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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군, 한국형 KSS-III 잠수함 도입 검토…핵잠 1척 가격에 재래식 5척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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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군, 한국형 KSS-III 잠수함 도입 검토…핵잠 1척 가격에 재래식 5척 확보

미국 해군, 한국형 KSS-III 잠수함 도입 검토…핵잠 1척 가격에 재래식 5척 확보
윤봉길호가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정밀검사 후 입항하고 있다. 사진= HD현대중공업이미지 확대보기
윤봉길호가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정밀검사 후 입항하고 있다. 사진= HD현대중공업
미국 해군이 중국과의 분쟁에 대비해 한국 KSS-III급 잠수함을 모델로 재래식 잠수함 전력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안 네이벌 인스티튜트는 지난 5(현지시간) 미 해군 짐 홀셀 중령이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핵추진 잠수함만으로 중국과의 충돌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수직발사대(VLS)를 장착한 재래식 순항미사일 잠수함(SSG) 함대로 전력을 보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핵잠 1척 값에 재래식 5척…비용 효율 5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최신 버지니아급 핵잠수함(SSN) 블록V의 척당 건조비는 40억 달러(56300억 원)를 넘어선 반면, 한국 KSS-III급은 척당 84500만 달러(11900억 원)에 그쳤다. 일본 타이게이급은 47300만 달러(6660억 원), 소류급은 53600만 달러(7550억 원)이다.

홀셀 중령은 "미국이 비슷한 성능의 재래식 잠수함을 이 비용으로 생산한다면 버지니아급 1척 가격으로 5척의 SSG를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버지니아급 블록V 1척이 6개 버지니아 페이로드 튜브(VPT)42발의 대함순항미사일(ASCM)을 실을 수 있지만, 각각 14발씩 ASCM을 탑재한 SSG 5척은 모두 70발을 운용할 수 있다""공격력을 여러 잠수함에 나눠 배치하면 전역 전반에 걸친 표적 타격 선택지를 늘리고, 전투 손실 때 능력 상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홀셀 중령은 미 해군이 1997UGM-84A 하푼 미사일을 퇴역시킨 뒤 수십 년간 잠수함 발사 대함미사일 능력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Mk 48 어뢰는 해군이 보유한 가장 뛰어난 중어뢰지만 근접 무기"라며 "어뢰 유효 사거리 때문에 잠수함이 표적에 충분히 가까이 접근해야 하는데, 현대 군함들이 갖춘 소나 체계가 실질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미 의회예산국이 2012년 발표한 연구에서는 원유 가격이 배럴당 223달러(2024년 기준 305달러, 43만 원)를 넘어서야만 원자력 추진이 경제성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현재 유가가 배럴당 78달러(11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재래식 잠수함이 경제성에서 압도한다는 설명이다.

KSS-III급 세계 최초 기술…VLS 6기에 탄도미사일 발사


홀셀 중령은 한국 KSS-III급의 기술 우위를 집중 조명했다. 그는 "3000톤급 KSS-III급은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장착한 공격형 잠수함 중 탄도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세계 최초 함정"이라며 "6VLS 셀을 실어 순항미사일 발사 능력을 갖춘 점이 특히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일본이 소류급 마지막 2척과 타이게이급 전 함정에 AIP 대신 첨단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것과 관련해, 그는 "일본은 잠수함에 이 기술을 적용한 첫 나라로 알려졌으며, 한국 KSS-III급도 리튬이온 배터리를 채택했다"고 소개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시끄러운 디젤엔진 작동(스노클링) 필요성을 크게 줄여 은밀성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그는 "재래식 잠수함의 작전 지속력 한계는 AIP와 첨단 배터리 기술을 접목해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다""이를 통해 정기 스노클링 빈도를 대폭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3국 공동개발 제안…"동맹 강화 기회"


보고서는 미국이 한국, 일본, 호주와 함께 재래식 잠수함을 설계·건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홀셀 중령은 "일본 타이게이급과 한국 KSS-III급은 VLSAIP 기술을 통합해 공동 설계 과정에서 활용하기에 가장 좋은 플랫폼"이라며 "호주는 재래식 잠수함 운용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으며, 이미 미국산 BYG-1 전투통제체계와 Mk 48 어뢰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한화오션과 현대중공업,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가와사키중공업은 대규모 고정밀 건조 능력을 갖췄다""오커스(AUKUS) 2축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간 첨단 능력 통합과 플랫폼 개발 공유라는 목표에 들어맞는다"고 강조했다.

홀셀 중령은 "KSS-III급에 적용된 모듈 설계 철학을 바탕으로 BYG-1 전투통제체계와 호환하도록 설계한다면 미국과 동맹국 조선소에서 함께 생산할 수 있어 과부하에 걸린 미국 잠수함 산업 기반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생산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잠수함을 함께 만드는 것은 비용 효율만이 아니라 동맹을 다지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사세보·수빅만 등 전진배치…토마호크 사거리 내 작전


재래식 잠수함의 속도와 항속거리 한계는 인도-태평양 지역 전진배치로 보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홀셀 중령은 "일본 사세보, 요코스카 말고도 해상자위대가 소류급과 타이게이급을 배치한 구레 해군기지가 세 번째 모항이 될 수 있다""괌 미 해군기지, 호주 퍼스 인근 HMAS 스털링, 필리핀과의 안보협력 확대로 재개장을 검토하는 수빅만 기지 등이 후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해상 토마호크 미사일 사거리가 900해리(1667)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 모항은 모두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PLAN) 작전 지역을 타격 범위에 둘 수 있다""핵잠수함처럼 특수 정비 시설이 필요 없어 기반시설 구축 비용도 상대적으로 낮다"고 설명했다.

홀셀 중령은 토피카함(SSN-754) 기관장을 지냈으며, 현재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에서 심해 해저 채굴이 중국의 해양 주권 주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뛰어난 대함·지상공격 순항미사일과 동맹국과 함께 건조한 소형 재래식 잠수함 함대는 앞으로 분쟁에서 강력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