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이재용의 2나노 승부수, 퀄컴의 '회군'에 침몰하나"... 삼성 파운드리, 대만에 짓밟힌 '1위의 꿈'

글로벌이코노믹

"이재용의 2나노 승부수, 퀄컴의 '회군'에 침몰하나"... 삼성 파운드리, 대만에 짓밟힌 '1위의 꿈'

4월 6일 디지타임즈 긴급 타전... 수율 장벽에 막힌 SF2P, 퀄컴 차기 스냅드래곤 TSMC 전량 배정 충격
기술 선점하고도 양산서 완패... 엑시노스 가동률 저하로 번지는 도미노 악재와 이재용의 결단
퀄컴 사옥 모습이다. 사진=퀄컴 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퀄컴 사옥 모습이다. 사진=퀄컴 홈페이지
삼성전자가 사활을 걸고 추진해온 2나노미터 파운드리 로드맵이 유례없는 강풍을 만났다. 차세대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의 절대적 갑이자 삼성 파운드리의 부활을 견인할 구원수로 점 찍혔던 퀄컴이, 삼성의 차세대 공정 대신 대만 TSMC로의 전량 회귀를 사실상 확정 지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대형 고객사 이탈을 넘어,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도입하며 자랑해온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구조의 양산 신뢰성이 다시 한번 거대한 의문부호 앞에 섰음을 의미한다.

대만의 IT 전문 매체인 디지타임즈(Digitimes)가 4월 6일 '삼성 2나노 수율 안정화 지연과 퀄컴의 TSMC 선회 내부 소식(Samsung 2nm Yield Stabilization Delay and Qualcomm's Internal Move to TSMC)'이라는 제하의 아티클을 통해 전한 바에 의하면, 삼성전자의 2나노 2세대 공정인 SF2P의 수율이 글로벌 팹리스의 양산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퀄컴은 내년도 플래그십 모델인 스냅드래곤 차기작의 생산 물량 전체를 TSMC의 2나노(N2) 라인으로 배정하기로 내부 방침을 굳혔으며, 이는 이재용 회장이 선언한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비전에 치명적인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나노미터의 저주에 갇힌 SF2P, 보이지 않는 수율의 벽


삼성의 SF2P 공정은 3나노에서 쌓은 GAA 경험을 바탕으로 전성비와 성능을 극대화하려 했던 야심작이다. 하지만 이론상의 우월함은 가혹한 양산 현실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나노 단위의 초미세 공정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한계와 공정 복잡도는 삼성의 엔지니어링 역량을 시험대에 올렸고, 현재 확인된 수율 성적표는 퀄컴과 같은 초일류 기업이 조 단위의 설계를 맡기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했다.

비즈니스는 신뢰다, 퀄컴이 택한 냉혹한 안전 자산

퀄컴은 과거 삼성 4나노 공정의 발열 및 수율 문제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을 때 지체 없이 TSMC로 발길을 돌렸던 전력이 있다. 이번 2나노 경쟁에서도 퀄컴은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삼성의 기술적 잠재력보다 TSMC의 검증된 양산 안정성과 공급 능력이 기업의 이익을 지키는 데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퀄컴의 전량 선회는 삼성이 공들여 쌓아온 기술 신뢰도라는 성벽에 가장 뼈아픈 타격을 입힌 결정타가 되었다.

독주 체제 굳히는 TSMC, 멀어지는 파운드리 1위의 꿈


TSMC는 이번 퀄컴 물량 독식을 통해 2나노 시장에서도 범접할 수 없는 지배력을 다시금 입증했다. 애플에 이어 퀄컴까지 핵심 고객사들이 대만으로 몰리면서, TSMC는 대량 양산 데이터를 독점하며 공정 성숙도를 더욱 끌어올릴 기회를 잡았다. 반면 삼성전자는 공정 안정화에 고전하며 양산 경험을 축적할 기회조차 잃고 있으며, 이는 향후 1나노 공정 주도권 싸움에서도 TSMC에게 거대한 진입 장벽을 허용하는 꼴이 되었다.

가동률 저하와 자체 칩 고립의 가혹한 도미노


대형 외주 물량 확보 실패는 삼성 내부의 선순환 구조를 파괴한다. 파운드리 가동률을 유지하기 위해 자체 AP인 엑시노스 생산을 늘려야 하지만, 2나노 공정의 낮은 수율은 칩당 생산 단가를 천문학적으로 높여 스마트폰 사업부의 수익성까지 갉아먹는 악재로 작용한다. 외부 고객사의 외면이 내부 가동률 저하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이 가혹한 도미노 현상은 삼성 반도체 전체를 옥죄는 거대한 사슬이 되고 있다.

기술 선도자의 역설, 양산 없는 혁신은 허상인가


삼성전자는 TSMC보다 먼저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를 도입하며 기술적 반전을 노렸지만, 현재 그 성과는 미미하다. 구조적 혁신이 시장의 선택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실제로 돌아가는 칩을 안정적으로 뽑아내는 공정 관리 능력이다. 퀄컴의 이탈은 삼성이 기술적 선도자라는 타이틀에 취해 양산 기술의 내실을 다지는 데 소홀하지 않았는지 묻는 시장의 차가운 질문이다.

이재용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 로드맵 전면 재설계하라


이제 삼성전자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번 돈을 파운드리에 쏟아붓는 현재의 구조는 파운드리의 확실한 수주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삼성은 퀄컴의 이번 이탈을 단순한 수주 실패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공정 로드맵 전반을 재점검하고 조직의 엔지니어링 문화를 밑바닥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수율이라는 통곡의 벽을 넘지 못한다면, 삼성의 파운드리 신화는 시작되기도 전에 마침표를 찍을 수도 있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aed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