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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공군, 노후 전투기 교체 '비상'…5세대 전투기 확보 '딜레마'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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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공군, 노후 전투기 교체 '비상'…5세대 전투기 확보 '딜레마' 직면

국왕 "블랙호크 헬기 임대, '날아다니는 관'" 비난…낡은 美·러시아 항공기 퇴역 임박
한국 KF-21 vs 튀르키예 Kaan 선택 기로…비용 문제로 Kaan 공동생산 가능성 주목
말레이시아 왕립공군이 노후화된 전투기 함대 교체 문제에 직면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말레이시아 왕립공군이 노후화된 전투기 함대 교체 문제에 직면해 있다. 사진=로이터
말레이시아 왕립공군이 노후화된 전투기 함대 교체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25일(현지시각) 동남아 전문 매체 펄크럼이 보도했다.

지난 8월 21일 콴탄에서 F/A-18 호넷 전투기가 추락하면서 말레이시아가 향후 10년 내 최전선 항공기를 교체해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이 부각됐다.

현재 말레이시아 왕립공군(RMAF)은 1997년 도입된 미국산 F/A-18 호넷 7대, 2009년 도입된 러시아제 Su-30MKM 플랭커 18대, 1995년 도입된 영국제 호크 전투기 18대를 운용하고 있다. 세 기종 모두 2040년까지 퇴역할 예정이다.

추락 사고 일주일도 되지 않아 말레이시아 국왕 술탄 이브라힘 이스칸데르가 30년 된 미국산 블랙호크 헬리콥터 4대 임대 계획을 비난하며 이를 "날아다니는 관"에 비유했다. 국왕의 전례 없는 개입으로 정부는 44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취소했다. 쿠웨이트에서 중고 F/A-18 호넷 30대를 인수하려던 계획도 같은 운명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칼레드 노르딘 국방장관에 따르면 정부는 2040년까지 RMAF에 5세대 전투기를 장착할 계획이다. 하지만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미국의 F-35 라이트닝 II는 검증된 기종이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가 비난한 가자지구 침공에 대한 이스라엘 지지를 고려할 때 정치적으로도 부담스럽다.

중국은 J-20 청두와 J-35 선양 두 종류의 스텔스 전투기를 생산하지만, J-20은 판매용이 아니고 J-35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의 해양 영토 분쟁이 긴장되면서 어느 정도 배제된다.

러시아의 Su-57 펠론도 선택 사항이지만 강력하지 않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도 수호이는 항공기를 연속 생산에 투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2020년 이후 22대만 제작), 서방의 제재와 수출 통제로 문제가 더욱 악화됐다. 또한 러시아 고속 제트기는 말레이시아에서 평판이 좋지 않다.

말레이시아에 더 적합한 것은 한국과 튀르키예가 개발 중인 두 대의 5세대 전투기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KF-21 보라매는 RMAF가 2023년 주문한 FA-50 경전투기 조종 경험을 곧 쌓게 된다는 점에서 논리적 선택이 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공동 개발 파트너로 48대를 주문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는 5세대 전투기 수요를 위해 튀르키예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더 높다. 지난 10년간 터키는 세계 무기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높였으며 무슬림 다수 국가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있다. 말레이시아는 최근 터키에 드론과 군함을 주문했다.

튀르키예는 작년 처녀비행을 한 5세대 전투기 'Kaan'을 말레이시아에 제안했다. 7월 인도네시아가 2030년대 중반 인도될 48대를 계약하며 Kaan의 첫 해외 고객이 됐다. 이 항공기는 터키와 인도네시아에서 공동 생산될 예정이다.

Kaan은 F-35보다 저렴하고 Su-57보다 기술적으로 발전했으며 지정학적 조건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네시아 공군과의 상호 운용성은 양국이 생산, 훈련, 유지관리 비용을 공유할 수 있어 RMAF에 추가적인 보너스가 될 것이다.

하지만 비용이 문제다. 인도네시아의 주문은 약 100억 달러 가치로 공동 생산, 군비, 예비 부품을 고려하면 비행기당 약 2억 달러에 해당한다.

말레이시아의 국방비 지출은 정체됐다. 국방비는 GDP의 1%에 불과하다. 2024년 국방 예산은 41억 6000만 달러였으며 그 중 12억 달러만이 새로운 장비에 할당됐다. 말레이시아는 2030년까지 국방비를 1.5%로 늘릴 계획이지만, 이는 RMAF의 호넷과 플랭커 함대를 교체하는 데 필요한 36대 항공기 비용은 고사하고 새로운 전투기 계약금을 지불하기에도 충분하지 않다.

말레이시아가 이웃 국가들의 군사력을 따라잡고 중국과 영유권 주장이 겹치는 남중국해에서 신뢰할 수 있는 억지력을 제공하려면 RMAF를 위해 훨씬 더 많은 자금을 신속히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