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보수가 지난해 7.7% 늘어나며 4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임금 컨설팅사 파리언트 어드바이저스가 분석한 결과 S&P500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지난해 기준 중위 보수는 1900만 달러(약 260억 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 2023년 기록한 7.2%의 증가율을 웃도는 것으로 2021년 11.5% 급등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3.6% 오르는 데 그쳤다. 에릭 호프만 파리언트 어드바이저스 최고데이터책임자는 “임원 보수가 여전히 인플레이션율과 일반 직원 임금 상승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 CEO 연봉 상위권…애크손·스타벅스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인물은 전기충격기 ‘테이저’를 만드는 애크손 엔터프라이즈의 릭 스미스 CEO로 장기간 성과 달성에 따른 주식보상 덕분에 1억6450만 달러(약 2조2530억 원)를 수령했다.
뒤를 이은 브라이언 니콜 스타벅스 CEO는 9580만 달러(약 1조3120억 원)를 챙겼다. 그는 이직 과정에서 500만 달러(약 68억5000만 원)의 서명 보너스와 7500만~8000만 달러(약 1조280억~1조960억 원)의 일회성 주식 보상을 받았다. 이는 과거 치폴레 재직 시기 미지급 현금과 미확정 주식 보상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 英 CEO 보수도 사상 최대
영국 역시 대기업 CEO 보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액보수 감시단체인 하이페이센터에 따르면 런던 상위 100대 상장사 CEO의 지난해 평균 보수는 458만 파운드(약 808억 원)로 전년 대비 6.8% 늘었다. 이는 4년 연속 상승세다.
◇ 노동계 “임금 격차, 민주주의 위협”
노동계는 임금 격차 확대를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최대 노동단체인 AFL-CIO는 니콜 CEO 사례를 들어 “CEO 보수가 직원 평균임금의 수천 배에 달한다는 점은 현 경제 불평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스타벅스 공시에 따르면 니콜 CEO의 연봉은 직원 중위 보수인 파트타임 바리스타 연봉 1만5000달러(약 2050만 원)의 무려 6666배였다.
캐린 젤렌코 AFL-CIO 자본전략국장은 “미국 내 소득 불평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많은 노동자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라 앤더슨 정책연구소(IPS) 세계경제프로젝트 국장도 “CEO와 직원 보수 격차는 부의 집중을 심화시키는 핵심 요인”이라며 “초고소득층이 정치 시스템에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주주 지지는 여전히 높아
다만 주주들의 지지는 여전히 강했다. 의결권 자문사 ISS-코퍼레이트 조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S&P500 CEO 보수안에 대한 주주 찬성률은 92.4~92.6% 수준을 유지했다.
ISS-코퍼레이트의 준 프랭크 보상·지배구조 서비스 대표는 “향후 미국 경제 불확실성이 임원 보수 추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