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중심·창의 존중' 리더십으로 현대차그룹의 DNA 환골탈태

1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2020년 회장직에 오른 뒤 기존의 '수직적 제조 중심 기업' 구조를 '수평적 혁신 조직'으로 바꾸는 데 집중했다. 단기 실적보다 장기 혁신을, 효율보다 창의를, 통제보다 신뢰를 우선하는 리더십이었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늘 '생각의 유연성'을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의 조직 개편과 소통 방식도 그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의사결정 라인을 줄이고, 현장 중심의 실험적 조직 '이노베이션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해외법인 임원들이 국내 본사와 수평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구조도 이 시기에 자리 잡았다.
정 회장의 리더십은 '현장 중심 경영'으로도 이어졌다. 전동화 공장 착공식부터 협력사 기술 포럼까지 그가 직접 참석해 실무진의 의견을 들었다. 'CEO가 듣는 자리'가 '함께 문제를 푸는 자리'로 바뀌면서 내부 문화의 공감대가 커졌다.
그 결과 현대차그룹의 혁신 포트폴리오는 급속히 확장됐다. 완성차 중심의 구조는 모빌리티 생태계로 진화했고, 자동차 기술은 로보틱스·인공지능(AI)·항공 분야와 결합했다. 정 회장 리더십이 만든 변화는 단순한 신사업 진출이 아니라 '조직 정체성의 재정립'이었다.
조직문화의 변화는 수치로도 나타났다. 그룹 내부 만족도 조사는 2019년 63점에서 올해 79점으로 올랐고, 글로벌 법인 간 협업 프로젝트 수는 2배 이상 늘었다. 인사 제도도 성과 중심에서 '과정 평가 중심'으로 바뀌며 젊은 인재들의 참여도가 높아졌다.
정 회장은 기술과 사람을 동시에 보는 리더로 꼽힌다. 그는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미래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 인도네시아에 신규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며 생산망을 다변화했고, 국내에서는 수소도시와 로봇 테스트베드를 조성했다. 그 중심에는 "기술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철학이 있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리더십을 "위기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 유연한 리더십"으로 평가한다. 정 회장은 권위 대신 대화로, 지시 대신 비전으로 조직을 움직였다. 5년 전 '자동차 제조사'였던 현대차그룹은 지금 미래 이동 생태계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정 회장의 다음 5년은 이제 기술의 고도화를 넘어 '사람 중심의 지속가능한 혁신'을 구체화하는 시기로 향할 전망이다. 그가 강조하는 미래는 단순한 산업 경쟁이 아니라 인류의 이동 자유를 설계하는 새로운 가치 창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