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이후 최대 규모 정밀 공습, 5,000개 이상 목표물 파괴하며 '질적 우위' 과시
오폭·아군 피격·탄약 고갈… 첨단 기술의 맹점도 동시 노출
K-방산, 미사일 방어·대공 무기 수출 급물살 전망… '하이브리드 전략' 기로에 서다
오폭·아군 피격·탄약 고갈… 첨단 기술의 맹점도 동시 노출
K-방산, 미사일 방어·대공 무기 수출 급물살 전망… '하이브리드 전략' 기로에 서다
이미지 확대보기문제는 이 작전이 단순한 군사 행동이 아니라는 점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각) 이번 전쟁이 지난 2년간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확인된 '저가 드론 기반 소모전 모델'과, 미국이 반세기 넘게 고수해 온 '압도적 기술 우위 기반 정밀타격 모델' 사이의 생존 경쟁이라고 진단했다. 어느 쪽이 현대전의 표준으로 자리 잡느냐에 따라 전 세계 국가들의 군비 확장 방향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에픽 퓨리의 성패는 곧 세계 군사 지형의 변곡점이 된다.
첫 100시간 2000개, 열흘 만에 5000개 목표물 타격… '질적 우위'를 증명하려는 미국
미국 후버 연구소 연구원은 FT 기고를 통해 이란과의 충돌을 미국 군사 비전의 '이상적인 시험 사례(ideal test case)'로 규정했다. 이른바 '미국식 전쟁'이란 장거리에서 정밀 유도 병기를 투사해 적의 지휘부와 핵심 군사 기지를 무력화함으로써 아군의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고 승리하는 방식을 뜻한다. 1991년 걸프전에서 처음 증명된 이 모델은 이후 미군 군사 교리의 뼈대로 기능해 왔다.
에픽 퓨리 작전 첫 100시간 동안 미-이스라엘 연합군은 이란 전역에서 약 2000개 목표물을 2000발 이상의 탄약으로 타격했다고 미 중부사령부(CENTCOM)의 브래드 쿠퍼 사령관이 밝혔다. 이란의 방공망, 탄도미사일 발사대, 혁명수비대(IRGC) 지휘소, 군용 비행장이 집중 표적이 되었다. B-2 스텔스 폭격기와 B-1 폭격기가 이란 심장부의 미사일 시설을 '무저항 상태'에서 외과적으로 타격했다는 것이 미군 측 설명이다.
특히 세계 군사사에 기록될 장면도 연출됐다. 미 해군 잠수함이 인도양에서 이란 최신예 호위함 IRIS 데나(Dena)를 Mk-48 중어뢰 1발로 격침한 것이다. 핵추진 잠수함이 실전에서 어뢰로 적 전투함을 격침한 것은 1982년 포클랜드전쟁 당시 영국 해군의 사례 이후 44년 만이며, 미국 잠수함으로는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일 이후 처음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를 두고 "조용한 죽음"이라고 표현했다.
10일 현재까지 미군은 총 5000개 이상의 목표물을 타격하고 이란 해군 함정 50척 이상을 격침해 사실상 이란의 해상 전투력을 무력화했다고 발표했다. 이란의 미사일 발사 빈도는 작전 초기 대비 약 90% 감소했고, 드론 운용 역시 73% 줄었다고 미 국방부는 밝혔다.
드러나는 균열… 오폭, 아군 피격, 탄약 소진
그러나 압도적 전과 뒤에는 미국식 전쟁의 구조적 맹점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첫째, 민간인 오폭이다. 작전 첫날인 2월 28일, 이란 남부 미나브(Minab)시의 샤자레 타예베 여자 초등학교가 폭격을 받아 7~12세 여학생 150명 이상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학교 인근에 IRGC 해군 기지가 위치해 있어 표적 좌표 산출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미들버리 대학의 제프리 루이스 교수는 위성 사진 분석을 토대로 "매우 정밀한 표적 공격의 흔적"이라고 밝혔으며, 미 중부사령부도 자체 조사에서 미군 공습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민간 시설을 의도적으로 겨냥한 적은 없지만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셋째, 탄약 재고 고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포춘(Fortune)은 펜 와튼 예산모델(Penn Wharton Budget Model)의 분석을 인용해 에픽 퓨리의 직접 군사비가 650억 달러(약 94조7000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정밀 유도탄과 순항미사일 재고가 급속히 줄어드는 반면, 생산 라인 확충에는 수년이 걸려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미군은 작전 후 수일 만에 '스탠드오프 탄약'에서 GPS 유도 자유낙하 폭탄(JDAM) 등 '스탠드인 탄약'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장거리 정밀 유도탄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군 전사자도 10일 현재 7명에 이른다. 첫 사망자 6명은 3월 1일 쿠웨이트 슈아이바 항구에서 이란군 드론 공격으로 순직했고, 7번째 장병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부상 후 사망했다.
우크라이나의 교훈… '저가 드론 소모전'은 이미 현실
군사 전문가들은 에픽 퓨리의 화려한 전과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남긴 교훈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2022년 이후 우크라이나 전장은 값싼 FPV(1인칭 시점) 드론과 인공지능(AI) 표적 식별 시스템을 결합한 장기 소모전이 현대전의 새로운 표준임을 입증했다. 이란 역시 이번 전쟁에서 샤헤드(Shahed) 자폭 드론 4000~5000기를 발사할 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이 투사량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월간 유지하는 수준과 유사하다고 허드슨 연구소는 분석했다.
미국은 드론과 AI 기술 역시 자국의 압도적 기술 우위를 공고히 하는 도구로 포섭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실제로 미 중부사령부는 저비용 무인 전투공격체계(LUCAS) 드론 편대를 중동에 배치해 운용 중이다. 그러나 1발에 200만 달러(약 29억 원)에 달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로 2만 달러(약 2900만 원)짜리 드론을 요격하는 '비대칭 비용 구조'가 장기전에서 과연 지속 가능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장기전의 늪… '걸프전 모델'의 종언 가능성
이번 전쟁의 최종 결과는 향후 전 세계 국가들의 군비 확장 방향을 결정할 전망이다. 각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식 소모전에 대비할지, 미국의 첨단 기술 패권에 투자할지를 저울질하며 에픽 퓨리의 성패를 주시하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앞서 펜타곤 브리핑에서 "아직 전투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강조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각) 플로리다 도럴 기자회견에서 "전쟁은 곧 끝날 것"이라며 조기 종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이란 전쟁을 "단기 원정"으로 규정하면서 "이란의 미사일 능력은 10% 수준으로 떨어졌고, 해군은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날 공화당 의원 모임에서는 "아직 궁극적 승리에 이르지 못했다"며 군사 작전을 지속하겠다는 뜻도 밝혀, 종전 시점을 놓고 엇갈린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대변인은 이에 대해 "전쟁의 종료 시점은 이란이 결정한다"고 맞받았다.
스팀슨센터는 보고서에서 "공군력이 적의 군사 시설을 파괴하고 지휘관을 제거할 수는 있지만, 역사적으로 폭격만으로 정권 교체를 달성한 사례는 없다"고 지적했다. 만약 미국이 과거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처럼 장기적인 게릴라전이나 국가 재건의 수렁에 빠진다면, 1991년 걸프전 이후 30년 넘게 유지해 온 '미국식 전쟁' 모델 자체가 근본적인 재설계를 피할 수 없게 된다.
K-방산, '미사일 방어' 수출의 새 국면… 하이브리드 전략이 관건
에픽 퓨리 작전은 한국 방위산업(K-방산)에 단순한 수출 기회를 넘어 전략적 선택의 기로를 안기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K9 자주포, K2 전차 등 지상 무기 체계의 수출 붐을 촉발했다면, 이번 미-이란 전쟁은 미사일과 대공 무기를 전장의 중심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iM증권 리서치센터의 변용진 연구원은 3일 보고서에서 "미국의 패트리엇 등 방공 자산이 중동 내 자국 기지 방어에 우선 소진되면서, 올해 양산에 들어가는 한국형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이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대상으로 사전 수출승인을 확보해 놓은 만큼, 향후 계약이 급진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변 연구원의 판단이다.
현재 K-방산의 경쟁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증명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신속한 납기(納期) 능력'에 기반한다. 2022년 폴란드와의 초대형 수출 계약이 이를 상징한다. 그러나 에픽 퓨리가 현대전의 눈높이를 다시 첨단 정밀타격으로 끌어올린 만큼, 업계 안팎에서는 저렴한 소모성 무기 체계와 미국식 고성능 무기 체계를 동시에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전쟁에서 미군 F-15가 연합국 오인 사격으로 격추되고 정밀 유도탄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는 상황은,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천궁-II, L-SAM)와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의 기술 고도화가 얼마나 시급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방산 전문가들은 "전 세계 무기 수입국들이 우크라이나식 소모전과 미국식 기술 우위 사이에서 고민하는 만큼, 한국은 첨단 기술을 갖추되 대량 생산이 가능한 유일한 대안으로서의 입지를 굳혀야 한다"고 제언한다. 2026년 K-방산 수주잔고가 100조 원을 돌파한 가운데, 에픽 퓨리의 최종 결과가 한국 방산의 차세대 주력 상품군을 드론 위주의 저가 병기로 이끌지, 고성능 정밀타격 플랫폼으로 이끌지 결정할 것이다. 양자를 모두 포괄하는 '제3의 길'을 선점하는 기업이 글로벌 방산 시장의 주도권을 쥐게 될 전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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