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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TSMC, 'AI 거품' 논란 속 '사상 최대' 10월 매출…성장률은 18개월래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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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TSMC, 'AI 거품' 논란 속 '사상 최대' 10월 매출…성장률은 18개월래 최저

시장 "AI 거품" 우려 속 빅테크는 "2026년 4000억 달러 투자"
전문가들 "실적·현금흐름 탄탄…닷컴 버블과 달라"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의 월간 매출 증가세가 1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며 눈에 띄게 둔화했다. 다만, 10월 매출액 자체는 사상 최대치로, 올해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들의 주가를 폭발적으로 견인했던 인공지능(AI) 붐의 지속 가능성을 두고 투자자들의 논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나온 결과여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같은 둔화세가 AI 붐의 종말 신호라는 해석은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1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TSMC는 10월 매출이 약 3674억7300만 대만달러(약 17조3500억 원)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10월 매출은 전월보다 11% 증가한 수치지만, 업계의 풍향계로 여기는 TSMC의 성장률로는 2024년 2월 이후 가장 느린 증가세다. AI 처리용 첨단 서버 칩의 판매 호조가 이번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한 달간의 데이터만으로 AI 수요가 냉각되고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모닝스타의 펠릭스 리 애널리스트는 "한 달의 데이터만으로는 AI 수요가 식고 있다고 말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이와 증권의 릭 슈 애널리스트는 "계절 요인이 TSMC의 매출 약세에 일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도 10월 매출 16.9% 증가는 현 분기 매출이 16% 증가할 것이라는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추정치와는 대체로 일치한다. TSMC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는 이 소식에도 개장 전 거래에서 한때 3%까지 상승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의 누적 매출은 3조 1304억 대만달러(약 147조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8%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이 AI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는 가운데, 시장 일각에서는 거품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주 아시아 기술주가 갑작스럽게 폭락하면서, 전 세계를 휩쓴 인공지능 및 반도체 주식 랠리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했다. 월스트리트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이미 시기가 지난 시장 조정 가능성을 경고해 왔으며, 마이클 버리의 사이언 애셋 매니지먼트는 엔비디아에 대한 약세 베팅(매도 포지션)을 공개한 바 있다.

"AI 거품? 닷컴 버블과 다르다"…탄탄한 실적·현금흐름


그러나 많은 전문가는 이 같은 불안감이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가 이끄는 애널리스트 팀은 보고서에서 "약세론자들은 동면하는 동굴에서 'AI 거품'을 계속 외칠 것이지만, 우리는 이 기술 자본 지출(Cap-ex) 슈퍼사이클이 앞으로 몇 년간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음을 계속 지적한다"고 밝혔다.

도이체방크의 재키 탕(신흥 시장 DPM 책임자)은 현재 AI 상황이 막대한 자본 지출과 주가 급등 면에서 '닷컴 버블'과 일부 유사점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당시 밸류에이션은 실적 지원 없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았다"며 "지난 2주간 발표된 3분기 실적을 보면 실제로는 매우 견조하다"고 차이점을 분명히 했다.

탕은 자금 조달 방식 또한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에는 기업들이 은행 대출이나 자금 조달에 의존했다면, 지금은 많은 기업이 잉여 현금 흐름(free cash flow)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몇 년간 잉여 현금 흐름 대비 자본 지출 비율을 보면 매우 안정됐으며, 이는 과거와는 매우 다른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AI 업계를 이끄는 빅테크 기업들의 막대한 지출 계획도 이 같은 낙관론을 뒷받침한다. 메타 플랫폼스, 알파벳(구글 모회사), 아마존닷컴, 마이크로소프트 4개 사는 신흥 기술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2026년에만 총 4000억 달러(약 585조 원) 이상을 AI 인프라 구축에 투입할 예정이다. 2025년 대비 21% 증가한 막대한 규모다.

AI 수요 여전…젠슨 황 "TSMC 없이 엔비디아 없다"


한편 TSMC는 4분기 매출 전망으로 322억에서 334억 달러를 제시했는데, 이는 전분기 대비 1% 감소할 수 있는 수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증가한 수준이다. TSMC는 지난달 3분기 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함에 따라 연간 매출 전망치를 다시 한번 상향 조정했다.

주요 기업들에 AI 칩을 공급하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지난 토요일 "우리 사업은 달마다 점점 더 강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황 CEO는 지난주 대만 행사에서 웨이 CEO를 만나 "TSMC는 미국 AI 칩 거대 기업(엔비디아) 성공의 열쇠"라며 "TSMC 없이는 오늘날의 엔비디아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쟁사들 또한 이 같은 낙관론에 동조하고 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지난주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세계가 AI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TSMC의 웨이저자 CEO는 지난 10월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TSMC의 생산 능력이 여전히 매우 빠듯하다"며 "수요와 공급 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