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美 바튼시스템스에 750억 베팅…대만해협 ‘대중국 억제’ 선봉
LIG넥스원, 英 로트론과 ‘수직이착륙 무인기’ 맞손…수출길 확장
‘지상무기’ 넘어 ‘AI·무인’으로…글로벌 기술 동맹 통해 공급망 장악
LIG넥스원, 英 로트론과 ‘수직이착륙 무인기’ 맞손…수출길 확장
‘지상무기’ 넘어 ‘AI·무인’으로…글로벌 기술 동맹 통해 공급망 장악
이미지 확대보기한화그룹은 미국 해군의 차세대 ‘유령함대’ 구축 사업에 뛰어들었고, LIG넥스원은 영국 기술기업과 손잡고 고성능 무인기 시장을 정조준했다.
로이터통신과 플라이트글로벌은 10일(현지시각) 한국의 방산 대기업들이 미국과 영국의 핵심 기술 스타트업과 잇따라 협력 계약을 맺고 글로벌 무인기 시장 공략에 나섰다고 전했다.
한화, 美 해군 ‘저비용·고효율’ 틈새 파고들다
한화그룹은 미국 방산 스타트업 '바튼시스템즈(Vatn Systems)'가 진행한 6000만 달러(약 883억 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참여하며 미 해군 무인 전력 시장에 진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한화는 이번 투자를 바탕으로 바튼시스템즈와 함께 미 해군을 위한 ‘자율 수중 드론’ 개발을 본격화한다. 바튼시스템즈가 개발 중인 드론은 대당 가격이 약 7만5000달러(약 1억1000만 원) 수준으로, 고가의 기존 잠수함 전력을 보완할 ‘가성비 무기’로 꼽힌다. 이 드론은 수중에서 무리지어 다니며 적함을 감시하거나, 필요시 직접 타격하는 ‘자폭형 어뢰’ 기능까지 갖췄다.
이번 협력은 중국의 해군력 팽창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중국 억제 전략’과 맞물려 있다. 미국 국방부는 대만해협 등에서 중국의 수적 우위에 대응하고자 수천 대의 무인 무기를 배치하는 이른바 ‘레플리케이터(Replicator)’ 구상을 추진 중이다.
마이클 쿨터 한화디펜스USA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무인 항공·수상·수중 전력이 필수”라며 “이번 파트너십은 미 해군에 최적의 해결책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는 이미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인수하며 미국 본토 생산 거점을 확보한 터라, 이번 무인기 기술 확보로 미국 내 방산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LIG넥스원, 영국 ‘심장’ 달고 하늘길 연다
이 무인기는 4개의 로터(프로펠러)로 헬리콥터처럼 수직 이착륙한 뒤, 비행 시에는 날개와 후방 프로펠러를 이용해 빠르게 날아가는 복합형 기체다. 산악 지형이 많은 한국 전장 환경에 맞춰 활주로 없이도 뜨고 내릴 수 있는 능력이 핵심이다. 여기에 로트론의 고효율 엔진을 탑재해 체공 시간과 작전 반경을 대폭 늘렸다.
윤관섭 LIG넥스원 부사장은 “로트론의 앞선 추진 기술과 LIG의 체계 통합 노하우를 합쳐 한국 군(軍) 수요는 물론 해외 수출 시장까지 동시에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부품을 수입하는 차원을 넘어, 공동 개발을 통해 영국을 포함한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플랫폼+기술’ 동맹… K-방산의 질적 진화
방산 전문가들은 이번 움직임을 두고 한국 방산이 ‘단순 제조’에서 ‘기술 동맹’ 단계로 진입했다고 분석한다.
지금까지 K-방산은 빠른 납기와 우수한 제조 능력을 앞세웠다. 그러나 미래 전장인 무인 체계 분야에서는 소프트웨어와 핵심 부품 기술력이 승패를 가른다. 한화와 LIG넥스원은 자체 개발만 고집하는 대신, 기술력을 갖춘 미국·영국 기업과 손잡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택했다.
안보 전략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저가형 무인기가 전차를 파괴하는 모습이 입증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성비 높은 무인 전력’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미국과 영국의 공급망(Supply Chain)에 깊숙이 파고든 것은 지정학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풀이했다.
‘인구 절벽’ 맞선 韓 국방… ‘AI 유무인 복합전투체계’가 게임체인저
이번 한화와 LIG넥스원의 행보는 단순한 기술 확보를 넘어, 우리 군이 당면한 ‘병력 감축’ 위기를 ‘기술’로 돌파하려는 전략적 전환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방부가 발간한 ‘2024 국방백서’와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인구 급감에 따른 병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전투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2027년까지 무인 전력을 공격적으로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육군은 현재 모든 전투 플랫폼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아미 타이거’ 체계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LIG넥스원이 영국 로트론과 개발하는 중형 무인기(MUCP)는 이 체계의 핵심인 ‘감시·정찰(ISR)’ 자산으로 기능할 예정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무인기가 기존 군단급 무인기와 달리, 연대 및 대대급 작전에서 ‘포병의 눈’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한다. 산악 지형이 70%인 한반도 환경에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이 무인기는 적의 갱도 진지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를 먼저 찾아내고, 좌표를 즉시 K9 자주포나 천무 다연장로켓에 전송한다.
해군은 유인 함정과 무인 수상·수중정을 함께 운용하는 ‘네이비 씨 고스트(해양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한화가 미 해군용으로 개발 중인 ‘군집형 자율 수중 드론’ 기술은 한국 해군이 처한 대잠수함 작전의 난제를 풀어줄 열쇠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기존 구축함이나 해상초계기만으로는 넓은 동·서해를 24시간 감시하기에 한계가 뚜렷하다. 이때 수십, 수백 대의 수중 드론이 바닷속 ‘지뢰밭’처럼 깔려 적 잠수함을 탐지하고, 유사시 자폭 공격까지 수행한다면 아군 유인 함정의 생존성은 크게 올라간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국과의 기술 협력으로 확보한 수중 자율주행 알고리즘은 향후 우리 해군의 무인잠수정(UUV) 전력화 시기를 획기적으로 앞당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산업계가 지상과 해상, 공중을 아우르는 ‘무인 전력 풀라인업(Full Line-up)’을 구축하면서, 세계 방산 시장에서 ‘K-웨폰’의 위상은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