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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조선 2척, 호르무즈 해협 통과 시도… 미·이란 휴전 효력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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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조선 2척, 호르무즈 해협 통과 시도… 미·이란 휴전 효력 시험대

사우디·이라크산 원유 400만 배럴 적재… 성공 시 ‘비(非)이란 선박’ 첫 개방
국제 유가 97달러선 급등 속 ‘중국 패스’ 성공 시 해상 통제권 재편 분수령
중국 국영 해운사인 코스코소유의 ‘ 코스펄 레이크’ 호와 ‘허룽하이’ 호가 호르무즈 해협을 향해 최고 속도로 항해 중이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국영 해운사인 코스코소유의 ‘ 코스펄 레이크’ 호와 ‘허룽하이’ 호가 호르무즈 해협을 향해 최고 속도로 항해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미·이란 휴전의 실효성과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을 동시에 측정하는 거대한 시험장으로 변모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9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중국 국영 해운사인 코스코(COSCO) 소유의 ‘코스펄 레이크(Cospearl Lake)’ 호와 ‘허룽하이(He Rong Hai)’ 호가 페르시아만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향해 최고 속도로 항해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동은 지난 8일 발효된 미·이란 휴전 합의 이후 외국 국적 선박이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첫 번째 사례로, 성공 여부에 따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이라크·사우디 원유 400만 배럴 확보… ‘중국 선적’ 앞세운 전략적 항진


이번 항해에 투입된 선박들은 각각 중동의 핵심 산유국인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전략 자산을 가득 실은 상태다.

코스코 에너지 운송이 운영하는 코스펄 레이크 호는 이라크 바스라 항에서 선적한 약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싣고 있으며, 하이난 허룽 해운 소유의 허룽하이 호 역시 사우디아라비아 주아이마 터미널에서 확보한 200만 배럴의 원유를 적재했다.

총 400만 배럴에 달하는 막대한 물량은 중국의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자산이다. 특히 두 선박이 선박 자동식별장치(AIS)상에 자신들이 중국 소유임을 명확히 표시하며 최고 속도로 동진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이란 당국으로부터 사전 안전 보장을 받았거나, 중국 정부가 테헤란과의 외교적 채널을 통해 구축한 ‘안전 경로’를 신뢰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중국이 미·이란 휴전 국면을 활용해 자국 선박의 ‘안전 통행권’을 공식화하려는 의도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 “개방” vs 이란 “통제”… 엇박자 속 실질적 통행권은 테헤란 손에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물리적 통제권을 둘러싼 긴장은 여전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 해협 개방을 선언했으나, 이란 군당국은 해협이 여전히 폐쇄 상태라는 경고 방송을 송출하며 자신들이 지정한 경로로만 통행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유조선의 행보는 시장에 중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금융권과 에너지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항해가 성공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 관리 주체가 미국이 아닌 이란임을 국제 사회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실제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97.17달러(약 13만 3800원)로 2.92% 급등하며, 휴전의 불확실성에 따른 공급망 병목 현상 우려를 반영했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수백 척의 선박이 해협 밖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선박이 최고 속도로 항진한다는 것은 단순한 시도가 아니라 확약된 지침에 기반한 행동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중국의 중재자 행보와 글로벌 에너지 패권의 변화 전망


이번 사태는 단순한 선박 통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중국은 지난달에도 코스코 컨테이너선들을 이란 해안 경로를 통해 탈출시킨 바 있으며, 당시 베이징은 “관련 당사자들과의 조율”을 강조하며 외교적 성과를 부각했다.

이번 유조선 항해 역시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를 동시에 실었다는 점에서 중국의 중동 내 중재 능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중국식 해법’이 고착화할 경우 글로벌 해상 물류의 주도권이 변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위해 서방 선사들이 중국의 외교력에 의존하거나, 이란의 통제 절차를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펄 레이크 호의 통과 성공 여부는 미·이란 휴전이 에너지 시장의 정상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이란과 중국 중심의 새로운 해상 질서가 고착화하는 시작점이 될지를 판가름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항해의 결과는 이르면 오는 10일 새벽(한국 시각) 확인될 예정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