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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美 구금사태가 보여준 대미 투자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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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美 구금사태가 보여준 대미 투자의 현주소

산업부 장용석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산업부 장용석 기자
지난 4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 구금 사태는 미국 사회에서 한국 기업들의 어려운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전자제품·배터리 등을 생산하기 위해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 미국 현지에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거나 운영 중이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을 그저 불법체류자로 취급한 것이다.

물론 출장에 적합한 비자를 받지 않고 미국에 진출해 업무를 수행한 국내 기업 관계자들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순 없다. 다만 비자도 내주지 않으면서 미국에 대한 투자와 공장 건설을 유치해온 트럼프 행정부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이 같은 어려움이 그동안 지속돼 왔음에도 한 번도 정부나 기업, 어느 곳에서도 이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한·미 관세 협상 등으로 대대적인 대미 투자를 추진 중인 국내 산업계와 정부가 긴밀한 협조나 상호 교류 측면에서 제대로 협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국내 산업계와 정부에 더 많은 투자와 기술 전수 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치는 영향이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직 한·미 협상이 진행 중으로 정부와 기업들이 협력에 나설 기회가 남아있다는 점이다. 미국 정·재계에서도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인 근로자 구금 조치가 과도했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는 만큼 이를 십분 이용할 필요가 있다.
한·미 관세 협상이 결렬되면 우리 기업이나 정부만 아쉬운 게 아니라 미국도 아쉽다. 우리가 들고 있는 패를 냉정히 따져보고 이를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