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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中 YMTC 자회사 우한 XMC, '분식 의혹'에 IPO 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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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中 YMTC 자회사 우한 XMC, '분식 의혹'에 IPO 좌초

관계사 일회성 수익 사라지자 199억 적자…재무 건전성 '흔들'
中 당국, IPO 빗장 강화...'묻지마 상장' 시대 끝나
중국 우한 XMC의 반도체 전경. 관계사와의 일회성 기술 사용료에 의존한 수익 구조와 재무 건전성 악화로 기업공개(IPO)가 난항을 겪고 있다. 중국 당국의 강화된 상장 심사 기조 속에 XMC의 IPO 좌초는 중국 반도체 굴기의 그림자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사진=XMC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우한 XMC의 반도체 전경. 관계사와의 일회성 기술 사용료에 의존한 수익 구조와 재무 건전성 악화로 기업공개(IPO)가 난항을 겪고 있다. 중국 당국의 강화된 상장 심사 기조 속에 XMC의 IPO 좌초는 중국 반도체 굴기의 그림자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사진=XMC
중국 반도체 굴기의 기수로 꼽히던 우한 신신 반도체 제조(XMC)의 기업공개(IPO)가 중대 기로에 섰다. 장밋빛 전망을 앞세워 증시 입성을 노렸지만, 심각한 실적 추락과 불투명한 재무 구조라는 민낯이 드러나며 규제 당국의 깐깐한 잣대 위에 올랐다. 여기에 IPO 빗장을 걸어 잠그는 중국 증시의 냉기류까지 더해져 상장 가도는 한 치 앞을 보기 힘든 안갯속에 빠졌다고 IT 전문매체 디지타임스가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속도전으로 시작한 상장, 돌연 장기 표류


XMC는 IPO 절차를 빠르게 추진했다. 2024년 3월 지분 구조 개편을 마치고 그해 9월 상장 신청 서류를 냈다. 그러나 규제 당국이 현장 실사에 나서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심사가 길어지며 기존 재무 보고서 기한이 끝나자 여러 차례 서류를 보완해야 했다.

XMC는 2024년 4월부터 궈타이쥔안증권 등을 주관사로 IPO 절차를 밟았다. 그해 9월 30일 상하이 증권거래소가 서류를 접수했지만, 결국 2025년 6월 재무 정보 보완을 이유로 절차는 잠정 중단됐다.

사라진 이익, 드러난 재무 구조의 민낯

2025년 9월 새로 공개된 투자설명서는 시장에 충격을 줬다. 꾸준히 흑자를 내던 XMC가 2025년 상반기에만 약 1억 위안(약 199억 원) 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2025년 1~3분기 예상 손실액은 2억 5000만~2억 8000만 위안(약 499억~559억 원)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XMC 측은 급증한 감가상각비와 연구개발 비용, 환율 변동을 실적 악화 까닭으로 꼽았다. 하지만 진짜 까닭은 다른 데 있었다. 서류를 살펴보니 2023년과 2024년 순이익의 60~70%가 관계사 'B사'에서 받은 일회성 기술 사용료였다. 이 수입이 2025년 사라지자, 회사의 핵심 파운드리 사업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러한 그룹 내부 거래는 IPO를 앞두고 실적을 부풀린 '분식회계'가 아니냐는 의혹을 낳으며 강한 의심을 받았다.

고질적인 '중자산 함정'과 원자재 충격도 문제다. XMC의 재무 취약성은 고질적인 '중자산' 사업 구조에서 비롯됐다. 노어 플래시, 혼합 신호 반도체, 3D 통합 기술 등 틈새 파운드리 시장에 힘쓰는 이 회사는 2006년 설립 뒤 막대한 설비 투자와 짧은 감가상각 주기, 변동성 큰 가동률이라는 함정에 빠져 있다.

특히 감가상각비 부담이 크다. 2025년 감가상각비는 매출의 약 32%로, 업계 평균 20%를 크게 웃돈다. 경쟁사들이 기계장비 감가상각 기간을 보통 5~7년으로 잡는 데 비해 XMC가 10년이라는 비교적 긴 기준을 쓰고 있음에도 나온 결과라 문제는 더 심각하다.

설상가상으로, 세계 원자재 시장의 대혼란도 XMC에 부담을 주고 있다. 최근 인도의 폭발적인 수요와 시장 투기, 세계 공급망 차질이 맞물려 반도체 필수 소재인 은(銀) 시장이 1980년 헌트 형제 사태 뒤 최악의 공급 위기를 맞았다. 런던 시장 재고가 바닥나고 주요 은행들이 호가를 멈추는 일까지 벌어져 은값이 폭등했다. 태양광 같은 친환경 에너지 분야 수요까지 더해져 은의 구조적인 공급 부족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이는 XMC 같은 반도체 기업에 막대한 원가 상승 압박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나쁜 수익성을 더욱 위협한다.

한편 회사가 보고한 90% 넘는 가동률 또한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있다. XMC가 쓰는 '공정 단계' 기준 측정 방식이 일반적인 '웨이퍼 생산량' 기준과 달라 착시를 일으킨다는 뜻이다. 웨이퍼 생산량 기준으로 바꾸면 2024년과 2025년 실제 가동률은 70%에도 이르지 못한다.

XMC는 노어 플래시 사업 부진을 만회하려고 310억 위안을 들여 12인치 웨이퍼 생산 라인을 늘리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이번 IPO로 조달하려는 자금은 48억 위안(약 9596억 원)뿐이라, 나머지 260억 위안(약 5조 1981억 원) 이상은 대출에 의존해야 한다. 이는 '양날의 검'이다. 새 생산 능력이 3D 통합과 패키징 분야에서 입지를 다지는 발판이 될 수도 있지만, 가동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늘어난 빚과 감가상각 부담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막대한 자본이 계속 들어가면서 모회사인 YMTC(지분율 68.19%) 의존도 또한 깊어지고 있다.

XMC의 시련은 중국 IPO 시장의 규제 강화 흐름과 관계가 깊다. 2023년 말부터 중국 증권 당국은 '국가 9대 지침' 등을 통해 상장 심사 기준을 크게 높였다. IPO의 양적 팽창보다 이익의 지속 가능성, 연구개발의 진정성, 공시 투명성 같은 질적 요소를 더 중요하게 보겠다는 것이다.

KPMG에 따르면 이런 기조 변화 탓에 2024년 중국 A주 시장 IPO 조달액은 674억 위안(약 13조 4752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82%나 줄었고, 상장 기업 수도 100개로 68% 감소했다. 특히 XMC가 상장을 노리는 STAR 마켓은 가장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는 시장으로 바뀌었다.

한때 중국 반도체 굴기의 기수로 꼽혔던 XMC는 이제 과도한 차입과 불투명한 재무 구조가 불러온 '경고 사례'가 됐다. STAR 마켓의 감독 강화 속에서, 투명하고 지속 가능한 이익을 증명하지 못하는 기업은 더는 증시에 발을 들일 수 없다는 '새로운 기준'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