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애플 독식에 3·5나노 씨말랐다…"수 분기 공급난"
美·日 증설에도 역부족…"빅테크, 삼성·인텔행 리스크 감수 않을 것"
美·日 증설에도 역부족…"빅테크, 삼성·인텔행 리스크 감수 않을 것"
이미지 확대보기"현재 수요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생산 능력을 3배나 초과하고 있다."
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을 호령하는 대만 TSMC의 웨이저자(魏哲家) 최고경영자(CEO)가 공식 석상에서 털어놓은 고백이다. 인공지능(AI) 시대의 개막과 함께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슈퍼사이클(Chip Supercycle)'에 진입했지만, 정작 하드웨어 공급망은 TSMC라는 거대한 병목에 막혀 숨을 헐떡이고 있다. 웨이 CEO가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시상식에서 밝힌 이 구체적인 수치는, 현재의 공급 부족 사태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시사한다.
웨이 CEO의 발언을 종합하면, 현재 TSMC를 향한 주문 쇄도는 '쓰나미' 수준이다. 엔비디아, AMD, 인텔 등 전통적인 프로세서 강자들은 물론, 브로드컴과 마벨(Marvell) 같은 주문형 반도체(ASIC) 경쟁사들까지 예외 없이 대만으로 달려가고 있다. 이들 모두의 목표는 단 하나, 자사 칩을 찍어낼 '생산 라인(Capacity)' 확보다. 하지만 TSMC는 "생산 능력이 거대한 규모로 불충분(Insufficient)하다"며 백기를 든 상태다.
"대안은 없다"…기형적 쏠림의 역설
주목할 점은 경쟁사들의 존재감이 희미하다는 것이다. 인텔과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대안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WCCF테크 등 외신 분석에 따르면 이번 'AI 열풍(AI Hype)'에서 실제 채택되어 양산으로 이어진 사례는 TSMC 공정에 국한된다.
심지어 차세대 기술인 2나노(N2) 공정과 관련해 "전력·성능 개선 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루머가 시장에 돌고 있음에도, 애플 등 거대 고객사들의 신뢰는 요지부동이다. 기술적 우위 여부를 떠나, 수율과 양산 능력이 검증된 TSMC 이외의 대안을 찾지 않으려는 빅테크의 보수적인 성향이 공급난을 가중시키고 있는 셈이다.
공장 짓고 있지만…해소 요원한 '병목'
TSMC는 현재 대만 본토를 넘어 미국 애리조나, 일본 구마모토 등지에서 공격적인 팹(Fab) 건설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웨이 CEO는 이러한 대규모 증설에도 불구하고 부족분(Shortfall)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물량 배정(Allocation)' 문제는 공급망의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 TSMC 전체 생산량의 상당 부분은 이미 엔비디아나 애플 같은 주류 기업과의 장기 계약으로 선점된 상태다. 후발 주자나 규모가 작은 팹리스 기업들은 반도체를 받기 위해 기약 없는 대기 시간을 견뎌야 한다. 사실상 전체 AI 생태계가 TSMC의 생산 스케줄에 목을 매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의 시선은 향후 공급망의 변화 가능성에 쏠린다. 이론적으로 TSMC가 소화하지 못하는 낙수 효과는 인텔이나 삼성전자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외신은 "과연 빅테크 기업들이 TSMC가 아닌 다른 곳에 칩 주문을 맡기는 위험(Risk)을 감수하겠느냐"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결국 AI 시대를 지탱하는 반도체 인프라는 당분간 TSMC의 '공급 부족' 선언과 함께 심각한 병목 구간을 지나게 될 전망이다. "3배나 많은 주문"을 감당해야 하는 TSMC의 위태로운 독주는 수 분기 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