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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소비 쇼크, '저가 명품' 판도라 점포 100곳 폐쇄…판매액 80%대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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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소비 쇼크, '저가 명품' 판도라 점포 100곳 폐쇄…판매액 80%대 급감

"중산층 꿈 붕괴" 신호탄, 중국 소비자 '정서 소비' 버리고 '실용·가치 소비'로 대전환
중국 중산층의 소비심리가 정서적 소비에서 실용적이고 안전한 가치 소비로 근본적인 전환을 이루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중산층의 소비심리가 정서적 소비에서 실용적이고 안전한 가치 소비로 근본적인 전환을 이루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지=GPT4o
덴마크 주얼리 브랜드 판도라(Pandora A/S)가 중국 내 점포 100곳을 추가로 닫기로 하며, 지난 10년 동안 급성장했던 중국 시장 진출의 막대한 후퇴를 알렸다. 이는 한때 '저가 명품'으로 불리며 중국 중산층의 개인적인 취향과 성공의 상징이었던 참(Charm) 팔찌의 인기가 완전히 식었음을 뜻한다. 중국 중산층의 소비심리가 정서적 소비에서 실용적이고 안전한 가치 소비로 근본적인 전환을 이루었음을 상징한다는 분석이다.

에포크 타임스가 2025년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판도라의 이번 대규모 철수는 경제 둔화와 청년 실업률 증가,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영원한 성장'이라는 환상이 사라진 중국 사회의 변화를 고스란히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참 팔찌' 몰락, 5년 만에 판매액 80%대 급감 배경


판도라의 중국 사업은 2019년을 정점으로 급격한 하락세를 걸었다. 1982년 덴마크의 금세공업자 페르 에네볼센과 그의 아내 위니가 코펜하겐에 작은 가게를 열면서 시작한 판도라는 2000년에 '하나의 참, 하나의 이야기'라는 메시지를 담은 참 팔찌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덴마크 디자인, 태국 제조, 그리고 세계 소매라는 수직 통합 비즈니스 모델은 판도라를 2010년대 초까지 세계 3대 주얼리 기업으로 끌어올렸다.

2015년 중국 시장에 진출할 당시, 판도라는 급속히 팽창하는 중국 경제와 개인의 개성을 소비로 드러내고자 한 젊고 자신감 넘치던 중산층의 열망과 맞아떨어졌다. 판도라의 참 팔찌는 '명품과 패스트 패션 사이'를 메우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세련된 제품으로 인식되었다.

최고 매출과 매장 확대: 중국 판매액은 2016년에 175% 급증했고, 2019년에는 197000만 덴마크 크로네(4430억 원)를 기록하며 최고치에 이르렀다. 당시 중국은 판도라 전 세계 매출의 약 9%를 차지했으며, 매장 수도 240곳 이상으로 늘었다.

하지만, 2020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 하락세를 가속했다. 중국 내 판매액은 201919억 덴마크 크로네(4270억 원)에서 202441600만 덴마크 크로네(930억 원)80% 이상 떨어졌으며, 20251분기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추가 하락했다. 이는 판도라가 중국 진출 이후 가장 큰 사업 축소를 결정하는 주요한 배경이 되었다. 판도라는 20258월에 당초 계획의 두 배인 100개 점포를 추가로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소비심리 대전환, '감성'에서 '가치'로 무게 중심 이동


판도라의 급격한 쇠퇴는 단순히 기업의 경영 부진 탓만은 아니며, 중국 경제의 근본적인 구조 변화와 그에 따른 소비자의 심리적 대전환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10년대 중반까지는 정서적이고 상승 지향적인 소비가 주를 이루었지만, 2020년대 중반에 들어서는 실용적이고 위험 회피적인 소비로 완전히 돌아섰다.

경제 둔화, 높아진 청년 실업률이 작용했다. 20259월 기준으로 16~24세 청년 실업률은 17.7%를 기록하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그리고 부동산 가치 하락은 '끝없는 번영'이라는 중산층의 믿음을 깨뜨렸다. 경제 지표 전문매체에 따르면, 중국의 소비자 신뢰 지수는 20212127포인트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221185.50포인트로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진 후 크게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소비자들이 주얼리를 '이야기'가 아닌 '가치와 안전자산'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한때 '고루하다'고 여겨지던 금()이 가치 보존 및 재판매 가능성 덕분에 다시 강력하게 부상했다. 주로 스털링 실버 합금과 에나멜로 만든 판도라의 참은 시간이 지나면 변색하고 중고 시장에서 가치가 거의 없어 금 제품과 경쟁할 수 없었다.

또한 판도라 제품은 변색 문제와 번거로운 관리 탓에 '저가 명품' 이미지와 실제 품질 사이의 괴리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판도라는 물리적인 매장과 전통적인 광고에 과도하게 의존했고, 20258월 기준으로 온라인 판매 비중이 20%에도 미치지 못해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와 멀어졌다.

경쟁 심화 속에서 드러난 글로벌 시장과의 소비 격차


중국 시장에서 판도라의 입지는 위아래에서 몰려오는 경쟁 탓에 더욱 좁아졌다.

티파니(Tiffany)와 불가리(Bulgari) 같은 기존의 명품 브랜드들은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컬렉션을 출시하며 판도라가 차지했던 시장을 위에서부터 압박했다.

저우타이푸(周大福), 저우상상(周生生) 같은 중국 국내 브랜드들은 금 주얼리를 세련되고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재창조해 미적 참과 투자 가치를 모두 잡으려 했다. 또한, 헤팡 주얼리와 같은 신흥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온라인 마케팅과 팝 문화 협력을 통해 젊은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다.

흥미롭게도 판도라의 전 세계 실적은 다른 양상을 보였다. 20252분기 전 세계 매출은 4.5% 증가했으며, 특히 미국 시장 매출은 8% 늘었다. 이는 안정적인 경제를 가진 사회에서는 개인의 표현이 소비의 핵심 동인으로 남는 한편, 성장 둔화와 불확실성을 겪는 지역에서는 소비자가 재정적 안정과 실용성에 집중한다는 깊은 현실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판도라의 대규모 철수는 단순히 한 기업의 사업 실패를 넘어, '중국식 중산층의 꿈'이 사라지고 '빛을 잃은 명품 시대'가 조용히 막을 내리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시장에서 평가하고 있다. 판도라뿐만 아니라 무지(MUJI), 자라(Zara), 까르푸(Carrefour) 등 중국의 중산층 소비자를 목표로 하던 여러 외국 브랜드도 어려움을 겪거나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