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테네시 제련소에 3조 원 직접 수혈… 핵심 광물 ‘탈중국’ 승부수
MBK·영풍 “경영권 방어용 꼼수 증자” 가처분 신청… 미·한 동맹 불똥 우려
백악관·월가 합작품 무산 위기… 전문가 “정부 주도 공급망, 시장 역습 맞아”
MBK·영풍 “경영권 방어용 꼼수 증자” 가처분 신청… 미·한 동맹 불똥 우려
백악관·월가 합작품 무산 위기… 전문가 “정부 주도 공급망, 시장 역습 맞아”
이미지 확대보기블룸버그통신은 20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야심 찬 자원 안보 전략이 한국의 ‘대리전(Proxy Fight)’에 휘말려 좌초할 위기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핵심 광물 공급망 재편 계획이 시장의 이해관계와 충돌하며 빚어진 상징적 사건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 정부·월가·한국 기업 ‘3각 아연 동맹’… 법원 판단이 운명 가른다
미국 정부는 최근 고려아연과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테네시주에 최첨단 아연 제련소를 건설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기존 노후시설을 대체할 이 공장이 완공되면 미국 내 핵심 광물 생산 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미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로 고려아연의 매출은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며, 미국은 국방과 항공우주 산업에 필수적인 금속을 우선 공급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 사업비 74억 달러 가운데 미국 정부가 약 20억 달러(약 2조 9600억 원)를 직접 지원하고, 국방부가 부채 조달(Debt Financing)을 맡는다. 여기에 JP모건체이스 등 월가 대형 금융기관도 투자자로 참여한다. 빌 해거티 미 상원의원(공화·테네시)은 워싱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최근 월가 관계자가 스티브 파인버그 국방부 부장관과 함께 이 거래 구조를 짜고 있다고 전했다”며 “월가의 자본력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두고 최윤범 회장 측과 대립하는 영풍·MBK 연합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고려아연이 제련소 건설 자금을 마련하려고 추진하는 신주 발행이 실제로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 희석 꼼수라며 한국 법원에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MBK 측은 성명을 통해 “제련소 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이뤄지는 무리한 자금 조달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메리카 퍼스트’ 자원 전략, 시장 논리와 충돌
이번 사태는 국가 주도로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 자유 시장의 논리와 부딪치는 단적인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장악한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망에서 벗어나고자 ‘미국 내 생산’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민간 기업의 지분 구조나 경영권 분쟁 위험을 간과한 채 속도전을 벌이다가 탈이 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터 해럴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제경제 선임보좌관(현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구원)은 “이번 건은 거래가 무산될 수 있는 ‘실질적 위험’이 있는 첫 번째 사례로 보인다”며 “미 정부가 어떤 상황에 휘말리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시작했기를 바랄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보통 미 정부는 위험을 회피하려 하고 복잡한 상황에 개입하지 않으려 하는데, 이번에는 거래 성사에만 너무 몰두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이번 분쟁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이미 껄끄러워진 한미 관계를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자금줄이 막히면, 미국의 핵심 광물 확보 계획 자체가 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 당국 “통상적 분쟁” 애써 침착… 시장은 ‘불확실성’ 경계
백악관과 상무부, 국방부는 이번 사안에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미 당국자들은 사태 파장을 축소하는 분위기다. 한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행정부도 소송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개입할 의사는 없다”며 “이는 기업 간에 으레 발생하는 통상적인 분쟁으로 결국에는 해결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미국 정부가 어느 한쪽의 의도를 예단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고려아연 주가는 경영권 분쟁과 이번 미국 투자 건이 맞물리며 큰 폭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6년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이번 법적 공방 결과가 한미 ‘배터리·광물 동맹’의 결속력을 시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칩이나 배터리를 만드는 것을 넘어,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망을 확보하는 능력이 기업과 국가의 생존을 결정한다”며 “미국 정부가 개입된 초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한국 법원의 결정과 양측의 타협 여부가 향후 글로벌 광물 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