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시대의 유효기간 만료, 30년 패키징 주도권 흔드는 소재 혁명의 공습
독자 노선 걷는 글로벌 '글라스 연합', 낡은 기판에 갇힌 한국 반도체의 생존 시나리오
독자 노선 걷는 글로벌 '글라스 연합', 낡은 기판에 갇힌 한국 반도체의 생존 시나리오
이미지 확대보기반도체 패키징의 기초 체력을 바꾸는 유리 기판의 등장
반도체 칩을 얹는 기판 소재가 기존의 유기 소재에서 유리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인텔이 주도해온 글라스 기판 로드맵에 일본의 인쇄 및 소재 전문 기업들이 가세하며 상용화 시점이 2026년으로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유리는 플라스틱보다 열에 강하고 표면이 매끄러워 미세한 회로를 새기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 차세대 고성능 칩의 표준 기판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이 3월 29일 전한 바에 따르면 일본의 DNP와 미쓰이 화학은 초정밀 유리가공 기술을 완성하고 인텔의 차세대 AI 프로세서용 글라스 기판 공급망에 공식 합류하며 본격적인 소재 전쟁의 시작을 알렸다. 유리는 열팽창 계수가 매우 낮아 기존 기판의 고질적 문제였던 휨 현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칩을 더 얇게 만들고 더 촘촘하게 배열할 수 있게 하여 전체적인 반도체 성능을 40% 이상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지며 패키징 공정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고 있다.
데이터 전송 효율의 극대화와 전력 소모 절감의 조화
글라스 기판은 소재 특성상 전기적 간섭을 줄여 데이터 전송 중 발생하는 손실을 최소화한다. 이는 고성능 AI 반도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데이터 처리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전력 효율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애플을 비롯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차세대 모바일 프로세서에 글라스 기판 도입을 적극 검토하는 배경에는 전력 소모 절감이라는 강력한 유인이 존재한다.
일본 소재 강국들의 정밀 가공 기술력이 만드는 진입 장벽
유리 기판 상용화의 핵심은 깨지기 쉬운 유리를 얼마나 정밀하게 뚫고 깎아내느냐에 달려 있다. 일본의 기업들은 수십 년간 축적해온 유리가공 및 인쇄 기술을 바탕으로 이 분야에서 압도적인 기술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이는 제조 기술에 강점이 있는 한국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형태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소재 종속 우려를 낳고 있다.
소재 독립과 패키징 주도권을 위한 한국의 선제적 투자
한국 역시 SKC의 자회사 앱솔릭스 등을 통해 유리 기판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인텔과 일본 연합군의 속도전이 매섭다. 단순한 제조 라인 구축을 넘어 유리 기판용 소재와 장비의 국산화를 병행해야만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시장에서 주도권을 지킬 수 있다. 소재의 혁명이 반도체의 성능을 결정짓는 시대가 온 만큼 국가 차원의 전략적 지원과 연구 개발 역량 집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aedang@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