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그섬 타격·호르무즈 봉쇄, 이란산 원유 하루 161만 배럴 차단 위기
AI 주도 정밀타격, 중국산 방공망 무력화…희토류 카드마저 흔들려
AI 주도 정밀타격, 중국산 방공망 무력화…희토류 카드마저 흔들려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합동 군사 작전(에픽 퓨리 작전·Operation Epic Fury)을 개시한 이후, 에너지 패권 게임의 판도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의 관세·기술 수출 통제에 맞서 희토류 수출 통제라는 카드를 쥔 채 협상 테이블에 앉아 왔다. 그러나 이란산 원유와 페르시아만 항로가 동시에 봉쇄 위기에 빠지면서 구도가 역전될 수 있는 상황이 형성되고 있다. 중국은 전체 원유 수입량의 최대 20%를 잃을 수 있는 에너지 안보 최대 위기에 직면했고, 인공지능(AI)이 주도한 미군의 정밀타격 능력이 중국산 방공 시스템을 사실상 무력화했다는 보고까지 잇따르면서 "희토류로는 석유 공급망 충격을 막을 수 없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이란 원유·호르무즈 봉쇄, 중국 에너지 수급 20% 흔들
미 공군은 이달 13일 이란 최대 석유 수출 거점인 카르그섬(Kharg Island)을 공습해 군사 시설 90곳 이상을 파괴했다. 카르그섬은 이란 석유 수출의 최대 90%를 처리하는 전략 요충지다. 이란은 이달 4일부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통과 선박을 공격 중이다. 이 해협은 하루 2000만 배럴, 전 세계 석유 해상 물동량의 27%가 지나는 길목이다.
중국이 입을 타격은 수치로 바로 드러난다. 지난해 기준 이란은 하루 161만 배럴을 중국에 공급하며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2대 공급국이었다. 이는 중국 전체 원유 수입량(하루 약 1160만 배럴)의 14~20%에 해당한다. 이란 석유 수출의 90% 이상이 중국 단일 시장으로 흘러들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도 중국 수입의 약 4%를 차지했으나, 미국은 올해 1월 3일 이른바 '확고한 결의 작전'(Operation Absolute Resolve)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카라카스 관저에서 체포해 뉴욕으로 압송하면서 사실상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도 장악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 공급이 동시에 막히면 중국은 원유 수입의 약 20%를 잃게 된다. 더 큰 위협은 호르무즈 봉쇄다. 중국이 하루 수입하는 원유 약 1160만 배럴 가운데 45%가 페르시아만을 통해 들어온다.
허드슨 연구소(Hudson Institute)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군의 카르그섬 군사 시설 타격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주석과의 협상에서 강력한 우위를 점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카르그섬이 "결국 미국의 자산이 될 것"이라고 공개 발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공습에서 석유 인프라 자체는 겨냥하지 않았으나, 이란이 호르무즈 자유 항행을 방해하면 즉시 재고하겠다고 경고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앞서 카르그섬 봉쇄 시 이란 수출 하루 약 160만 배럴 전량이 차단되며 국제 유가에 배럴당 10~12달러의 추가 상승 압력이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유가는 전쟁 발발 이후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103달러를 기록했고 한때 119달러 50센트까지 치솟았다. CSIS 예측의 두 배가 넘는 폭등이다.
AI가 뒤바꾼 전쟁 방식, 중국산 방공망 속수무책
이번 작전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AI 기반 정밀타격 체계다.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은 AI 도구가 표적 선정에 핵심 역할을 했다고 공식 인정했다. NBC 뉴스는 팔란티어(Palantir)의 소프트웨어가 앤스로픽(Anthropic)의 AI 시스템 클로드(Claude)를 활용해 잠재 표적을 가려냈다고 보도했다. 개전 첫 24시간에 1000개 표적을 동시 타격한 이 작전은 AI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 자문역이자 홍콩 중문대학교 선전 캠퍼스 공공정책대학원 학장인 정융녠(鄭永年)의 말을 최근 인용해 "팔란티어·앤스로픽·안두릴(Anduril) 등 이른바 '테크 우파' 기업들이 정보 수집과 작전 수행의 핵심을 맡으면서 미국의 군사력 투사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이 AI를 오락·소비 분야에만 치중하고 군사 전략 통합에 뒤처진다면 전략적으로 취약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라시아 리뷰(Eurasian Review)는 "이란과 베네수엘라 사태는 중국 에너지 안보에 대한 첫 번째 진정한 시험대"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현재 90일치 이상의 원유 전략 비축분을 보유하고 있으나,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하면 러시아 루트 확대 등 대체 공급망 구축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에너지 안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에너지와 AI, 두 전선에서 동시에 수세에 몰린 중국이 그동안 미국에 맞서 꺼내 들던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는 이번 사태로 힘이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드슨 연구소는 "희토류가 첨단 산업의 원료라면 석유는 국가 존립의 기초 에너지"라며 "미국이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석유 흐름을 틀어쥐면, 중국의 희토류 보복은 미국 국방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어도 중국 내부의 산업 가동 중단 위기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짚었다. 에너지·기술 두 축을 동시에 공략하는 미국의 전략이 중국의 희토류 패권에도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