잠재력이 크다. 미국의 나트론 에너지는 데이터 센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 시설용 나트륨 배터리를 생산하며 최근 14억 달러(약 1조9383억 원)를 투자해 생산 능력을 40배 늘리는 새 공장을 착공했다. 인도의 릴라이언스 뉴에너지 자회사인 영국의 파라디온과 프랑스의 티아마트 역시 각각 운송·저장용, AI 데이터 센터용 배터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러한 흐름을 이끄는 국가는 단연 중국이다. 중국 기업들은 이미 나트륨이온 기술에 76억 달러(약 10조5222억 원) 이상을 투자했으며, 2024년에만 27개의 새 생산 시설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야디아, 하이나, CATL 같은 기업들은 서구 경쟁사들과 달리 이미 나트륨으로 구동하는 차량을 도로 위에 선보인다. 전기 이륜차 제조사 야디아는 선전에서 15만 명의 배달 기사와 시범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주행거리 70km의 나트륨 배터리 전동 모페드 판매를 시작했다. 충전 대신 1분 안에 배터리를 교체하는 충전소를 세워 편의성을 높였다.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은 '낵스트라'라는 새 브랜드로 대형 트럭과 자동차용 나트륨이온 배터리 대량 생산 계획을 발표했다.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 연구소의 케이트 로건 책임자는 중국의 이러한 행보가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남반구 신흥국 시장으로 확장될 잠재력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륜차와 삼륜차 사용이 남반구 신흥국에 집중됐기 때문에 이 시장은 처음부터 중국 기업의 전체 전략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훨씬 클 것"이라며 "이들 차량의 전동화는 배출가스와 화석 연료 사용 감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타라스콩 교수 역시 미래를 밝게 봤다. 그는 "앞으로 10년 안에 도시에는 더 작은 차, 더 많은 택시와 단거리 차량이 생길 것이고,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 나트륨이온 배터리 기술은 에너지 밀도 높이기, 비용 절감, 대량 생산 체계 구축에 집중하며, 리튬이온 배터리의 환경·자원 문제를 보완하는 차세대 동력원으로서 그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