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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리더십 5년, 권위 대신 유연함으로…조직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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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리더십 5년, 권위 대신 유연함으로…조직이 달라졌다

'현장 중심·창의 존중' 리더십으로 현대차그룹의 DNA 환골탈태
지난해 신년사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품질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신년사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품질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취임 5년을 맞았다. 그의 5년은 거대한 산업 변화의 파도 속에서 '조직이 어떻게 미래에 적응할 수 있는가'를 증명한 시간이었다. 기술의 진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의 변화였고, 그가 만들어낸 새로운 현대차의 핵심은 '유연함'이었다.

1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2020년 회장직에 오른 뒤 기존의 '수직적 제조 중심 기업' 구조를 '수평적 혁신 조직'으로 바꾸는 데 집중했다. 단기 실적보다 장기 혁신을, 효율보다 창의를, 통제보다 신뢰를 우선하는 리더십이었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늘 '생각의 유연성'을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의 조직 개편과 소통 방식도 그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의사결정 라인을 줄이고, 현장 중심의 실험적 조직 '이노베이션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해외법인 임원들이 국내 본사와 수평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구조도 이 시기에 자리 잡았다.

정 회장의 리더십은 '현장 중심 경영'으로도 이어졌다. 전동화 공장 착공식부터 협력사 기술 포럼까지 그가 직접 참석해 실무진의 의견을 들었다. 'CEO가 듣는 자리'가 '함께 문제를 푸는 자리'로 바뀌면서 내부 문화의 공감대가 커졌다.
그가 강조한 또 하나의 키워드는 '자율과 창의'였다. 정 회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반복해 왔다. 이 철학은 수소 사업, 로봇 개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신사업 추진의 원동력이 됐다. 조직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 수 있었던 배경엔 '실패를 허용하는 문화'가 있었다.

그 결과 현대차그룹의 혁신 포트폴리오는 급속히 확장됐다. 완성차 중심의 구조는 모빌리티 생태계로 진화했고, 자동차 기술은 로보틱스·인공지능(AI)·항공 분야와 결합했다. 정 회장 리더십이 만든 변화는 단순한 신사업 진출이 아니라 '조직 정체성의 재정립'이었다.

조직문화의 변화는 수치로도 나타났다. 그룹 내부 만족도 조사는 2019년 63점에서 올해 79점으로 올랐고, 글로벌 법인 간 협업 프로젝트 수는 2배 이상 늘었다. 인사 제도도 성과 중심에서 '과정 평가 중심'으로 바뀌며 젊은 인재들의 참여도가 높아졌다.

정 회장은 기술과 사람을 동시에 보는 리더로 꼽힌다. 그는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미래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 인도네시아에 신규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며 생산망을 다변화했고, 국내에서는 수소도시와 로봇 테스트베드를 조성했다. 그 중심에는 "기술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철학이 있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리더십을 "위기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 유연한 리더십"으로 평가한다. 정 회장은 권위 대신 대화로, 지시 대신 비전으로 조직을 움직였다. 5년 전 '자동차 제조사'였던 현대차그룹은 지금 미래 이동 생태계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정 회장의 다음 5년은 이제 기술의 고도화를 넘어 '사람 중심의 지속가능한 혁신'을 구체화하는 시기로 향할 전망이다. 그가 강조하는 미래는 단순한 산업 경쟁이 아니라 인류의 이동 자유를 설계하는 새로운 가치 창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회장 취임 후 5년간 현대자동차그룹의 친환경차 모델은 글로벌 중심에 우뚝 서며 시장 주도권을 확보했다.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정의선 회장 취임 후 5년간 현대자동차그룹의 친환경차 모델은 글로벌 중심에 우뚝 서며 시장 주도권을 확보했다. 사진=현대차그룹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