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가 21일(현지시각)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빅테크들의 3분기 실적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지난주 JP모건, 골드만삭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 모건스탠리 등 대형 은행들의 실적 발표로 문을 연 3분기 실적 시즌은 초반 지역은행들과 투자은행 제프리스 실적 발표에서 불거진 기업 부실이 투자 심리를 악화시켰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가 지역은행 부실 채권에서 드러난 문제는 어쩌면 미 경제가 수면 아래에서 훨씬 더 큰 문제를 안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는 이른바 ‘바퀴벌레 효과’를 거론하면서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에 다시 무게를 실으면서 투자 심리가 일단 진정됐지만 불안은 여전히 가시지는 않고 있다.
이런 바퀴벌레 효과만 빼면 지금껏 3분기 실적 발표는 기대 이상이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 편입 기업 가운데 3분기 실적을 공개한 기업의 84%가 시장 예상을 웃도는 성적을 공개했다.
이번 주 시작하는 빅테크 실적 발표도 그런 흐름을 이어갈지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케데헌
넷플릭스는 3분기 중 대박을 터뜨렸다.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글로벌 흥행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팩트세트에 따르면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넷플릭스의 3분기 순익이 전년동기비 30% 가까이 폭증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번스타인의 로랑 윤은 ‘케데헌’이 넷플릭스의 탄탄한 실적에서 핵심 열쇠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애널리스트는 넷플릭스가 2분기에는 콘텐츠 라인업이 약했다면서 그때문에 글로벌 인게이지먼트가 일시적으로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인게이지먼트는 넷플릭스가 구독자 수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지표로 넷플릭스 가입자들의 총 시청 시간, 플랫폼 참여 정도를 나타낸다. 고객 만족도와 해지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윤은 그러나 3분기에는 ‘케데헌’을 발판 삼아 넷플릭스의 글로벌 인게이지먼트가 반등하며 회복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케데헌 덕에 넷플릭스 시청시간이 약 5억 시간 늘었다고 추산했다.
윤 애널리스트는 이 효과가 3분기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 4분기에도 추가로 4억 시간 더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전기차 아닌 미래 먹거리
테슬라는 넷플릭스 실적 발표 이튿날인 22일 장이 끝난 뒤 실적을 공개한다. 미 동부시각으로 오후 4시 30분 발표 예정이다.
2분기에는 판매가 기대를 밑돈 탓에 매출이 급감했다.
이번에는 좀 다르다. 9월 말로 미 연방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이 끝나 소비자들이 서둘러 전기차 구매에 나서면서 테슬라의 3분기 전기차 판매가 증가했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정치행보로 진보 성향의 핵심 소비자들이 등을 돌린 터라 이런 깜짝 실적에도 불구하고 매출 감소세를 돌리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팩트세트에 따르면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테슬라 3분기 매출이 전년동기비 20% 넘게 감소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웰스파고 애널리스트 콜린 랭건은 테슬라 3분기 순익이 시장 기대를 웃돌 것으로 낙관했지만 그 이후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가가 대규모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테슬라 주가에 거품이 지나치게 많이 끼었다면서 완전자율주행(FSD)는 미 규제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고, 로봇은 터치와 민첩성 같은 중요한 능력이 뒤처져 있어 진정한 상용화에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랭건은 매도 추천의견과 목표주가 120달러를 제시하고 있다.
반면 웨드부시 증권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테슬라가 전기차 업체가 아니라 기술 업체라면서 낙관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앞서 테슬라의 3분기 출하량이 시장 예상을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고, 이런 전망은 적중했다.
테슬라 매수를 추천하고 목표주가를 지난달 500달러에서 600달러로 상향 조정한 아이브스는 내년 말 테슬라 시가총액이 3조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는 테슬라가 가격 인하로 마진 압박을 받고 있지만 이는 길게 봤을 때 일시적인 속도 방지턱에 불과하다면서 테슬라가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을 발판으로 장기적인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기 나선 인텔
트럼프 행정부가 지분 9.9%를 확보하기로 합의해 최대 주주로 등극하게 된 반도체 업체 인텔은 23일 장 마감 뒤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경영진과 애널리스트들의 실적 전화회의는 오후 5시로 예정돼 있다.
인텔은 올해 전체로는 주가가 84% 폭등했고, 미 정부가 지분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8월 22일 이후에만 60% 넘게 급등했다.
미 행정부는 반도체과학법(칩스법) 보조금 가운데 미지급분을 주식으로 전환해 투자하기로 했고, 엔비디아는 50억 달러를 투자하는 대신 지분을 약 4% 확보하기로 했다.
일본 소프트뱅크도 20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약 2%를 확보하게 된다.
내리막 길을 걷던 인텔이 주요 투자자들의 투자를 발판 삼아 반도체 제조 역량을 강화하고, 파운드리 사업도 부활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인텔 주가 급등으로 이어졌다.
이런 점에서 인텔의 3분기 실적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시장은 대신 전화회의에서 경영진이 어떤 미래 계획을 내놓을지에 관심을 집중할 전망이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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