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보조금 칼날 쥔 EU, 300억 유로 국책지원·40년 가격보장 정밀 타격
경쟁사 EDF "덤핑 수주" 이의 제기에 '외국 보조금 규정' 위반 여부도 도마 위
체코 정부 "관례적 절차일 뿐…2027년 1분기 승인 확신" 정면 돌파 의지
경쟁사 EDF "덤핑 수주" 이의 제기에 '외국 보조금 규정' 위반 여부도 도마 위
체코 정부 "관례적 절차일 뿐…2027년 1분기 승인 확신" 정면 돌파 의지
이미지 확대보기세계원자력뉴스(WNN) 등 주요 외신은 23일(현지시각) EU 집행위가 체코 정부의 신규 원전 재정 지원안이 EU의 국가보조금 규정을 위반했는지 확인하는 심층 조사(in-depth inquiry)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내년 3월 최종 계약 발효를 앞둔 한국 원전 수출의 경제성과 공정 경쟁 여부를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쟁점은 '저리 국책 대출'과 '40년 가격 보장(CfD)'
이번 조사의 핵심은 체코 정부가 계획한 대규모 금융 지원이 시장 경쟁을 왜곡하느냐에 있다.
EU 집행위 자료를 보면 체코 정부는 두코바니 5·6호기 건설을 위해 크게 세 가지 지원책을 마련했다. ▲건설 비용 전체를 충당할 230억~300억 유로(약 39조~51조7700억 원) 규모의 저금리 국가 대출 ▲발전소 운영 수입을 보장하는 40년 만기 차액보조계약(CfD) ▲정책 변경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는 보호 장치 등이다.
특히 논란이 되는 부분은 '차액보조계약'이다. 이는 전력 시장 가격이 합의된 기준 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정부가 차액을 보전해주고, 반대로 가격이 오르면 초과 수익을 정부가 환수하는 구조다. 사업자의 수익 안정성을 보장하지만, 자칫 과도한 특혜로 이어질 수 있어 EU 당국이 가장 까다롭게 들여다보는 대목이다.
EU 집행위는 예비 평가에서 "원전 건설이 체코의 탈탄소화와 에너지 안보에 기여한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제안된 지원 패키지가 필요한 수준을 넘어 국가에 과도한 위험을 떠넘기거나 시장 경쟁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끈질긴 프랑스 견제…EDF의 '딴지'
이번 심층 조사는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경쟁국인 프랑스의 집요한 견제와 맞물려 있다.
지난해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수원은 두코바니 원전 2기를 약 4000억 코루나(약 28조4100억 원)에 짓기로 했다. 이에 대해 입찰 경쟁에서 탈락한 프랑스전력공사(EDF)는 "한국 정부의 불법 보조금 없이는 불가능한 가격"이라며 덤핑 의혹을 제기해왔다.
한수원 측은 "모든 국제 규정을 철저히 준수했으며 불공정 보조금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지난 6월 체코 경쟁 당국(UOHS)이 EDF의 이의 제기를 기각한 데 이어, 최고행정법원도 한수원 손을 들어주면서 지난 6월 본계약 체결은 마무리된 상태다.
체코 정부 "2027년 승인 완료…건설 지연 없다"
체코 정부는 이번 조사를 '통과 의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체코 산업통상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심층 조사는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거쳐야 할 표준적인 단계"라며 "EU 집행위와 긴밀히 협의해 제기된 의문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체코 당국은 승인 시점을 2027년 1분기로 내다봤다.
과거 사례를 보면 EU의 심층 조사는 통상 1년에서 2년가량 걸린다. 지난 2014년 영국 힝클리 포인트 C 원전 사업 당시에도 EU는 영국 정부의 자금 지원 계획을 조사한 뒤, 보조금 규모를 축소하는 조건으로 승인한 바 있다.
체코 정부는 "승인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프로젝트는 상업적 조건에 따라 자금을 조달하므로 2036년 가동 목표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가 사업 자체를 무산시킬 가능성은 낮지만, 최종 승인 조건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EU가 체코 정부의 보조금 규모를 줄이거나 차액보조계약 조건을 수정하도록 요구할 경우, 사업 수익 구조에 변화가 생길 수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EU 내 친원전과 탈원전 국가 간의 정치적 셈법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검증 과정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며 "팀 코리아 차원에서 체코 정부와 공조해 EU의 기술적, 법률적 질의에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팀 코리아'는 내년 3월로 예정된 최종 계약 발효와 2029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 원전시장의 교두보를 확실히 다지기 위해서는 EU라는 거대한 관료주의 장벽을 넘는 마지막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