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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옴 7조 원 계약 해지… 현대건설·삼성물산 '제2 중동붐'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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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옴 7조 원 계약 해지… 현대건설·삼성물산 '제2 중동붐' 끝나나

트로제나 다목적댐·더 라인 터널 줄줄이 중단… 사우디, 관광 접고 에너지·산업 인프라로 급선회
올해 1분기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신도시 사업 '네옴(NEOM)'이 총 50억 달러(약 7조5500억 원) 규모의 건설 계약을 잇달아 해지하며 사업 판도가 뒤집혔다. '제2 중동붐'을 기대하던 국내 건설업계의 기대감도 한껏 꺾이는 모양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올해 1분기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신도시 사업 '네옴(NEOM)'이 총 50억 달러(약 7조5500억 원) 규모의 건설 계약을 잇달아 해지하며 사업 판도가 뒤집혔다. '제2 중동붐'을 기대하던 국내 건설업계의 기대감도 한껏 꺾이는 모양새다. 이미지=제미나이3
올해 1분기,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신도시 사업 '네옴(NEOM)'이 총 50억 달러(약 7조5500억 원) 규모의 건설 계약을 잇달아 해지하며 사업 판도가 뒤집혔다. '제2 중동붐'을 기대하던 국내 건설업계의 기대감도 한껏 꺾이는 모양새다.

네옴이 단기간에 이처럼 대규모 계약을 무더기 해지한 것은 단순한 공사 조정이 아니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갈등의 장기화와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재정 긴축이 맞물리면서 '미래형 관광 도시' 청사진이 '에너지·산업 인프라' 중심으로 근본부터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표] 네옴(NEOM) 주요 계약 해지 현황(2026년 1분기 기준).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표] 네옴(NEOM) 주요 계약 해지 현황(2026년 1분기 기준). 도표=글로벌이코노믹


트로제나 핵심 공사 전면 중단…이탈리아 위빌드, 7조1000억 원 잔고 날려


리피니티브·자위야 프로젝트 등의 26일(현지 시각) 보도를 보면, 이번 계약 해지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이탈리아 건설사 위빌드다. 회사 측은 3월 25일 네옴 측으로부터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Trojena) 내 다목적댐 3기와 인공 호수(2.8㎢), 고급 호텔·주거 복합시설 '더 보우(The Bow)' 건설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해지 효력은 3월 29일부터다.

2023년 말 체결된 이 계약의 총액은 47억 달러(약 7조1000억 원). 해지 시점 기준 공정률은 약 30%에 불과했고, 미착수 잔여 공사 물량 약 28억 유로(약 4조8700억 원)가 그대로 소멸됐다. 위빌드는 "네옴 측이 트로제나 내 다른 계약에 대해서도 같은 권한을 행사했다"면서 후속 보상 협의가 진행 중임을 알렸다.

말레이시아 에버센다이도 피해를 피하지 못했다. 3월 24일 공시를 통해 트로제나 스키 빌리지의 철골 구조물 공사 계약이 해지됐다고 발표했으며, 해지 효력은 3월 26일 발생했다. 이번 해지로 에버센다이의 수주 잔고는 11억5000만 달러(약 1조7300억 원)에서 5억600만 달러(약 7600억 원)로 반토막 났다.

현대건설, 더 라인 터널 계약도 해지…"재무 손실 없다" 진화 나서


국내 건설사 현대건설도 이번 사태를 비켜가지 못했다. 회사는 3월 13일 네옴 측으로부터 더 라인(The Line) 지하 교통터널 공사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해당 공사는 선형 미래 도시 더 라인 지하에 12.5㎞ 길이의 고속도로·철도·화물 통합 터널을 구축하는 사업으로, 현대건설이 삼성물산·그리스 아키로돈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2022년 6월 수주했다. 현대건설의 지분은 전체의 35%, 금액 기준 약 5억7500만 달러(약 8600억 원)다.

현대건설은 "발주처의 사업 재편에 따른 계약상 권한 행사이며 시공 역량이나 이행 실적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기성금 정산을 완료했고, 철수 비용 등 추가 보상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세부 합의 내용은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

에너지·AI 인프라로 무게중심 이동…"네옴은 죽지 않았다, 탈바꿈 중이다"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계약 해지를 네옴 프로젝트 전반의 전략 선회로 해석한다. fDi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올해 포트폴리오 전반에 걸쳐 최소 20%의 예산을 삭감했고, 네옴 등 일부 사업에서는 삭감 폭이 최대 6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해지된 계약들이 모두 관광·리조트 용도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국내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우디가 네옴의 사업 범위를 조정하고 단계별 완공 시점을 늦추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라면서 "이번 해지는 관광 인프라를 뒤로 밀고, 재생에너지·AI 데이터센터·수출형 산업단지처럼 경제적 수익이 확실한 분야에 자원을 우선 집중하겠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네옴은 최근 성명을 통해 앞으로의 우선순위를 주거·의료·교육·2030 리야드 엑스포 및 2034 FIFA 월드컵 경기장 등 '즉각적 사회·경제 효과'가 있는 인프라에 두겠다고 밝혔다. '미래 도시 쇼케이스'보다는 실질적 귀환을 선택한 셈이다.

당장 손실은 없지만…"네옴 특수 소멸"에 중장기 성장전략 다시 짜야


건설사들이 즉각적인 재무 손실을 면한 것은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위빌드와 현대건설 모두 "발주처의 정당한 계약상 권리 행사"임을 인정하면서도 기성금 정산 완료와 보상 협의 중임을 공식 확인했다.

그러나 금융권과 해외 수주 전문가들은 수주 잔고 급감이 중장기 실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건설 전문 애널리스트는 "당장의 손실 차단에 성공했더라도 '네옴 특수'를 기대하며 짜놓은 수주 성장 로드맵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면서 "잔여 프로젝트의 지속 여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사우디 엑스포·월드컵 연계 인프라 수주로 발 빠르게 전환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사태는 해외 대형 프로젝트가 발주국의 정책 변화와 지역 정세 리스크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사우디가 관광 도시에서 산업 허브로 방향을 트는 지금, 국내 건설사들에는 '수주 규모'가 아닌 '수주 체질'을 바꾸는 것이 진정한 과제로 남게 됐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