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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터보퀀트' 충격...삼성·하이닉스·한미반도체, 이틀만에 시총 109조원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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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터보퀀트' 충격...삼성·하이닉스·한미반도체, 이틀만에 시총 109조원 사라져

지난 18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7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HBM4, HBM4E 메모리를 살펴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8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7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HBM4, HBM4E 메모리를 살펴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글이 공개한 인공지능(AI) 메모리 압축 기술 '터보퀀트'가 국내 반도체 대장주를 연달아 강타했다.

29일 글로벌이코노믹이 시가총액 기준 반도체 상위 3개사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의 시가총액이 이틀 사이 109조 원 넘게 사라졌다.

지난 26일부터 27일까지 2거래일간 삼성전자는 18만9000원에서 17만9700원으로 4.92% 하락했다. 25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1118조8000억 원에서 약 55조 원이 증발했다. SK하이닉스는 낙폭이 더 가팔랐다. 99만5000원에서 92만2000원으로 7.34% 떨어지며 25일 시총 709조1000억 원 대비 52조 원이 빠져나갔다.

HBM 후공정 핵심 장비업체 한미반도체는 세 종목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다. 30만 원에서 27만5500원으로 8.17% 하락하며 25일 시총 28조6000억 원에서 약 2조3000억 원이 사라졌다. 세 종목 합산 시총 손실액은 약 109조3000억 원에 달한다.
충격의 진원지는 구글 리서치가 지난 24일(현지시간) 공개한 터보퀀트 논문이다.

이 기술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의 추론 과정에서 AI가 이전 대화 내용을 기억하는 임시 메모리 'KV 캐시'를 벡터 양자화 방식으로 압축해, 정확도 손실 없이 메모리 사용량을 기존 대비 6분의 1 수준으로 줄인다. 엔비디아 H100 GPU 기준 연산 속도는 최대 8배까지 빨라진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구글은 향후 자사 AI 모델 제미나이와 검색에 터보퀀트를 적용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메모리 수요 둔화 우려 때문이다. 지금보다 훨씬 적은 양의 메모리로도 복잡한 AI 연산이 가능해질 경우, AI 서버 인프라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꺾일 수 있다는 해석이 매도세로 이어졌다. AI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저비용 AI 모델로 시장을 뒤흔든 '딥시크 모멘트'에 비견되는 '구글판 딥시크 모멘트'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낙폭 과잉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터보퀀트는 AI 학습이 아닌 서비스 단계의 효율을 높이는 기술인 만큼, 고성능 GPU 수요와는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모티프테크놀로지의 임정환 대표는 "터보퀀트는 데이터 압축 기술이기 때문에 고성능 AI 연산 수요와는 별개 문제"라며 "첨단 GPU 수요는 계속 팽창할 수밖에 없어 당장 저비용 구조를 확립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신동훈 NC AI AX테크센터장도 "앞으로 AI 인프라 생태계는 장비 스케일업 경쟁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반의 최적화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분석하면서도, "빅테크가 이 압축 기술을 활용해 초거대 모델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API 형태로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메모리 수요를 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AI 효율이 높아지면 전체 사용량이 늘어나는 '제번스의 역설'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기대다. 국내 AI 기업 관계자는 "1970∼80년대 PC 가격이 낮아지면서 오히려 IT 산업 전체 규모가 커졌던 것처럼, 이 기술이 확산되면 AI 스타트업들의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글은 오는 4월 23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AI 국제학술대회 'ICLR 2026'에서 터보퀀트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과 실제 파급력은 아직 불확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시장의 시선은 학술대회 이후 나올 구체적인 적용 일정과 성능 검증 결과에 쏠려 있다.


장기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yjangmo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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