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 HBM 생산 쏠림에 '공급 절벽' 현실화
"가격 인상 이제 시작" 전망 우세…PC·일반 소비자 시장까지 충격파
"가격 인상 이제 시작" 전망 우세…PC·일반 소비자 시장까지 충격파
이미지 확대보기로이터통신은 16일(현지시각) 복수의 업계 소식통을 인용, 삼성전자가 주요 D램 제품의 가격을 이같이 인상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수년 만에 가장 가파른 인상폭이다. 보도에 따르면, 서버용으로 주로 쓰이는 32GB(기가바이트) DDR5 RDIMM(Registered DIMM) 모듈의 11월 계약 가격은 239달러(약 34만 원)에 달했다. 이는 불과 두 달 전인 9월 149달러(약 21만 원)에서 60% 가까이 폭등한 수치다.
다른 제품군의 가격 인상도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 16GB와 128GB DDR5 모듈 역시 9월 대비 약 50% 급등해 각각 135달러(약 19만 원), 1194달러(약 173만 원)에 가격이 책정됐다. 64GB와 96GB 모듈도 30% 이상 인상됐다. 반도체 유통업체 퓨전 월드와이드(Fusion Worldwide)의 토비 고너먼 사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주요 서버 제조업체와 데이터센터 구축 기업들은 이제 (메모리) 제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가격 프리미엄이 극단적인(extreme) 수준에 도달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HBM이 삼킨 DDR5 생산라인
이번 가격 폭등의 진앙은 명확하다. 인공지능(AI) 열풍이 몰고 온 '구조적 수요 변화'다. 시장은 엔비디아의 AI 가속기(GPU)에 탑재되는 HBM에만 주목했지만, 실제 AI 서버 시스템은 HBM 못지않게 고용량 DDR5 D램을 대량으로 필요로 한다. GPU가 연산을 수행하는 동안, 중앙처리장치(CPU)가 방대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공급하기 위해선 고성능 DDR5 메모리 모듈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AI 서버용 128GB 이상 고용량 DDR5 모듈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AI 시장이 성숙할수록 HBM과 고용량 DDR5 수요가 동반 급증하는 구조다.
문제는 공급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D램 3사는 폭증하는 HBM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D램 생산라인의 상당 부분을 HBM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HBM은 일반 D램보다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길다. 특히 HBM3E 같은 최신 제품은 동일한 용량의 DDR5를 생산할 때보다 약 3배의 웨이퍼(반도체 원판)가 필요하다.
결국 한정된 생산 능력(CAPA) 내에서 수익성 높은 HBM 생산 비중을 늘리자, 일반 서버용 및 PC용 DDR5의 생산이 '잠식'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수요는 AI로 인해 폭발적으로 늘어난 반면, 공급은 HBM으로의 생산 쏠림 현상으로 인해 오히려 줄어드는 '최악의 수급 불균형'이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이미 2026년 HBM 생산 물량까지 '완판(sold out)'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물량도 완판"…끝없는 가격 인상
삼성의 이번 60% 인상은 끝이 아닌 시작일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이미 시장 지표는 강력한 '매도자 우위 시장'을 가리키고 있다.
이미 2025년 3분기 D램 계약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71.8%라는 경이적인 폭등세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금(Gold) 가격 상승률을 뛰어넘는 수치로, 메모리 반도체가 단순 부품을 넘어 핵심 전략 자산이 되었음을 방증한다.
이러한 가격 급등세는 최소 2026년 중반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AI 데이터센터발 수요가 워낙 견고해, 메모리 공급사들이 향후 4년 이상의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전했다. 토비 고너먼 사장이 언급한 '패닉 바잉(공황 구매)'은 이러한 공급 부족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시장의 공포감이 반영된 결과다.
결국 AI발 수요 폭증이 HBM 생산 쏠림을 유도하고, 이는 다시 범용 DDR5의 공급 부족과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며, 최종적으로는 일반 PC 소비자와 게이머들에게까지 그 비용이 전가되는 '연쇄 충격'이 본격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금이 D램을 구매하기 최악의 시기"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한때 '치킨 게임'의 상징이었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이제는 'AI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유례없는 호황의 서막을 올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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