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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WTI 30% 폭등…미국, 글로벌 에너지 패권 거머쥔다 [미중 에너지 패권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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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WTI 30% 폭등…미국, 글로벌 에너지 패권 거머쥔다 [미중 에너지 패권 전쟁]

이란 전쟁이 촉발한 공급 대란, 세계 최대 산유국 미국에 '결정적 기회'로 작용
중국, 수입 석유의 44%가 중동산…GDP 직격탄·미국 패권 도전 차단 현실화 우려
이란 전쟁이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라 미국이 오랫동안 구상해 온 '에너지 지배(Energy Dominance)' 전략의 현실화라는 분석이 세계 주요 싱크탱크에서 잇달아 나온다. 중동 공급망이 흔들릴수록 세계 최대 산유국 미국의 전략 레버리지는 커지는 구조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이란 전쟁이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라 미국이 오랫동안 구상해 온 '에너지 지배(Energy Dominance)' 전략의 현실화라는 분석이 세계 주요 싱크탱크에서 잇달아 나온다. 중동 공급망이 흔들릴수록 세계 최대 산유국 미국의 전략 레버리지는 커지는 구조다. 이미지=제미나이3
원유 수입국 한국의 100조 원 긴급 안정화 프로그램 발동이 시사하듯,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는 날 에너지를 스스로 마련하지 못하는 나라의 취약성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지난 2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기습 공습으로 이란 전쟁이 불거진 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이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글로벌 에너지·식량 안보 위기"라고 선언한 가운데, 세계는 지금 석유·가스 패권을 누가 쥐느냐를 놓고 새판을 짜고 있다.

이 전쟁이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라 미국이 오랫동안 구상해 온 '에너지 지배(Energy Dominance)' 전략의 현실화라는 분석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컬럼비아대 국제에너지정책센터(CGEP), 브뤼겔 연구소 등 세계 주요 싱크탱크에서 잇달아 나온다. 중동 공급망이 흔들릴수록 세계 최대 산유국 미국의 전략 레버리지는 커지는 구조다.

호르무즈 봉쇄, 글로벌 시장 역사상 최대 공급 충격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뒤 쿠웨이트·이라크·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1000만 배럴 이상 줄었다. 글로벌 석유 시장 역사상 가장 큰 공급 차질이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20달러(18만 원)를 넘어섰고, 미국 기준 원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연초 대비 30% 치솟았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 한 달 새 갤런당 약 1달러, 33% 뛰었다.

카타르의 QatarEnergy는 전체 수출에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사드 알카비 카타르에너지 CEO 겸 에너지부 장관은 이달 19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이번 공격으로 LNG 수출용량의 17%가 손실됐다고 공식 확인했다. 연간 공급 감소량은 1280만 톤, 매출 손실은 200억 달러(30조 원)에 달한다. 그는 한국·중국·이탈리아·벨기에와 체결한 LNG 장기공급계약에 대해서도 이행 불가를 선언해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카타르 라스라판 터미널 복구에 3~5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20263월 단기에너지전망(STEO)에 따르면 미국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 10월 하루 1387만 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은 2022년부터 LNG 최대 수출국 자리도 지키고 있다.

"국내 수요 채우고도 남아"…미국만 누리는 에너지 안보


라피단에너지(Rapidan Energy) 글로벌 가스·LNG 리서치 이사 알렉스 먼턴은 "미국은 국내 수요를 자국 생산으로 모두 충당하고도 남아 수출한다. 국제 상황이 어떻게 돼도 자국 소비자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위기는 미국 LNG 투자를 더 당기는 계기"라며 "수출 시장에 큰 호재"라고 덧붙였다.

캡스톤(Capstone) 부사장 잭 벅리는 반론도 짚었다. 그는 "중동 사태 이후 미국 LNG 수출 수요가 늘어난다면,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던 미국 국내 가스 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출 확대로 인한 국내 공급 타이트화와 글로벌 유가 동조화가 동시에 미국 내 에너지 가격을 밀어 올리는 구조다.

컬럼비아대 CGEP 소장 제이슨 보르도프는 "트럼프는 에너지 패권이 이란 전쟁 비용을 상쇄할 것으로 도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2기 출범 이후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슬로건 아래 화석연료 규제를 대폭 푼 데 이어, '에너지 지배' 전략을 공식 국정 목표로 선언했다.
에너지 분석 업체 케플러(Kpler)"카타르 공급 손실분을 메울 대체 공급원이 구조적으로 없다"고 밝혔다. 미국과 호주는 이미 최대 용량 근처에서 가동 중이고, 나이지리아·알제리·트리니다드는 추가 물량 확보에 제약이 있다. 월간 부족분 580만 톤 가운데 현실적으로 추가 공급 가능한 물량은 200만 톤 아래, 34%에 불과하다는 게 케플러의 계산이다.

·, 공급선 다변화 본격 가동


한국은 원유의 약 70%, LNG20% 이상을 중동에서 들여오며 이 물량의 95% 이상이 호르무즈를 경유한다. 일본은 원유 수입의 95.9%를 중동에 의존한다. 전 세계 호르무즈 원유 물량의 약 70%가 중국·인도·일본·한국으로 향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에너지 시장 변동성에 대응해 100조 원 규모의 시장 안정화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기후부는 LNG 수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석탄화력발전소 가동률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김정관 장관은 이달 14~15일 도쿄에서 열린 제1차 인도태평양 에너지안보 장관회의에 참석해 일본과 공급망·에너지 안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가스공사와 일본 에너지 기업 JERA는 같은 날 LNG 수급 위기 공동 대응을 위한 LNG 스왑 협정을 체결했다.

CSIS는 중동산 LNG 공급은 호르무즈 통과 위험으로 장기계약 전 기간에 걸쳐 피하기 어려운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 등 非중동권 LNG 공급은 장기적 매력이 추가됐다는 것이 CSIS의 분석이다.

440억 달러 알래스카 LNG, 아시아 새 공급로로 부상


440억 달러(66조 원) 규모의 알래스카 LNG 수출 프로젝트가 속도를 내고 있다. 최대 주주 글렌파른(Glenfarne) 그룹은 이달 도쿄 에너지 컨퍼런스에서 구속력 있는 공급 계약 체결과 최종투자결정(FID)을 올해 말~2027년 초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첫날 '알래스카 에너지 잠재력 발현' 행정명령에 서명해 이 프로젝트를 뒷받침했다. EIA2024년 말부터 2025년 보고서를 통해 알래스카의 원유 생산량이 2025~2026년 사이에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17년 이후 지속되던 감소세가 처음으로 꺾이는 전환점이다. 알래스카산 LNG는 기존 텍사스산보다 아시아까지 운송 시간이 약 10일 단축된다.

중국의 딜레마는? 에너지 목줄 쥔 미국, 패권 도전에 브레이크 밟나


이란 전쟁의 이면에는 중국의 패권 도전을 에너지 통제를 통해 차단하려는 미국의 지경학적 계산이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틀라스 국제문제연구소(Atlas Institute for International Affairs)"미국이 이란에 집착하는 것은 페르시아만 글로벌 에너지 자원의 지배를 겨냥한 지경학적 논리"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소는 "이란을 무력화함으로써 미국은 서방의 중동 석유 접근권을 경쟁 세력에 전략 지렛대로 넘기지 않으면서 보장하고, 중국의 발전을 억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취약성은 수치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중국 세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은 소비한 석유의 약 75%를 수입에 의존했으며 이 가운데 44%가 중동산이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원유 수입량의 약 3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고 보도했다. 에너지 분석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이란 원유 수출량의 80% 이상을 사들였으며 그 양은 하루 평균 138만 배럴에 달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자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에너지 조달에서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낸 것이다.

국영 에너지 기업 시노펙(Sinopec)은 이달 정제 능력을 최소 1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EIA는 저장성·푸젠성 등 해안 지역 일부 정유 시설이 생산량을 줄이거나 가동을 중단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올해 1~2월 중국의 원유 수입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8% 늘었는데, 이는 전쟁 발발 전 비축을 서두른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의 전략 비축유는 약 14억 배럴로 3~4개월치 대응이 가능한 규모지만,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이 완충재도 한계에 달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는 "유가가 10% 오르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0.4%포인트 상승하고, 세계 국내총생산(GDP)0.1~0.2%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올해 성장 목표를 4.5~5%로 이미 낮춘 상태인데, 에너지 가격 충격이 장기화하면 이 목표조차 지키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프랑스 르몽드는 이달 17"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이미 중국의 에너지 공급에 차질을 빚게 만들었다. 중동을 경제 확장의 핵심축으로 삼아온 중국 전략의 취약성이 이번 전쟁으로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도 단기 구원투수가 되기 어렵다. 브뤼겔 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는 "중국이 호르무즈로 수입하는 원유는 하루 540만 배럴로 러시아 수입량(하루 약 210만 배럴)의 두 배가 넘는다. 러시아가 단기에 이를 대체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중국이 이란·러시아에 대한 미국 주도 경제 제재를 지속적으로 우회하고 있다며, 이 경우 글로벌 2차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반론도 제기된다. 보르도프 CGEP 소장과 에리카 다운스 선임 연구원은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에서 "에너지 안보 불안이 커질수록 각국이 태양광·배터리·전기차 전환을 서두를 것이고, 이는 청정에너지 기술에서 중국 의존을 되레 심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화석연료 위기가 중국의 재생에너지 패권을 강화하는 역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미국이 자국이 의존하는 교역·전략 파트너들에게 막대한 비용을 안겼다. 동맹국 경제 피해는 전후 안정화를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해 미국의 에너지 패권 전략이 동맹국에도 상처를 남긴다는 점을 지적했다.

CSIS 에너지 분석가 새라 에머슨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LNG 터미널이 파괴되면 수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대체가 까다롭다.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에 매우 큰 충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 전쟁이 에너지 지형을 어떻게 바꿀지를 결국 판가름하는 것은 세 가지 변수다. 호르무즈 봉쇄가 얼마나 오래가느냐, 미국이 알래스카에서 얼마나 빨리 새로운 물량을 끌어올리느냐, 그리고 중국이 에너지 조달 위기를 버텨내는 3~4개월 비축유가 한계에 달하기 전 봉쇄가 풀리느냐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