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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을 둘러싼 균열, 현대차 노사관계의 분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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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을 둘러싼 균열, 현대차 노사관계의 분기점

미래 제조 전략으로 띄운 휴머노이드
공장 투입 단계서 노조 반발 변수로
CES 2026 현대차그룹 전시관에서 '올 뉴 아틀라스'가 자동차 부품을 옮기는 작업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CES 2026 현대차그룹 전시관에서 '올 뉴 아틀라스'가 자동차 부품을 옮기는 작업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가 국제가전박람회 2026(CES 2026)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올 뉴 아틀라스’를 공개하며 미래 제조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정작 생산 현장에서의 로봇 투입을 두고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로봇과 피지컬 인공지능(AI)를 성장축으로 제시한 전략이 시장에서는 호평받았지만, 노동조합은 현장 도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CES2026 무대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최신 휴머노이드 로봇 올 뉴 아틀라스를 공개하며 제조 현장과 물류, 반복·위험 공정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전동식 기반으로 설계된 올 뉴 아틀라스는 기존 휴머노이드보다 조작 능력과 안정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으로, 그룹 차원의 로봇 전략을 상징하는 존재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발표 이후 시장의 반응은 즉각 나타났다.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장중 100조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완성차 기업의 범주를 넘어 로봇과 인공지능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은 전략이 기업가치에 반영됐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전기차 이후의 성장 동력으로 로봇과 피지컬 AI를 바라보는 기대감이 주가 흐름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생산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현대차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회사의 로봇 활용 구상과 관련해 "노사 합의 없는 일방통행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단순 보조 설비를 넘어 사람의 작업 영역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고용 안정과 직무 변화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로봇 도입 자체를 전면 부정하지는 않지만, 투입 시점과 방식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글로벌 경쟁 환경을 근거로 로봇 도입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화와 로봇 활용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기술 도입을 늦출 경우 생산성과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반복적이고 위험한 공정을 로봇이 맡고, 인력은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중장기 전략이라는 설명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은 현대차 내부를 넘어 국내 제조업 전반이 기술 전환 국면에서 마주한 과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생산 현장에 본격 투입될 경우 고용 유지와 직무 재편, 재교육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 도입 속도만 앞설 경우 현장 혼란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노사 간 협의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향후 제조 경쟁력을 가르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뉴 아틀라스를 둘러싼 이번 논쟁은 현대차의 미래 전략이 시장과 현장 사이에서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CES 무대에서 제시된 비전과 실제 현장에서의 현실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로봇 도입을 둘러싼 노사 간 조율이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술은 이미 공개됐고, 이제 남은 것은 현장을 설득하는 과정이라는 게 업계 시선이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