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BP "승부수 던졌다"....실적 부진 속 첫 외부·여성 CEO 전격 선임

글로벌이코노믹

BP "승부수 던졌다"....실적 부진 속 첫 외부·여성 CEO 전격 선임

6년 새 네 번째 CEO 교체…에너지 전환에서 기본으로 회귀
우드사이드 에너지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메그 오닐이 BP의 CEO로 전격 영입됐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우드사이드 에너지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메그 오닐이 BP의 CEO로 전격 영입됐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실적 부진으로 고전해 온 영국 에너지 대기업 BP가 17일(현지시각) 메그 오닐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오닐은 글로벌 메이저 석유회사 최초의 여성 경영인이자 BP 역사상 첫 외부 영입 CEO로 내년 4월 1일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CNBC와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BP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난항을 겪으면서 실적 회복에 어려움을 겪자 취임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머리 오친클로스 CEO를 전격 교체했다. BP는 최근 6년 동안 네 차례나 CEO를 교체하는 등 부침을 겪어 왔다.

이날 사임한 오친클로스에 이어 오닐의 공식 취임 이전까지는 BP의 공급·트레이딩·해운 담당 부사장인 캐럴 하울이 임시 CEO를 맡는다.
BP에 투자한 바 있는 알빈 캐피털의 스티븐 아이작스 전략 자문은 이날 CNBC에 “BP는 오랜 기간 매우 부진한 성과를 보여왔지만, 이번 인사는 회사를 정비하는 데 있어 ‘마지막 퍼즐 조각’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이작스는 “회사가 에너지 전환에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핵심 사업을 소홀히 해왔다”며 “이번 CEO 교체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확인해 주는 조치로 주가에 상당히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CEO 교체 소식에 BP 주가는 17일 거래에서 0.7% 상승 마감했다.

사임한 오친클로스는 최고재무책임자(CFO)에서 승진해 지난해 1월 BP의 CEO에 취임한 바 있다. 오친클로스는 BP를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려 했던 전임 버나드 루니에 이어 취임한 뒤 주가 부진이 이어지자, 회사의 핵심 사업인 가스 및 석유 부문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오친클로스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적절한 리더가 확인된다면 물러날 의향이 있다”고 이사회 의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1909년 설립돼 런던 증시에 상장된 BP는 2023년과 2024년 모두 연간 이익 감소를 기록하며 동종 업계 경쟁사들에 비해 부진한 성과를 보였다.

이후 BP는 친환경 공약을 철회하고, 경영진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며, 비용 절감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등 근본적인 전략 전환에 나서면서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BP 주가는 올해 들어 15% 이상 상승했고, 최근 5년 기준으로는 21% 올랐다.

전문가들은 신임 CEO로 선임된 오닐이 20년이 넘는 석유·가스 산업 경력을 바탕으로 기존 전략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앞서 미국의 에너지 대기업 엑손모빌에서만 23년을 근무하는 등 업계에서 25년 이상 경력을 쌓았다. 최근에는 화석연료에 대한 명확한 전략을 앞세워 4년간 호주 우드사이드 에너지 그룹에서 CEO를 역임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