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픽싯 분석..."외장 배터리·필립스 나사로 교체 용이, 내부는 단일 레이어 배치"
'개봉 시 무효' 경고 스티커 FTC 법 위반...삼성, 수리 매뉴얼 공개 않을 듯
'개봉 시 무효' 경고 스티커 FTC 법 위반...삼성, 수리 매뉴얼 공개 않을 듯
이미지 확대보기수리 전문매체 아이픽싯(iFixit)이 지난 19일(현지시간) 공개한 분해 보고서에 따르면, 갤럭시 XR은 외장 배터리와 필립스 나사 채택으로 부품 교체가 쉬운 반면 내부에 미국에서 불법으로 간주되는 '개봉 시 보증 무효' 스티커를 부착했다.
외장 배터리·모듈형 설계로 수리성 확보
아이픽싯 분석에 따르면 갤럭시 XR은 배터리를 본체에서 분리해 외부 팩으로 구성했다. 배터리 무게는 302g으로 헤드셋 본체(545g)와 별도로 관리된다. 이는 배터리 교체 시 헤드셋 전체를 분해할 필요가 없어 수리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평가다. 일반 사용 기준 2시간, 영상 재생 기준 2시간30분 동작하는 배터리는 충전 중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내부 구조도 수리에 유리하게 설계됐다. 삼성은 모든 주요 부품을 한 층(layer)에 평면으로 배치하는 방식을 택해 특정 부품 교체 시 다른 부품을 제거할 필요성을 최소화했다. 센서 모듈도 모듈형으로 구성돼 기술자가 실제 작업할 수 있는 수준의 접근성을 확보했다. 메인보드는 압착 커넥터와 나사로 고정돼 있어 비교적 간단하게 분리된다.
특히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이 접착제 없이 나사만으로 고정된 점은 디스플레이 교체를 획기적으로 단순화한 사례로 꼽힌다. 또 특수 공구가 아닌 일반 필립스 드라이버로 분해할 수 있어 독립 수리업체의 접근성도 높였다.
'보증 무효' 스티커...FTC "소비자 권리 제한 불법"
이처럼 수리 친화적 설계에도 법적 문제점이 발견됐다. 헤드셋 내부에 부착된 '조작되면 무효(warranty void if removed)' 스티커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규정을 위반하기 때문이다. 1975년 제정된 매그너슨-모스 보증법(Magnuson-Moss Warranty Act)은 제조사가 보증 조건에 특정 부품이나 서비스 사용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FTC는 지난해 7월 반도체 제조사 에이에스락(ASRock), 조탁(Zotac), 기가바이트 등 8개 기업에 경고장을 발송하며 "소비자의 수리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2018년에는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에이수스(ASUS) 등 6개 기업에도 같은 내용의 경고를 보냈다. FTC 소비자보호국의 새뮤얼 레빈 국장은 "이러한 경고장은 기업들에 소비자 수리 권리 제한이 불법임을 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삼성은 갤럭시 XR의 수리 매뉴얼을 공개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이픽싯은 "기술적으로 수리가 가능한 설계라도 부품 공급, 매뉴얼, 수리 생태계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질적 소유권 보장이 어렵다"며 "삼성이 이를 지원할 계획이 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진입 장벽 높아...전면 해체 필수
수리 친화적 내부 설계에도 실제 수리 착수는 어렵다. 전면 진입이 매우 까다로워 숙련된 기술자라도 초기 개봉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아이픽싯은 "전면 진입 경험과 숨겨진 체결구 구조, 보증 스티커 관행이 모두 수리 접근성을 제한하는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1800달러(약 265만 원)에 판매되는 갤럭시 XR은 올해 10월 22일 미국과 한국에서 출시됐다. 3천552×3천840 해상도의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 2개를 탑재했으며, 퀄컴 스냅드래곤 XR2+ Gen 2 칩셋과 16GB 메모리, 256GB 저장 공간을 갖췄다. 545g의 본체 무게는 750~800g인 애플 비전 프로보다 200여g 가볍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수리 친화적 하드웨어 설계와 실제 수리 지원 정책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지 주목하고 있다. 아이픽싯은 "갤럭시 XR은 진정한 진전처럼 보이는 선택과 기존 XR 기기의 한계가 공존하는 혼합형"이라며 "수리 가능성은 섀시 내부의 기술적 가능성만이 아니라 제조사의 지원 의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