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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9만 달러 돌파 실패…가짜 반등 뒤에 숨은 '유동성 덫'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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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9만 달러 돌파 실패…가짜 반등 뒤에 숨은 '유동성 덫' 경고

10월 폭락 이후 시장 구조 악화…레버리지 청산에 시장 흡수력 급감
거래소 유동성 30% 증발하며 '수조 달러의 환상' 붕괴 직면
기관 자금의 장외 이동 가속화…다음 조정장서 투자자 대규모 고립 우려
비트코인이 9만 달러를 회복하지 못한 것은 다음 조정장에서 투자자들을 덫에 걸리게 할 수 있는 심각한 구조적 결함을 드러낸다. 사진=구글 AI 제미나이 생성이미지 확대보기
비트코인이 9만 달러를 회복하지 못한 것은 다음 조정장에서 투자자들을 덫에 걸리게 할 수 있는 심각한 구조적 결함을 드러낸다. 사진=구글 AI 제미나이 생성
비트코인이 심리적 저항선인 9만 달러를 회복하지 못하고 고전하는 모습이 단순한 시장의 주저함이 아니라, 다음 조정장에서 투자자들을 가두는 '치명적인 덫'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5년 초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와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으로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지만, 내부적인 시장 구조는 역대 어느 때보다 취약해졌다는 진단이다.

10월 10일의 '청산 숙취'…시장 조성자들 리스크 관리 강화


21일(현지시각) 암호화폐 전문매체 크립토슬레이트에 따르면 시장 구조 악화의 분수령은 지난 10월 10일이었다. 당시 발생한 급격한 포지션 청산으로 약 200억 달러 규모의 레버리지가 단숨에 증발했다. 이 사건 이후 시장의 성격은 완전히 변했다. 10월 초 12만 6,223달러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기세는 꺾였고, 수년 만에 처음으로 10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시장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가장 큰 문제는 유동성 공급 주체들의 변화다. 시장 조성자(Market Maker)들은 리스크 한도를 대폭 축소했고, 이로 인해 외부 충격을 흡수하는 시장의 탄력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크립토슬레이트'와 '코인데스크'의 데이터에 따르면, 11월 중앙 집중식 거래소(CEX)의 거래 활동은 6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파생상품 시장 점유율 또한 2025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인 72.5%까지 하락했다.

'수조 달러의 환상'과 슬리피지의 공포


비트코인 시장의 가장 위험한 신호는 '시장 깊이(Market Depth)'의 축소다. 시가총액은 장부상의 수치일 뿐이지만, 실제 매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인 '슬리피지(Slippage)'는 현실이다. 카이코(Kaiko)의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누적 2% 시장 깊이는 올해 고점 대비 약 30% 급감했다.

특히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상황이 이를 대변한다. 지난 10월 고점 당시 6억 달러를 상회하던 1% 시장 깊이는 현재 4억 달러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모멘텀 트레이더들이 매수세를 끌어올리려 해도, 실제 매도 물량이 조금만 쏟아지면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수 있는 구조임을 시사한다.

ETF 자금 유출과 유동성의 '비가시화'

구조적 변화의 또 다른 축은 유동성의 이동이다. 소소밸류(SosoValue)에 따르면 10월 폭락 이후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5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유출됐다. 거래량이 풍부한 시장이라면 충분히 흡수 가능한 규모지만, 현재처럼 거래량이 말라붙은 시장에서는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강력한 저항선으로 작용한다.
또한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 변화로 인해 유동성이 공개 거래소의 주문장에서 벗어나 '장외(OTC)'나 '내부 재고'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낳는다. 기관들이 막대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시장이 충격을 받을 때 이 유동성이 즉각적으로 공급되지 않는 '유동성의 역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모 펀드나 기관의 유동성은 공황 상태에서 시장을 방어할 의무가 없다"며 "시장이 가장 취약한 시점에 유동성 공급이 중단될 경우, 9만 달러 아래에서 진입한 개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