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유럽 각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유럽 관세 압박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미국 국채와 주식 등 대규모 미국 자산을 매각하는 극단적 대응책까지 거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다만 실제 실행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 국가들은 미국 채권과 주식을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공공 부문 자금이 운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관세 전쟁을 재점화하자 유럽이 보복 수단으로 미국 자산을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금융시장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이 보유한 미국 자산 규모는 10조 달러(약 1경4740조 원)를 넘는다. 여기에다 영국과 노르웨이가 보유한 미국 자산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만약 유럽이 실제로 미국 자산을 대규모로 처분할 경우 미국의 차입 비용 상승과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행 장벽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 자산의 대부분은 정부 통제 밖에 있는 민간 자금이 보유하고 있고 강제 매각은 오히려 유럽 투자자들에게도 손실을 안길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이후 1년 동안 유럽 정치권이 강경 대응을 꺼려온 점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는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에서 ‘자본의 무기화’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점은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키트 주크스 소시에테제네랄 수석 외환 전략가는 “미국의 대외 순자산 적자는 매우 크고 이는 달러의 잠재적 약점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재정적 손실을 감수할 의지가 있을 때만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긴장 고조는 이미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 주가지수 선물과 유럽 증시는 약세를 보였고 달러화도 하락했다. 반면 금과 스위스프랑, 유로화 등 안전자산은 강세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직후 나타났던 미국 자산 회피 흐름이 재현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현재까지 EU의 가장 구체적인 대응은 오는 7월 예정된 미·EU 무역협정 승인 절차를 중단하는 방안이다. 아울러 EU는 최대 930억 유로(약 159조4020억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재무부는 유럽이 “가장 강력한 무역 대응 수단”을 준비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다만 미국 자산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이는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금융시장 전반에 직접 충격을 주는 금융 갈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 브래드 세처 전 미국 재무부 관리는 “유럽 연기금이 미국 주식을 대규모로 매도할 경우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이체방크의 조지 사라벨로스 글로벌 외환 리서치 책임자는 “미국의 가장 큰 약점은 대규모 대외 적자를 외국 자본에 의존해 충당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서방 동맹의 지정학적 안정성이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유럽이 계속 이 역할을 맡을 이유가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자산 중 상당 부분은 민간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고 유럽에 소재한 자산 역시 역외 투자자의 몫인 경우가 적지 않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해방의 날’ 관세를 발표한 이후 이미 일부 투자자들은 미국 자산 비중을 조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 결과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지만 미 국채는 2020년 이후 최고의 성과를 냈고 미국 증시는 여전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네덜란드 금융그룹 라보뱅크의 제인 폴리 외환 전략 책임자는 “세계가 여전히 막대한 미국 주식과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 포지션 재조정은 이미 상당 부분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ING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 카르스텐 브제스키는 “EU가 이론적으로는 미국 자산을 통해 영향력을 가질 수 있지만 민간 부문 투자자들에게 달러 자산 매각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거의 없다”며 “현실적인 선택지는 유로화 자산 투자에 대한 유인책을 강화하는 정도”라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