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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中 AMIES, 'ASML 봉쇄망' 정면 돌파…독자 리소그래피 장비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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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中 AMIES, 'ASML 봉쇄망' 정면 돌파…독자 리소그래피 장비 공개

SMEE서 분사해 상용화 속도…첨단 패키징 리소그래피 중국 내 90% 장악
ASML, 3분기 중국 매출 42%…美 통제로 2026년 '수요 절벽' 직면
AMIES는 상하이 마이크로 전자장비(SMEE)에서 분사한 기업으로,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속에서 ASML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독자적인 리소그래피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장비는 특히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 중국 내 시장 점유율 90%를 기록하며 높은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AMIES는 상하이 마이크로 전자장비(SMEE)에서 분사한 기업으로,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속에서 ASML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독자적인 리소그래피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장비는 특히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 중국 내 시장 점유율 90%를 기록하며 높은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맞서 자급자족이 절실해진 중국이 네덜란드 ASML에 대한 의존도 탈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반도체 굴기'의 최전선에 상하이 마이크로 전자장비(SMEE)의 자회사 'AMIES 테크놀로지(AMIES)'가 핵심 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AMIES는 최근 ASML의 독점적 지위를 겨냥한 새로운 리소그래피, 레이저 어닐링, 검사와 웨이퍼 본딩 시스템 등 핵심 장비 제품군을 공개했다.

21일(현지시각)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와 차이나스타마켓(Chinastarmarket.cn) 등 외신에 따르면, 첨단 리소그래피 공정은 여전히 중국 반도체 산업의 핵심 병목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 주도의 수출 통제 장벽으로 ASML의 최첨단 심자외선(DUV)은 물론 극자외선(EUV) 장비 도입이 원천 봉쇄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표 장비 기업인 SMEE가 패키징용 후공정 노광 장비 분야에서 일부 성과를 냈으나, 핵심인 전공정(웨이퍼 제조) 기술에서는 서구권에 비해 수년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AMIES가 상업화에 초점을 맞춰 출범했다.

2025년 2월 설립된 AMIES는 연구 중심의 SMEE와 달리 상용화 가속을 목표로 분사했다. 모회사가 전공정 R&D에 집중하는 반면, AMIES는 IC, 첨단 패키징, 반도체, 평판 디스플레이(FPD) 등 4개 주요 제품 라인을 운영한다. 기술 범위 역시 리소그래피, 레이저 열처리(어닐링), 웨이퍼 본딩, 계측(메트롤로지)을 모두 아우르며, 반도체 후공정뿐 아니라 AI 칩과 화합물 반도체용 장비로 확장하고 있다. 최근 열린 'SEMiBAY 2025'에서 AMIES는 화합물 반도체 리소그래피, 레이저 어닐링 시스템부터 웨이퍼 레벨 계측, 첨단 패키징 노광 장비, 본딩 솔루션에 이르는 통합형 장비 제품군을 선보였다.

AMIES는 주요 국영 및 기관 투자자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임직원 지분 플랫폼이 약 24%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으며, 상하이 정보투자회사, 푸둥 과기혁신그룹, 장장 하오청 VC, 중신골드스톤 인베스트먼트, HTI 그룹 등 약 30개에 이르는 국유 및 기관 펀드가 투자자로 참여했다. 전체 직원 600명의 평균 연령은 33세이며, 이 중 65%가 석·박사급으로 구성된 젊고 숙련된 R&D 인력이 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다.

'첨단 패키징' 90% 장악…500번째 장비 출하


AMIES의 성과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이스트 머니(East Money) 보도에 따르면, AMIES는 지난 2025년 8월 500번째 스텝퍼 리소그래피 시스템을 출하하며 중국 자체 리소그래피 산업의 중대한 이정표를 세웠다. 정부 관계자, 투자자, 학계 파트너들이 대거 참석한 출하 기념식은 중국 내 반도체 장비 제조 생태계에서 AMIES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줬다. 500번째 장비는 오랜 파트너사인 SJ 세미컨덕터에 인도됐으며, 양사는 차세대 패키징 장비 공동개발도 추진 중이다.

AMIES는 첨단 패키징 리소그래피 분야에서 전 세계 35%, 중국 국내 90% 이상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주력 시스템은 고해상도, 대면적 노광 필드, 정밀한 정렬 기술이 강점이며, 특히 휜(warpage) 웨이퍼나 두꺼운 포토레지스트 기판에서도 안정된 성능을 유지해 플립칩, 팬인/팬아웃 WLP/PLP, 2.5D/3D 통합 공정을 효과적으로 지원한다.

'SEMiBAY 2025' 현장에서 AMIES는 화웨이의 파트너사로 중국 산맥 이름을 딴 16종의 국산 장비를 대대적으로 전시한 SiCarrier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CLS 보도에 따르면 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의 중국 주요 테스트·패키징(OSAT) 업체가 이미 AMIES 시스템을 적용 중"이라며 실제 영향력은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AI 칩과 고속 통신장치용 고성능 기기를 겨냥한 AMIES의 웨이퍼 레벨 리소그래피 시스템은 초광폭 노광 영역과 높은 오버레이 정밀도를 구현한다. 또한 휨이 큰 기판(large-warpage substrates)까지 지원해 차세대 이종 집적(heterogeneous integration) 기술을 뒷받침할 핵심 장비로 평가받는다.

ASML, 中 매출 42% '착시'…2026년 '절벽' 예고


한편, 중국의 거센 추격은 ASML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작용하고 있다. ASML은 2025년 3분기 88억 달러(약 12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 중 중국 비중이 42%에 달했다. 그러나 격화되는 무역 긴장과 미국의 추가 수출 규제 강화로 2026년까지 중국발 수요가 가파르게 감소할 것으로 직접 예측했다. 이는 국제 리소그래피 산업이 첨단 공정(EUV)과 국산화(후공정)로 양극화하며 중국과 서방 간의 '기술 디커플링'이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가운데 AMIES와 SiCarrier를 비롯해, 창춘 광학정밀기계물리연구소(CIOMP)가 공동 설립한 '창광 지즈 광학 기술', '상하이 위량셩 테크놀로지' 등이 중국 장비 국산화 노력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AMIES의 등장은 중국이 후공정 중심의 반도체 장비에서는 이미 상당한 시장 지배력을 확보했음을 시사한다.

반면, EUV급 초미세 공정에서는 ASML과의 기술 격차가 최소 5~7년 수준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이번 성과는 단기적으로 기술 자립을 상징하는 정치·전략적 의미가 크며, 중장기적으로는 AI와 칩렛 기반 이종 집적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