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량 1위 중국(4400만 톤) vs 2위 브라질(2100만 톤)… 미국은 2% 불과
진짜 위기는 채굴 아닌 '정제'… 분리 필수 화학물질 85% 중국산 의존
서방 환경 규제가 발목… 대체 기술 확보에 최소 10년 걸려 안보 취약
진짜 위기는 채굴 아닌 '정제'… 분리 필수 화학물질 85% 중국산 의존
서방 환경 규제가 발목… 대체 기술 확보에 최소 10년 걸려 안보 취약
이미지 확대보기에너지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와 광물 분석 매체 디스커버리 얼러트는 지난 29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극심한 불균형과 정제 과정에 숨겨진 '화학적 병목(Chemical Bottleneck)' 현상을 집중 조명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자원 확보를 넘어 복잡한 화학 공정 기술과 필수 시약 공급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서방 세계의 자원 안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중국, 전 세계 매장량 절반 독식… 브라질·베트남 추격
미국 지질조사국(USGS)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주얼 캐피털리스트(Visual Capitalist)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25년 기준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 9190만 톤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400만 톤으로 전체의 약 48%에 이른다. 이는 전 세계 공급망의 무게중심이 아시아, 그중에서도 중국에 완전히 쏠려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주목할 점은 브라질의 부상이다. 브라질은 2100만 톤(23%)의 매장량을 보유해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희토류 보유국으로 자리 잡았다. 이어 인도(690만 톤), 호주(570만 톤), 러시아(380만 톤), 베트남(350만 톤)이 뒤를 이었다. 반면 첨단산업 수요가 가장 많은 미국은 매장량이 190만 톤(약 2%)에 그쳐 자원 안보 측면에서 구조적인 취약점을 드러냈다.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미국은 공급망 다변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희토류 수출 흐름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관세를 인하하는 합의를 맺는 등 자원 확보를 위한 외교적 줄타기를 이어가는 암울한 상황이다.
채굴보다 더 무서운 '화학 장벽'… 정제 기술의 덫
하지만 전문가들은 광산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정제 공정'에 있다고 지적한다. 자원·에너지 분야의 전문 분석가인 무플리 히다야트(Muflih Hidayat)는 디스커버리 얼러트 기고문에서 "희토류 공급망의 진짜 숨통을 조이는 지점은 광물이 아니라 이를 분리하고 정제하는 '화학(Chemistry)'에 있다"고 분석했다.
희토류 원소 17종은 화학 성질이 매우 비슷해 이를 분리하려면 고도의 정밀 화학 기술이 필요하다. 원소를 분리하는 '용매 추출(Solvent Extraction)' 과정은 적게는 200단계, 많게는 1000단계 이상의 복잡한 공정을 거친다. 용매 추출은 서로 섞이지 않는 두 액체(주로 물과 유기 용매)를 이용해 원하는 물질만을 골라내는 공정으로 희토류 분리에 필수적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 꼭 필요한 특수 화학물질 공급망 역시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중국은 희토류 정제에 쓰이는 염화암모늄 전 세계 수출량의 약 85%를 차지한다. 또한, 필수 침전제인 옥살산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히다야트는 "중국이 2023년 말부터 희토류 기술 수출 제한과 선별적 라이선스 제도를 시행한 것은 광물 자체가 아니라 이를 가공하는 능력을 통해 세계를 통제하겠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환경 규제와 기술 격차, 서방의 '잃어버린 시간'
서방 국가들이 단기간에 중국의 지배력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희토류 분리 공정에 사용하는 특수 용매를 대체하려면 최소 18개월에서 36개월의 검증 기간이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환경 규제다.
희토류 정제 과정에서는 맹독성 물질인 불화수소산(HF)이 대량으로 사용된다. 불화수소산은 아주 독하고 위험한 산성 액체로 다루기도 위험하고 환경 오염도 심해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공장을 짓기가 매우 까다롭다. 중국과 달리 환경 규제가 엄격한 미국이나 유럽에서 새로운 불화수소 생산 시설을 짓거나 저장 허가를 받으려면 통상 5년에서 10년이 걸린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관련 기관들은 서방 기업들이 이 격차를 줄이려면 기술 혁신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불화수소 사용량을 30~50% 줄이는 'REMAFS'(Reflow Metal Assisted Filling System) 공정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희토류 전쟁은 이제 땅속 자원 싸움에서 실험실의 기술 전쟁으로 확장됐다"며 "특수 화학물질 비축과 차세대 정제 기술 개발 없이는 중국발 공급망 충격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