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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LG전자, 인도에 6억 달러 투자·법인 상장…'세계 최대 시장' 공략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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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LG전자, 인도에 6억 달러 투자·법인 상장…'세계 최대 시장' 공략 승부수

2028년 650억 달러 '기회의 땅'…냉장고 보급률 35%에 그쳐 잠재력 커
현지화 28년만에 세탁기 1위…3공장 착공·IPO로 생산·자금 동시 확보
LG전자는 6억 달러 투자와 현지 법인 상장을 통해 2028년 650억 달러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인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LG전자는 6억 달러 투자와 현지 법인 상장을 통해 2028년 650억 달러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인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로이터
28년간 다져온 인도 현지화 전략을 발판 삼아 LG전자가 '기회의 땅' 선점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현지 생산 능력을 대폭 확충하고 법인 상장(IPO)을 통해 대규모 실탄을 확보, 세계 최대 가전 시장으로 부상하는 인도의 주도권을 확실히 쥐겠다는 구상이다.

1997년 인도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LG전자는 생산부터 판매까지 아우르는 현지 공급망을 구축하며 시장 강자로 자리 잡았다. 특히 잦은 정전에 대비한 제품이나 현지 수질에 맞춘 세탁기 등 철저한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닛케이 아시아는 19일(현지시각) LG전자의 이러한 성공 경험이 과감한 투자의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런 노력으로 LG전자는 지난해 세탁기 부문에서 22%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고, 냉장고와 에어컨 부문에서도 2위를 기록하는 등 시장에서 자리를 굳혔다.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세탁기, 냉장고 시장 합산 점유율은 40%를 웃돌며, 하이얼 그룹 같은 중국 기업들이 거세게 추격하는데도 '선점 효과'에 힘입어 시장 지배력을 지키고 있다.

아브헤이 싱 유로모니터 선임 분석가는 "LG전자와 삼성전자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급 가전을 대중화하는 데 앞장섰다"며 "이것이 인도, 중국 후발 주자들이 시장에 들어온 뒤에도 두 브랜드가 굳건한 인기를 지키는 비결"이라고 평가했다.
현지화 전략의 성공은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LG전자 인도법인은 2024년 3조 7900억 원(27억 3000만 달러) 매출을 올려 한 해 전보다 15% 크게 성장했다. 이 금액이 그룹 전체 매출의 4% 수준이지만, 성장세만큼은 단연 돋보인다.

LG전자 전홍주 인도법인장은 "지난 28년 인도 경험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고 요구를 알 수 있었다"며 "세계 시장에서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도 시장에 맞는 혁신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 IPO·신공장 '쌍끌이'…미래 성장 재원 확보

LG전자는 인도법인을 현지 증시에 상장해 확보한 돈을 새로운 성장 재원으로 쓸 계획이다.

애초 올해 봄으로 잡았던 IPO는 미국 관세 정책 탓에 세계 경제가 불안정해지면서 한 차례 미뤄졌다. LG전자 김창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4월 실적 발표회에서 "시장 상황을 두루 살펴 효과를 가장 크게 낼 수 있는 최적의 시기에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LG전자 인도법인은 올해 안에 상장을 목표로 하며, 조달 예상 금액은 약 1500억 루피(17억 1000만 달러)다.

LG전자는 이 돈을 생산 능력 확대에 투입한다. 지난 5월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에 세 번째 공장을 짓기 시작했으며, 앞으로 4년 동안 총 6억 달러를 투자해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같은 주력 제품의 생산량을 대폭 늘릴 예정이다.

◇ '650억 달러 시장' 선점 경쟁…삼성·다이킨도 '눈독'

LG전자가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는 까닭은 큰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인도 리서치 회사 레드서에 따르면, 올해 약 370억 달러 규모인 현지 가전 시장은 2028년 650억 달러에 이르러 4년 만에 76%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산층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 해 쓸 수 있는 돈이 1만 5000달러에서 3만 5000달러인 가구는 현재 전체의 18%에서 2040년 40%(약 1억 4823만 가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화와 기후 변화로 날씨가 더워지는 것도 가전 수요를 늘리는 까닭이다.

하지만 아직 가전 보급률이 냉장고 35%, 에어컨 10% 수준으로 낮아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거대 시장을 둘러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지난 6월 뉴델리 근처에서 인공지능(AI) 가전 전시회를 열고 고급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중심으로 기기들을 서로 연결해 다른 제품들과 차이를 만드는 전략이다. 인도 에어컨 시장 3위인 일본 다이킨 공업 역시 인도 서부에 새 공장 건설을 다시 생각하고 있다. 중국의 하이얼과 인도의 고드레지(Godrej) 같은 현지 기업들은 저가형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중산층 이상 시장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앞서 있다.

인도는 중산층 확대, 낮은 보급률, 기후 변화라는 세 가지 동력에 힘입어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가전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한국 기업의 가장 성공적인 인도 진출 사례로 꼽히고, 앞으로 인공지능 가전과 스마트홈, 친환경 고효율 제품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두 회사의 전략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