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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103조 투입 '반도체 자립' 선언…"美, 엔비디아 H200 對中 수출 전면 금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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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103조 투입 '반도체 자립' 선언…"美, 엔비디아 H200 對中 수출 전면 금지해야"

트럼프 수출 허용에도 중국 냉담 반응…국산 칩 의무화·엔비디아 반독점 조사로 맞불
700억 달러 펀드로 GPU 육성 박차…"부분 규제는 中 기술 완성 시간만 벌어줘"
美 의회 차원 전면 금지 입법 필요…한국, 미중 사이 공급망 재편 전략 시급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가 중국의 전략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는 더는 유효하지 않으며, 미국은 엔비디아의 최신 칩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완전한 차단' 전략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가 중국의 전략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는 더는 유효하지 않으며, 미국은 엔비디아의 최신 칩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완전한 차단' 전략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가 중국의 전략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는 더는 유효하지 않으며, 미국은 엔비디아의 최신 칩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완전한 차단' 전략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이 이미 700억 달러(103조 원) 규모의 국가 자본을 투입해 독자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기로 노선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미국 외교 전문지 내셔널인터레스트(NI)19(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엔비디아 H200 칩 수출 허용 결정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H200 수출 허용에도 차가운 중국…"미국 칩은 트로이 목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고성능 AI(인공지능) 가속기인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정작 베이징의 반응은 냉담하다. NI에 따르면 중국 규제 당국은 환영 성명을 내는 대신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텐센트 등 빅테크 경영진을 긴급 소집했다.

중국 당국은 이 자리에서 기업들에 H200 수요를 파악하는 한편, 국산 칩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를 집중 점검했다. 동시에 중국은 엔비디아를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수급을 단순한 상업 문제가 아닌, 국가안보와 주권이 걸린 전략 문제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지도부는 미국산 칩에 이른바 '킬 스위치(원격 차단 장치)'나 위치 추적 기능이 숨겨져 있을 가능성을 우려한다. 킬 스위치란 긴급 상황에서 장비나 시스템을 원격으로 작동 중지시킬 수 있는 기능을 말한다. 유사시 미국이 원격으로 중국의 AI 인프라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를 겉으로는 선물처럼 보이지만 내부에 적군을 숨긴 고대 그리스 신화의 '트로이 목마'에 비유하고 있다.

NI"중국은 미국을 '어머니'가 아니라 기껏해야 언제든 젖을 끊을 수 있는 '유모'로 본다""중국은 더는 미국의 변덕에 자국 운명을 맡기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분석했다.

국산 대체는 확정된 미래…700억 달러 '실탄' 장전


중국의 반도체 자립은 구호가 아닌 구체적 정책과 자본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정부 조달 목록에 자국 기업이 개발한 AI 프로세서를 대거 포함했다. 공공 부문부터 국산 칩 사용을 강제해 초기 시장을 만들어주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최대 700억 달러 규모 펀드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과 달리 자본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중국은 국가가 직접 나서 장기적이고 위험 부담이 큰 연구개발(R&D) 자금을 댄다.
이러한 정책 신호에 힘입어 무어 스레드(Moore Threads) 같은 중국 내 신생 GPU(그래픽처리장치) 기업들의 주가는 연일 급등세를 보인다. NI"트럼프 대통령이 수출 규제를 완화하든 강화하든, 중국은 이미 독자 노선을 걷기로 했다""미국의 어설픈 유화책은 중국이 기술 완성도를 높일 시간만 벌어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부분 규제는 실패…법으로 전면 금지 못 박아야"


NI는 현재의 '정밀 수출통제' 방식이 실패했다고 단언했다. 중국이 미국 칩을 '전략적 시간벌기용'으로만 활용하고, 궁극적으로 기술 탈취와 모방을 통해 미국을 넘어서려 하기 때문이다.

매체는 미국이 취해야 할 유일한 합리적 전략은 '전면 수출 금지'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네 가지 구체적 실행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미 의회가 전면 수출 금지를 명문화한 법안을 통과시켜 행정부의 변덕에 따른 정책 혼선을 막아야 한다. 둘째, 3국을 통한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해 동맹국과 구속력 있는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셋째, 수출길이 막힌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넷째, 중국 자본의 미국 AI 산업 투자는 막되, 서방 자본이 미국 AI 인프라에 투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NI는 이번 경쟁을 단순한 기술 다툼이 아닌 '코드 전쟁(Code War)'으로 정의했다. AI 모델에 주입되는 가치관과 사회적 규범을 놓고 벌이는 체제 경쟁이라는 뜻이다. 매체는 "희토류 공급망을 확보해야 하듯, 미국은 중국의 반응과 상관없이 독자적인 AI 공급망 안보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모호성의 시대는 끝났다… '초격차' 기술만이 유일한 살길"


NI의 이번 분석은 한국 반도체 업계,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더 이상 '양다리 전략(Strategic Ambiguity)'은 통하지 않는다"는 섬뜩한 경고를 보낸다.

미국이 반도체 수출통제를 '전면 차단' 수준으로 격상하고 법제화한다면, 한국 기업들이 누려온 'VEU(검증된 최종 사용자)' 같은 예외 조치는 사라질 공산이 크다. 중국 공장 운영은 물론, 중국 팹리스(설계) 기업에 대한 메모리 공급조차 막힐 수 있다. 동시에 중국은 103조 원을 투입해 '()한국'을 가속화할 것이다. , 한국 반도체는 최대 고객(중국)과 원천 기술 제공자(미국)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넛크래커' 상황이 현실화된다.

해법은 압도적인 기술 우위뿐이다. 중국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도 단기간에 따라올 수 없는 HBM(고대역폭메모리) 4세대, 5세대 이후의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해, 미국 생태계 내에서 '대체 불가능한 파트너'의 지위를 굳히는 것만이 다가올 '코드 전쟁'에서 생존하는 유일한 방정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