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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트닉 "비자 문제 나한테 전화했어야"...현대차 조지아 공장 475명 체포 책임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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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트닉 "비자 문제 나한테 전화했어야"...현대차 조지아 공장 475명 체포 책임 회피

한국인 300명 족쇄 채워 구금···트럼프 "불법 외국인, ICE가 제 역할"
단속 사건의 책임을 기업에 전가한다는 지적을 받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단속 사건의 책임을 기업에 전가한다는 지적을 받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사진=로이터
미국 조지아 현대차 배터리공장에서 한국인 300명을 포함해 475명을 체포한 사상 최대 규모 이민 단속 사태를 두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현대차에 책임을 돌렸다고 악시오스가 지난 11(현지시각) 보도했다.

러트닉 장관은 이날 악시오스쇼에서 "현대차는 올바른 비자를 받는 데 문제가 있으면 나에게 전화했어야 했다""올바른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지만, 잘못된 방법으로는 더는 일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예전 방식으로는 일을 할 수 없다""도널드 트럼프는 모든 사람에게 그것을 올바르게 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475명 체포, 족쇄 채워 구금시설로 이송


지난 4일 조지아주 엘라벨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을 비롯한 연방 기관들이 475명을 체포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국토안보수사대(HSI) 역사상 단일 사업장 최대 규모 단속이라고 스티븐 슈랭크 HSI 조지아 특별요원은 밝혔다.

체포자 중 300명 이상이 한국인이었다고 한국 외교부는 발표했다. 나머지는 멕시코, 과테말라, 콜롬비아, 칠레,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출신이었다.

단속 과정에서 근로자들은 족쇄에 묶인 채 조지아 교도소 버스에 실려 포크스톤 ICE 구금시설로 이송됐다. 일부 근로자들은 단속을 피해 하수 웅덩이로 도망치거나 에어덕트에 숨었다고 CNN은 전했다. 한 건설 근로자는 CNN"전쟁터 같았다""연방 요원들이 모든 사람에게 벽에 서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H-1B 비자 부족한 현실, "상무장관 전화론 해결 안 돼"


러트닉 장관의 "올바른 비자를 받으라"는 요구에 대해 악시오스는 현실 한계를 지적했다. 전문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H-1B 비자는 사용 가능한 자리보다 수십만 명 더 많은 신청자가 있어 수요가 공급을 훨씬 웃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회사가 상무부 장관에게 전화해서 규칙을 어기지 않고도 충분한 올바른 비자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완전히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는 러트닉 장관의 '전화하라'는 제안이 실질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체포된 한국인들은 관광이나 사업 목적으로 최대 90일간 체류할 수 있는 비자면제 프로그램(ESTA)으로 입국했지만 노동은 금지된 상태였거나, 육체노동이 허용되지 않는 B-1 사업비자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국토안보부는 밝혔다.

공장 건설 2-3개월 지연, 투자 위축 우려


현대차 최고경영자는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이번 단속으로 공장 건설이 최소 2-3개월 지연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인 근로자들만 보유한 전문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지아주 의원들도 우려를 표명했다. 덱스터 샤퍼 민주당 하원의원은 폭스5아틀란타에 "조지아에서 사업하려는 외국 기업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이런 급습이 정기로 일어나면 다른 나라들이 '조지아에 가지 않겠다'고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 8일부터 조현 외교부 장관을 워싱턴에 파견해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면담했다. 조 장관은 "구금된 한국인들이 신체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 재입국에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긍정적 답변을 받았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구금된 한국인 316명은 지난 11일 대한항공 전세기를 타고 귀국길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사태로 "미국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현대차 조지아 공장은 126억 달러(175600억 원) 규모로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 경제개발 사업이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 기업의 미국 투자를 환영하면서도 불법 외국인 노동력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병행하는 정책 모순을 보여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