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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퍼스키 "암표상도 AI로 무장…2026년 엔터업계, 알고리즘 전쟁터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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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퍼스키 "암표상도 AI로 무장…2026년 엔터업계, 알고리즘 전쟁터 된다"

"AI는 방어 수단이자 치명적 무기…티켓 사재기·미공개 영상 유출 비상"
VFX 하청·게임 데이터도 먹잇감…"창작 도구 아닌 '보안 리스크'로 봐야"
글로벌 보안 기업 카스퍼스키는 16일(현지 시각) 보고서를 통해 2026년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AI를 악용한 암표상 봇(Bot)과 콘텐츠 유출 공격 등 새로운 보안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보안 기업 카스퍼스키는 16일(현지 시각) 보고서를 통해 2026년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AI를 악용한 암표상 봇(Bot)과 콘텐츠 유출 공격 등 새로운 보안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지형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티켓 예매부터 영화 제작, 게임 플레이까지 AI의 침투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이를 악용한 보안 위협이 2026년 업계의 최대 뇌관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글로벌 보안 기업 카스퍼스키(Kaspersky)는 16일(현지 시각) '보안 불레틴(Security Bulletin)'을 통해 "AI는 창작과 업무 효율을 높이는 도구인 동시에, 공격자에게도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직면할 5대 위협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안나 라키나(Anna Larkina) 카스퍼스키 웹 콘텐츠 분석 전문가는 "산업 전반을 조사한 결과, 새롭게 부상하는 대부분의 리스크를 관통하는 공통분모는 바로 AI"라며 "스튜디오와 플랫폼은 AI 시스템을 단순한 창작 도구가 아닌 핵심적인 '공격 표면(Attack Surface)'으로 인식하고 이에 맞는 보안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티켓 전쟁부터 콘텐츠 유출까지…'AI 암표상'의 습격


카스퍼스키는 우선 티켓 예매 시장이 알고리즘과 암표상(Scalper) 간의 '군비 경쟁터'로 변모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티켓 판매사가 AI를 활용해 가격을 세분화하는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도입하겠지만, 암표상들 역시 AI 봇(Bot)으로 무장해 이에 맞설 것이란 분석이다. 이들은 AI를 통해 수익성 높은 공연을 실시간으로 식별하고, 대규모 봇을 투입해 티켓을 싹쓸이한 뒤 2차 시장 가격까지 조작할 가능성이 크다.

콘텐츠 유출 위협도 고조되고 있다. 미공개 에피소드나 라이브 스트리밍 소스 등 막대한 가치를 지닌 콘텐츠가 모이는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가 해커들의 주 타깃이다. AI로 역량을 강화한 해커들은 CDN 인프라의 취약점을 효율적으로 찾아내, 단 한 번의 침투로 여러 타이틀을 동시에 탈취하거나 합법적인 방송 송출망에 악성 코드를 심는 대담한 공격을 감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제작 현장도 뚫린다…VFX·게임 위협하는 '가짜 창작물'


제작 환경의 변화도 보안 구멍을 키우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 AI 플랫폼의 확산으로 시각특수효과(VFX) 작업이 소규모 벤더나 프리랜서에게 외주화되면서, 이들이 연결된 공급망이 해커들의 우회 침투 경로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보안이 철저한 대형 스튜디오 대신 상대적으로 취약한 하청 업체의 '렌더 팜(Render farm)' 등을 노려 개봉 전 영상을 빼돌리는 식이다.

게임 산업에서는 생성형 AI의 오남용이 문제로 지적됐다. 게이머들이 게임 내 AI를 '탈옥(Jailbreak·제한 해제)'시켜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콘텐츠를 생성해 유포하거나, AI 학습 데이터가 오염돼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도 상존한다.

카스퍼스키는 이러한 위협에 대비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티켓팅·제작·배급 전반의 AI 사용 현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AI 거버넌스를 전담하는 관리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과거 코로나19 당시 촬영장에 '방역 담당자'가 생겼듯, 이제는 'AI 보안 관리자'가 필수적인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