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이란전 미군 기밀, 中 AI 기업이 상품으로 팔다

글로벌이코노믹

이란전 미군 기밀, 中 AI 기업이 상품으로 팔다

오픈소스·위성·항적 데이터를 AI로 결합…항모·기지·항공기 움직임 실시간 추적
워싱턴 "능력 과장 가능성 있어도 그 의도 자체가 위협"…군민융합 전략의 그림자
2025년 7월 상하이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 중국 민간 AI 기업들이 오픈소스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결합해 이란전 미군 자산의 움직임을 추적·유통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AI가 민간 기술을 넘어 전장 감시 도구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7월 상하이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 중국 민간 AI 기업들이 오픈소스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결합해 이란전 미군 자산의 움직임을 추적·유통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AI가 민간 기술을 넘어 전장 감시 도구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란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국 민간 인공지능(AI) 기업들이 미국 군사자산의 움직임을 추적·가공해 사실상 '전장 정보 상품'처럼 유통시키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전쟁 당사자가 아닌 상황에서도, 민간 기술기업의 오픈소스 정보 분석 역량이 결과적으로 미국 군사작전에 부담을 주는 새로운 정보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5일(현지 시각) 중국 기업들이 위성영상과 선박·항공 추적 데이터, 각종 공개 정보를 AI로 결합해 중동 내 미군 전개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항저우에 본사를 둔 미자르비전(MizarVision)과 징안 테크놀로지(Jing'an Technology) 같은 업체들은 미국 항모전단의 이동 경로, 중동 기지 내 항공기 전개 상황, 미사일 체계 위치 등을 추적해 중국과 서방 플랫폼에 유포하고 있다. 이들 정보는 단순 분석 자료를 넘어 미국 군사작전을 '노출시키는' 상품처럼 포장돼 유통된다는 점에서 파장이 작지 않다. 워싱턴포스트는 일부 기업이 중국 인민해방군과 인증 또는 연계 고리를 갖고 있다고도 전했다.

"정확도 과장됐어도 방향성 자체가 위협"

문제는 이런 움직임이 단순한 인터넷 관전 문화 차원을 넘어선다는 데 있다. 중국 기업들은 오픈소스 정보(OSINT)와 AI를 결합해 미국의 군사 배치를 실시간에 가깝게 재구성하고 있으며, 그 결과 항모전단의 항적이나 특정 기지의 항공기 밀집 상황 같은 민감한 정보가 더 빠르고 더 넓게 퍼질 수 있다.

전문가들의 분석도 비슷하다. 지금 공개되는 정보의 정확도는 부분적으로 과장됐을 수 있지만, 민간 상업기술이 미군 감시에 쓰이도록 설계·마케팅되고 있다는 방향성 자체가 안보 위협이라는 것이다. 정보전에서는 실제 능력 못지않게 "그 정도는 볼 수 있다"는 인식을 심는 것만으로도 억제와 교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을 더 예민하게 만드는 것은 중국의 군민융합(軍民融合) 전략과 맞물린다는 점이다. 중국은 민간 AI 역량을 군사 영역과 연결하는 구조를 지난 수년간 강화해 왔으며, 이런 기업 활동은 베이징이 공식적으로 전쟁에 뛰어들지 않으면서도 우회적으로 전략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여지를 넓혀 준다. 워싱턴포스트는 분석가들을 인용해 이런 민간 기업들의 활동이 중국 국방 목표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른바 '그럴듯한 부인 가능성(plausible deniability)'을 유지한 채 동맹국이나 우호 세력에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美 하원 "AI가 전장 감시 도구로 전환"…경고음 고조


미국 정치권 반응도 거칠다. 미 하원 중국특위는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기업들이 AI를 미국을 겨냥한 전장 감시 도구로 바꾸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이 위협이 가까운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현실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와 정보당국도 "능력 과장"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중국 민간 기술 생태계가 군사 감시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점만큼은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중국 기업들이 주장하는 '실시간 추적'이나 특정 군용기 통신 포착 능력은 독립적으로 완전 검증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를 곧바로 사실로 단정하기보다는, 중국 민간 AI 기업들이 그런 능력을 과시하고 판매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더 무게를 두는 편이 정확하다.

이란전은 지금 군사 충돌인 동시에, 상업 기술이 전장 감시 자산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실험장이 되고 있다. 중국 민간 AI 기업들의 행보는 그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