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올해 하루 230만 배럴 남아돈다"... 13억 배럴 해상 재고 '물량 폭탄' 경고
美, 베네수엘라 원유 7000억 원어치 매각... 2026년 유가, '공급 과잉' 늪 빠지나
美, 베네수엘라 원유 7000억 원어치 매각... 2026년 유가, '공급 과잉' 늪 빠지나
이미지 확대보기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지난 17일(현지 시각) 지정학적 위험보다 수급 불균형이라는 펀더멘털(기초 여건)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보도했다.
'공급 과잉' 경고등…골드만삭스 "기름 넘친다, 유가 더 떨어진다"
현재 원유 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압도한다"는 분석이 지배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일시적으로 급등했으나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정부의 시위대 탄압 완화를 언급하며 공격 가능성을 낮추자 유가는 즉각 하락 반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글로벌 원유 시장은 일일 230만 배럴(2.3mb/d) 규모의 공급 잉여를 기록할 것"이라며 "대규모 공급 차질이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추가 감산이 없다면, 비(非)OPEC 국가의 공급 증가를 억제하고 수요 회복을 위해 유가는 더 낮아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란 내 반정부 시위와 흑해 인근 드론 공격 등 공급 차질을 유발할 수 있는 대형 악재가 터졌는데도 시장은 이를 '일시적 소음'으로 치부하고 '넘쳐 나는 기름'에 주목하는 상황이다.
베네수엘라 원유 '봉인 해제'…美 셰일은 '숨 고르기'
미국이 사실상 통제권을 쥔 베네수엘라 원유 산업의 동향도 유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한 고위 관료는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이 5억 달러(약 7380억 원) 규모의 베네수엘라산 원유 초도 물량을 매각했으며, 추가 매각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베네수엘라 생산량이 단기간에 급증하기는 어렵다고 신중론을 펴지만, 시장은 이를 공급 확대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원유 공급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미국의 생산 증가세는 주춤할 조짐이다. 미 셰일오일 업계는 WTI 가격이 배럴당 60달러 아래인 50달러 선에 머무는 것을 꺼린다. EIA는 최신 단기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 원유 생산량이 정체되거나 소폭 감소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해상 재고 13억 배럴의 허와 실
시장이 공급 과잉을 확신하는 핵심 근거는 해상에 떠 있는 원유 재고량이다. 원자재 데이터 분석기업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해상 원유 재고는 13억 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봉쇄 조치가 한창이던 2020년 이후 최대 규모다.
그러나 이 수치를 단순한 공급 과잉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로이터 통신의 론 부소 칼럼니스트는 "해상 재고의 4분의 1은 러시아·이란·베네수엘라 등 서방의 제재를 받는 국가의 원유"라고 지적했다.
제재 대상 원유는 구매자를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바다 위에 머무는 시간이 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순히 해상 재고 수치가 높다고 해서 물리적인 공급 과잉이 심각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실제로 중국의 원유 수입량은 지난달과 지난해 전체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견조한 수요를 증명했다.
한편 흑해 지역의 긴장감은 여전하다.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으로 흑해 유조선 3척이 위협받았고, 카자흐스탄은 지난달 초 송유관 시설(CPC) 공격 여파로 원유 생산량이 35% 급감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죄기 위해 다음 달부터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을 배럴당 44.10달러로 낮출 계획이다. 서방의 보험 적용을 무기로 한 이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지는 미지수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임은 분명하다.
현재 원유 시장은 '지정학적 위기'와 '구조적 공급 과잉'이라는 두 가지 거대 서사가 충돌하며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돈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