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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컴퓨팅, 단순 실험실 기술 넘어 국가 안보 핵심 전장으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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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컴퓨팅, 단순 실험실 기술 넘어 국가 안보 핵심 전장으로 급부상

'3~5년 내 양자 우위 도래' 임박론...기존 암호체계 무력화 위협에 전 세계 긴급 대응
美 정부 전략적 투자 가능성 제기...中, 153억 달러 지원금으로 기술 패권 경쟁 격화
AI와의 결합 통한 혁신 예고...양자 컴퓨팅이 반도체 이은 차세대 전략 자산으로 부상
양자 컴퓨팅은 실험실에서 지정학적 경쟁의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사진=구글 AI 제미나이 생성이미지 확대보기
양자 컴퓨팅은 실험실에서 지정학적 경쟁의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사진=구글 AI 제미나이 생성
양자 컴퓨팅 기술이 실험실의 영역을 벗어나 미국과 중국 간의 치열한 지정학적 경쟁의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며 국가 안보의 핵심 전장으로 떠올랐다.

향후 5년 안에 '양자 우위(Quantum Supremacy)'라는 획기적인 기술 전환점이 예상됨에 따라, 모든 디지털 암호화 시스템을 즉시 해독할 수 있는 잠재력이 전 세계 정부와 금융 기관에 전례 없는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양자 우위' 임박론, 안보 위협으로 직결


26일(현지시각) 투자 플랫폼 푸투에 따르면 최근 미국 상장 양자 컴퓨팅 기업들(아이온큐, 디웨이브 퀀텀, 리게티 컴퓨팅) 등에 대한 미 정부의 전략적 투자 가능성이 보도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비록 백악관이 공식 논의 사실을 부인했음에도, 이 소식은 기술주에 대한 낙관론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업계에서는 아이온큐가 99.99% 게이트 충실도(fidelity)를 달성하는 등 기술적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양자 컴퓨팅이 기존 컴퓨터를 능가하는 '양자 우위' 시점이 3~5년 내에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한계점의 근접은 양자 컴퓨팅을 단순한 학문적 주제에서 국가 안보의 시급한 문제로 격상시켰다.

양자 컴퓨팅의 가장 핵심적인 안보 위협은 기존 암호화 시스템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능력에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국가에 대한 공격이 정부, 은행, 의료 기관의 민감한 통신을 침해하는 '양자 공격'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정부들은 양자 컴퓨터에 대비하는 포스트 양자 암호(post-quantum cryptography) 도입을 가속화하고, 양자 기술을 국가 핵심 인프라로 고려하게 되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심화...막대한 정부 지원금 격차


양자 기술 투자에 대한 긴박감은 지정학적 요인에 의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양자 기술에 153억 달러 이상의 정부 지원금을 발표했는데, 이는 미국 정부의 32억 달러를 훨씬 웃도는 수치이다. 양자 컴퓨팅은 반도체에 이어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또 다른 핵심 축이 되었다. 중국이 정부 지원금에서 앞서고 있는 반면, 미국은 민간 부문 개발 및 양자 관련 특허 수에서 여전히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연구소는 인공지능(AI)과 양자 컴퓨팅의 결합이 새로운 차원의 기술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하며, AI가 양자 기술의 개발을 가속화하고 양자 컴퓨팅이 AI에 필요한 연산 능력을 제공하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강조했다.

기술 발전과 상업화의 불확실성 속 투자 붐


임박한 기술 혁신은 막대한 투자 붐으로 이어지고 있다. 리게티 컴퓨팅의 최고경영자(CEO) 수보드 쿨카르니는 '양자 우위' 도달 후 8년에서 10년 뒤에는 기존 컴퓨터 성능을 훨씬 뛰어넘는 내결함성 양자 컴퓨팅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리게티, 디웨이브, 퀀텀 컴퓨팅 등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지난 한 해 동안 최대 3,100%까지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기업들은 아직 상업적 규모와 실현 가능성에 도달하지 못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트래비스 프렌티스 인폼드 모멘텀 CIO는 "기술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르지만, 상업적 수익이 언제 실현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양자이니셔티브법'과 바이든 행정부의 '칩스 및 과학법'을 통해 양자 기술을 핵심 인프라로 지정하고 자금 지원을 확대해 왔다. 구글, 엔비디아, IBM, AMD 등 주요 기술 대기업들도 양자 칩 개발, 하이브리드 컴퓨팅 통합 등을 통해 이 분야에 깊이 관여하고 있으며, JP모건과 같은 금융기관들도 양자 컴퓨팅을 필수 산업으로 규정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양자 컴퓨팅이 기존 컴퓨터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데이터 센터 내에서 CPU, GPU와 함께 작동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구성하여 미지의 연산 능력을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마르코 피스토이아 IonQ 수석 부사장은 "어떤 나라도 양자 컴퓨팅 경쟁에서 뒤처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이 기술의 혁명적인 영향력을 강조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