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PER,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추락… 성장률 2배인데 월마트보다 저평가
엔비디아 선행 PER 19.9배, 7년 만에 최저… 애플(28.7배)에도 역전당해
MS·오라클 밸류에이션 10년 만에 수렴… "저평가가 아니라 수익성 검증 단계 진입"
엔비디아 선행 PER 19.9배, 7년 만에 최저… 애플(28.7배)에도 역전당해
MS·오라클 밸류에이션 10년 만에 수렴… "저평가가 아니라 수익성 검증 단계 진입"
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 AI 투자 열풍 속에서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기술주 보유 규모는 1718억 달러(약 263조 원, 한국예탁결제원, 2026년 1월 기준)에 달한다. 그런데 이들이 들고 있는 엔비디아,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가 실적과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성장률이 두 배인 기업이 전통 유통 공룡보다 낮은 평가를 받고, AI 칩 왕자(王者)가 스마트폰 제조사보다 헐값에 거래된다. 왜 이런 역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 달 30일(현지시각) 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은 금융 데이터 분석사 코이핀(Koyfin)의 자료를 인용해 아마존과 엔비디아 등 주요 AI 관련 기술주들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주가 수익 배수(PER, 이하 배수)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단순한 저평가 논란을 넘어, AI 투자 사이클의 구조적 전환점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미지 확대보기아마존, 2008년 금융위기 수준 추락… 월마트보다 싸진 '성장주의 굴욕'
코이핀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아마존 주식은 수익 배수 기준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구간에 위치해 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아마존 주가가 사상 처음으로 전통 유통 공룡 월마트보다 낮은 배수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이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분석에 따르면 아마존의 연간 매출 성장률은 12% 이상으로 전망되는 반면, 월마트는 5%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 속도가 두 배 이상 빠른 기업이 느린 기업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 셈이다. 디 인포메이션은 이를 두고 시장에 일종의 '선택적 AI 경계심 증후군'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저평가의 이면에는 더 구체적인 구조적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첫째, CAPEX(자본적 지출) 피크아웃 우려다. 아마존은 2026년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를 2000억 달러(약 305조 원)로 책정했는데, 에버코어(Evercore ISI)는 이 규모가 당초 우려를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아마존의 2026년은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해"라고 경고했다. 데이터센터 투자 사이클이 정점에 가까워질수록 막대한 감가상각 비용이 장부 이익을 잠식하고 현금 창출력이 급격히 악화한다. AWS(아마존 웹서비스)와 리테일 사업이 혼재된 복합 구조도 순수 클라우드 기업보다 낮은 배수 할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둘째, 금리와 할인율 문제다. 고성장주의 배수는 대략 '성장률 ÷ 할인율' 로 결정된다. 지정학 리스크 심화, 미국의 고금리 기조, 달러 강세 등이 맞물려 미래 이익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진 상태다. AI 회의론이 아니라 거시경제적 요인이 배수를 압축하는 더 근본적인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저평가 기조는 비상장 AI 유니콘 기업의 기업공개(IPO) 전망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오픈AI(OpenAI)와 앤스로픽(Anthropic) 등이 상장에 나설 경우 기대한 몸값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엔비디아 PER 19.9배… 애플보다 싸진 'AI 칩 황제'의 역설
AI 칩 시장의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의 상황은 더욱 아이러니하다. 코이핀 데이터 기준, 엔비디아의 선행 수익 배수는 19.9배로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AI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애플의 선행 배수는 28.7배에 달한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는 엔비디아의 매출이 내년 1월까지 연간 71%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은 같은 기간 12% 성장에 머물 전망이다. 성장 속도가 6배 가까이 차이 나는 두 기업의 배수가 역전된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투자은행 번스타인(Bernstein)의 스테이시 래스곤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의 현재 밸류에이션은 지난 10년 분포 기준으로 하위 11% 수준에 해당하는 역사적 저평가 구간"이라며 "일반 종목이라면 특별히 싸 보이지 않겠지만, 엔비디아 기준에서는 의미 있는 매수 기회"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장의 냉정한 시각도 무시할 수 없다. 핵심 쟁점은 GPU(그래픽 처리 장치) 공급 사이클의 지속 가능성이다. 현재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의 GPU 주문이 실제 수요보다 과도하게 선반영됐을 수 있다는 '중복 발주(over-ordering)'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과거 메모리 반도체가 그랬듯, 지금의 70% 성장이 내년 20%대로 꺾인다면 현재의 배수조차 과하다는 논리다. 여기에 구글의 TPU, 아마존의 트레이니움(Trainium) 등 빅테크 자체 개발 AI 칩 확산이 엔비디아의 시장 독점력을 얼마나, 얼마나 빨리 침식할지도 배수에 직결된 핵심 변수다.
한국 시장 관점에서 이 문제는 더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독점에 가까운 비중으로 공급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GPU 수주 사이클이 꺾이는 시점이 SK하이닉스의 실적 변곡점과 사실상 일치한다"고 전했다. 엔비디아의 배수 역전이 단순한 미국 증시 이슈가 아닌 이유다.
MS·오라클 10년 만에 배수 수렴… '역습'인가, '도박'인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전례 없는 지각변동이 감지된다. 올해 들어 주가가 약 26% 하락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선행 배수 20.4배에 거래되고 있다. 경쟁사 오라클의 18.5배와 격차가 크게 좁혀진 것으로, 두 회사의 배수가 이 정도로 수렴한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2년 전만 해도 MS(34배)와 오라클(20배)의 격차는 상당했다.
배경에는 성장 정체 우려가 있다. S&P 글로벌은 MS의 향후 매출성장률이 연간 16%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티아 나델라 CEO는 실적 발표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을 시인했고, 핵심 병목이 엔비디아 칩이 아니라 데이터센터용 전력과 토지 허가권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MS가 현재 1달러를 벌어들일 때마다 약 98센트를 AI 인프라에 재투자해야 하는 구조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라클은 이와 대조적이다. 2025 회계연도 성장률 8.4%가 2028 회계연도에 46.5%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시장을 달구고 있다. 실제로 오라클은 2024 회계연도 약 68억 달러(약 10조 원)였던 설비투자(CAPEX)를 2025 회계연도에 212억 달러(약 32조 원)로 세 배 이상 늘렸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2026년 전 세계 AI 시장 CAPEX를 5270억 달러(약 803조 원)로 전망하며, 오라클이 클라우드 후발 주자에서 핵심 인프라 공급자로 도약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오라클 재무 구조를 보면, 이 같은 공격적 투자는 양날의 검이다. 212억 달러(약 32조 원) 규모의 CAPEX는 잉여현금흐름(FCF)을 이미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감가상각률 20% 기준으로 계산하면 연간 감가상각 비용이 이 기업의 전체 이익을 상회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오라클의 덩치는 MS의 일부에 불과해 단순 배수 비교는 무의미하며 대규모 차입을 기반으로 한 CAPEX 확장은 AI 수요 사이클이 한 번만 꺾여도 감가상각과 이자 비용이 동시에 압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싸다'고 사야 하나… 세 가지 리스크 시나리오
지금의 저평가가 역사적 매수 기회인지, 아니면 거품 정상화의 시작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반대 시나리오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리스크 시나리오 1, AI CAPEX 피크아웃 후 FCF 위기다.
아마존, MS, 오라클은 2026년에만 수천억 달러를 데이터센터에 쏟아붓고 있다. 에버코어는 이미 빅테크 하이퍼스케일러들의 12개월 선행 FCF가 2022년 사이클 저점 아래로 떨어졌다며 '황색경보(yellow flag)'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경고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CAPEX(설비투자비)를 뺀 것이 FCF(Free Cash Flow, 잉여현금흐름)이다. 기업이 벌어들인 돈에서 서비스 유지와 설비투자에 쓸 돈을 다 쓰고 돈이 말라버리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다.
투자회수까지의 시차가 길어질수록, 장부상 이익을 수익성 악화의 징표로 읽어야 할 수 있다.
△리스크 시나리오 2, GPU 주문 '선반영' 후 사이클 급랭이다.
AI 가속기 수요가 구조적이 아니라 일시적 인프라 구축 수요라면, 엔비디아는 2026~2027년 이후 메모리 반도체와 같은 사이클 급락을 경험할 수 있다. 이 경우 지금의 배수조차 적정하지 않다.
△리스크 시나리오 3, AI 서비스 가격 붕괴와 마진 압축이다.
브로드컴의 호크 탄 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AI 매출의 총마진이 비AI 매출보다 낮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오픈소스 AI 확산과 중국 딥시크(DeepSeek) 같은 저비용 모델의 급부상은 LLM(거대언어모델) 서비스의 가격 경쟁을 불가역적으로 심화시킬 수 있다.
한국 투자자가 지금 당장 봐야 할 지표 3가지
삼성전자의 AI 반도체 수주 경쟁력이 흔들리고, SK하이닉스의 HBM 독점 공급 지위가 엔비디아 수요 사이클과 직결된 국내 시장에서는 이 흐름이 더 예민하게 작동한다. 투자 판단의 근거로 지금 당장 주목해야 할 지표는 세 가지다.
첫째, 빅테크 CAPEX 증가율 추이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전 세계 하이퍼스케일러 CAPEX가 36% 추가 증가한 6020억 달러(약 91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증가율이 2027년에도 이어지는지, 아니면 꺾이는지가 엔비디아와 HBM 수요의 선행 지표다.
둘째, HBM 단가와 가동률이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공급물량이 이미 완판됐다고 밝혔지만, 단가와 마진이 유지되는지를 분기 실적마다 확인해야 한다.
셋째, S&P 500 IT 섹터의 PER 밴드다. 현재 S&P 500 평균 PER이 22배 수준인데, AI 대장주들이 이보다 낮은 배수에서 거래되는 비정상이 언제까지 지속되는지가 반등의 타이밍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증권가에서는 미래 이익을 알 수 없는 구간에서는 투자자의 마음만 흔들릴 뿐, 우려는 언제든 환호로 바뀔 수 있으므로, AI 기업들의 이익이 구체화되는 시점이 가시화되면 지금의 저평가는 빠르게 해소될 수 있다고 여전히 신중한 가운데 낙관적 기대를 담아 전망한다.
현재 시장은 AI의 '성장성'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수익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지금 저평가는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AI 산업이 인프라 구축 단계에서 수익 창출 단계로 넘어가는 검증의 관문에 진입했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이 관문을 통과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주가 격차는 지금보다 훨씬 더 벌어질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