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260억 달러 규모 중동시장 공략 본격화...한화·현대로템 차별화 전략 가동

한국 방위산업이 260억 달러(약 37조2700억 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방산시장 공략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디펜스블로그(Defence Blog)는 27일(현지 시각)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망과 현지 생산기지 확보를 추진하고 있으며, 예상 계약 규모가 260억 달러를 초과할 것"이라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이 방공·지상 시스템 수요 증가로 걸프 지역 무기 수출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서울에서 열린 한화자산운용 주최 K방산 세미나에서 업계는 중동 방산시장 기회를 공식화했다. 시장에서는 중동 지역으로의 방공무기 수출이 계속 확대되고 있으며, 탱크와 장갑차의 노후화로 교체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고 본다. 중동 지역의 방산시장 규모는 연간 40조 원에 이르며, 지정학적 불안정으로 인한 국방비 증가로 2029년까지 256조 원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주요 방산기업들은 중동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특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3일 사우디 리야드에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 총괄 법인을 설립했으며, 사우디 국가방위부와 합작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지난달 21일 압둘라 빈 반다르 사우디 국가방위부 장관을 직접 만나 K9 자주포와 레드백 장갑차 등 주력 무기를 소개하고 현지화 전략을 논의했다.

현대로템은 사막 환경에 특화된 중동형 K2 전차로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중동형 K2는 사막 위장색을 적용하고 고온의 극한 환경에서도 운용 가능하도록 개량한 모델로, 능동파괴장치(APS)를 탑재해 대전차미사일을 탐지·대응하는 현지 맞춤 사양을 갖췄다.​

LIG넥스원은 이미 중동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했다. 2022년 아랍에미리트(UAE)와 약 4조 원 규모의 천궁Ⅱ 공급계약을 시작으로 지난해 사우디와 4조6000억 원, 이라크와 3조7000억 원 규모의 수주를 따냈다. 27일에는 한화시스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이라크 천궁Ⅱ 사업의 핵심 부품 공급계약 1조4770억 원을 확정했다.​


이번 중동 진출의 핵심 차별화 요소는 현대전에 특화된 드론 대응체계다. 시장에서는 드론과 인공지능 중심의 현대 전장 동향이 한국산 무기체계에 새로운 우위를 제공하고 있다고 본다.

방산업계에서는 탱크가 정지 상태에서는 드론 표적이 되기 쉬워 빠른 회피 기동이 핵심인데, 독일 등의 무거운 주력 전차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의 진흙 지형에서 움직임이 제한되는 반면 한국 전차는 경량 장갑으로 신속한 탈출이 가능해 운용상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한국의 반드론 무기체계 경쟁력이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AI) 발달로 드론 교란이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아 격추가 필요한 상황에서 한국은 드론 생산에서는 뒤처졌지만 반드론 무기 분야에서 강력한 역량을 구축해 새로운 경쟁력 영역을 만들어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과 AI가 전장을 주도하는 '비접촉 전쟁' 패러다임이 확산되면서 기존 미국·유럽 중심의 방산 공급망에 균열이 생긴 것이 한국 업계에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 주요 방산업체들이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무기 공급에 집중하면서 중동 수출 비중이 크게 줄었다고 진단한다. 이것이 한국 방산에 기회라는 것이다. 현재 사우디와 UAE는 각각 760대의 전차, 760대의 장갑차, 163문의 자주포 등 교체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중동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 여력이 폴란드보다 높아 한국 방산업체들의 영업이익률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