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유럽 은행 인력 10% 감축… 후선·중간 부서 '직격탄'"
UBS '아바타 애널리스트' 등판… 비용 절감 넘어선 생존 경쟁
"기본기 없는 AI 의존은 독"… JP모건 등 '금융 문맹' 경고등
UBS '아바타 애널리스트' 등판… 비용 절감 넘어선 생존 경쟁
"기본기 없는 AI 의존은 독"… JP모건 등 '금융 문맹' 경고등
이미지 확대보기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각)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최신 보고서를 인용해, 유럽 은행들이 AI 도입과 지점 폐쇄를 가속화함에 따라 2030년까지 전체 인력의 10%에 달하는 약 21만2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분석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만성적인 저수익 구조에 시달리는 유럽 은행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AI를 인력 감축의 핵심 도구로 선택했음을 시사한다.
수익성 악화가 부른 '칼바람'… 후선 부서부터 베어낸다
모건스탠리가 유럽 내 35개 주요 은행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들 은행이 고용한 전체 직원 수는 약 212만 명에 이른다. 보고서는 이 중 10%가 2030년까지 감축 대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감원 칼바람은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일선 창구보다 은행 내부의 '중앙 서비스' 부서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거래를 확인하고 정산하는 후선 부서(Back-office), 위험 관리와 준법 감시 등을 담당하는 중간 부서(Middle-office)가 주 타겟이다.
모건스탠리 분석팀은 "많은 은행이 AI 도입과 디지털화를 통해 30%에 이르는 효율성 개선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는 미국 경쟁사들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자리 잡고 있다. 유럽 은행들은 투자자들로부터 비용을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라는 압박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기존의 비용 절감이 한계에 부딪히자, 은행 경영진은 AI를 돌파구로 삼아 영업비용 대 수익 비율(CIR)을 낮추려 하고 있다.
"아바타가 분석하고 로봇이 상담"… 대체되는 인간
이미 유럽 주요 은행들은 AI를 명분으로 내세워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네덜란드의 ABN암로는 2028년까지 정규직 직원의 약 5분의 1을 줄이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프랑스의 소시에테제네랄 슬라보미르 크루파 최고경영자(CEO) 역시 지난 3월 "비용 절감 캠페인에 성역은 없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스위스 최대 은행 UBS의 사례는 AI가 어떻게 은행원을 대체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UBS는 최근 애널리스트를 본뜬 'AI 아바타'를 만들어 고객에게 분석 영상을 보내는 실험을 시작했다. 또한, 최고위급 임원 250명을 영국 옥스퍼드대학교로 보내 'AI 리더십' 교육을 받게 하는 등 조직 체질 개선에 사활을 걸었다.
"금융 기본기 무너질라"… AI 만능주의 경계론
다만 AI 도입 열풍 속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술 도입에만 치중하다가 은행업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코너 힐러리 JP모건체이스 유럽·중동·아프리카 공동 CEO는 "은행권에 부는 AI 열풍 속에서 우리가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직원들이 기본과 원칙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AI가 단순 업무를 빠르게 처리해주더라도, 주니어 직원들이 현금 흐름 모델을 짜거나 주가수익비율(PER)을 계산하는 핵심 역량을 갖추도록 훈련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미래에 큰 문제를 떠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JP모건은 현재 AI를 활용한 업무 효율화와 직원들의 기초 역량 교육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 금융권에도 닥친 '디지털 보릿고개'
유럽 은행권의 대규모 감원 예고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금융권 역시 '디지털 전환'이라는 명분 아래 AI 도입과 점포 통폐합 속도전이 한창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은 이미 지난해부터 희망퇴직 연령을 낮추고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며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챗봇 상담이 상담원을 대체하고, AI 뱅커가 키오스크에 등장하는 모습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금융권의 AI 도입률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며,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여신 심사와 자산 관리 영역까지 파고들었다.
문제는 '속도'와 '사람'이다. 유럽의 사례처럼 고숙련 업무까지 AI가 대체하게 될 경우, 양질의 금융 일자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다. 또한, 기술 격차에 따른 고령층 금융 소외 현상과 주니어 은행원들이 실무 경험을 쌓을 기회가 사라지는 '역량의 공동화' 현상도 우려된다.
금융 당국과 은행권은 단순히 비용 절감 차원에서 AI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인력 재배치와 직무 전환 교육을 통해 '연착륙'을 준비해야 한다. 기술이 인간을 돕는 도구를 넘어 인간의 자리를 뺏는 흉기가 되지 않도록, 기술 발전과 고용 안정 사이의 사회적 합의가 시급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