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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 가격 4~10배 폭등에 SSD·스마트폰 줄인상… 실리콘모션 "2027년 더 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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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 가격 4~10배 폭등에 SSD·스마트폰 줄인상… 실리콘모션 "2027년 더 심해진다"

SK하이닉스 1분기 영업이익 40조 전망 속, 8GB eMMC 모듈은 1년 새 13배 급등
메모리 3사 증설 투자 HBM에 쏠려… 낸드 생산량 15~25% 증가에 그칠 듯
AI 데이터센터가 낸드 플래시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이 공급난은 올해 안에 풀리지 않고, 2027년에는 오히려 더 악화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AI 데이터센터가 낸드 플래시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이 공급난은 올해 안에 풀리지 않고, 2027년에는 오히려 더 악화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미지=제미나이3
지금 SSD 128GB 하나를 사려면 1년 전의 두 배를 내야 한다. 8GB eMMC 모듈은 1.5달러(2200)에서 20달러(29600)13배 넘게 뛰었다. AI 데이터센터가 낸드 플래시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 공급난은 올해 안에 풀리지 않고, 2027년에는 오히려 더 악화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대만 낸드 컨트롤러 전문기업 실리콘모션의 쿠월리스(Wallace Kou) 사장은 14(현지시각) 디지타임스 보도를 통해 "AI 인프라 성장이 촉발한 메모리 산업의 구조 전환은 되돌릴 수 없다"고 밝혔다. 그의 핵심 메시지는 세 가지다. ① 지난해 8월 이후 낸드 가격이 용량별로 4~10배 폭등했다 ② 올해 모듈 제조업체 이익이 2~3배 늘어난다 ③ 2027년에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의 주문 급증으로 공급 부족이 역대 최악 수준에 이른다.

1조 달러 AI 수요가 빚은 '동시다발 품귀'


엔비디아 젠슨 황 CEO는 지난달 16(현지시각) GTC 2026 기조연설에서 블랙웰과 베라 루빈 칩의 누적 수요가 2027년까지 1조 달러(1480조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자리에서 제시한 5000억 달러(736조 원) 전망을 1년 만에 두 배로 끌어올렸다. AI 추론(inference) 작업이 급팽창하면서 GPU는 물론 이를 뒷받침하는 D·낸드·HDD까지 동시에 부족해지는 상황이다.

쿠 사장은 "현재 실리콘모션의 고객 주문이 공급 능력을 크게 웃돈다""2027년에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의 수요 급증이 겹쳐 역대 가장 어려운 해가 된다"고 경고했다. 이 진단은 실리콘모션만의 판단이 아니다. 키옥시아(Kioxia)의 나카토 슌스케 메모리사업부장은 올 1월 한국 매체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생산분은 사실상 완판 상태"라고 확인했다. 파이손(Phison)의 푸케인셩 CEO"모든 낸드 제조사가 2026년 물량 완판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낸드 생산량은 15~25% 늘어나는 데 그칠 전망이다. AI 서버 한 대가 20TB 이상의 SSD를 요구하는 현실에서 이 수준의 증산은 수요 폭증을 메우기 어렵다.

증설 자금은 HBM4로 쏠린다


공급이 쉽게 늘지 않는 이유는 투자 우선순위에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의 설비투자(CAPEX)가 수익성이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차세대 D램에 집중되면서 낸드 투자는 후순위로 밀렸다. 쿠 사장은 "1C 공정 D램 웨이퍼 1만 장 규모의 신규 팹 건설에 100억 달러(148000억 원)가 들지만, 생산량 증가는 제한적"이라며 "HBM4·HBM4E 양산에 자본이 쏠리는 만큼 낸드 투자 여력은 더 좁아진다"고 진단했다.

KB증권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은 지난 10일 보고서에서 "과거 3년간 HBM 집중 투자로 2026D램 신규 생산능력 확대는 공정 전환 수준에 그치고, 낸드는 공급 축소 전략으로 오히려 생산능력 감소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3대 메모리 업체의 D램 신규 팹은 2027년 하반기~2028년에야 양산에 들어간다. 파이손은 신규 낸드 생산라인이 2027년 하반기 이전에는 가동되기 어렵다고 전망한다.

SK하이닉스 40·삼성 57, 호황의 이면


한국 반도체 '쌍두마차'에는 기회와 과제가 동시에 놓여 있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3일 발표할 1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 40조 원 돌파가 점쳐진다. 키움증권은 403000억 원, KB증권은 40800억 원을 전망했다. 영업이익률이 70%에 육박하는 수치로, TSMC1분기 가이던스(54~56%)를 크게 웃돈다. 삼성전자는 이미 1분기 영업이익 57조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최대 101% 급등하고, 낸드 가격도 약 70% 오르면서 메모리 부문 이익이 수직 상승한 결과다.

KB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251조 원, 2027년을 358조 원으로 전망하며 "D램 가격 170%, 낸드 가격 190% 상승을 반영한 수치"라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 시장에서는 경고음이 크다. 삼성전자 이원진 글로벌마케팅 총괄 사장은 올 1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2026년 반도체 공급 문제는 삼성만의 이슈가 아니라 산업 전체의 현실"이라고 밝혔다. 파이손 CEO는 한 발 더 나아가 "올 하반기 저마진 소비자 가전 업체 상당수가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트너는 500달러(73만 원) 미만 보급형 PC 시장이 2028년까지 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쿠 사장은 자동차 업계 리스크도 짚었다. "수만 달러짜리 차량이 수십 달러짜리 저장장치 부족으로 출하가 지연될 수 있다"며 낸드 제조사와 자동차 공급망 간 물량 배분 조율에 나서겠다고 했다. AI 거품론에 대해서는 "AI 에이전트와 추론 워크로드가 수요를 더 끌어올리고 있어 우려는 크지 않다"고 일축했다. 다만 웨어러블·스마트글래스 등 에지 AI 기기 확산이 eMMC 수요를 추가로 끌어올리면서 공급난을 가중하는 새로운 변수로 작용한다.

투자자 체크포인트 3가지


이 공급난이 언제 끝날지 판단하려면 세 가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① 빅테크 설비투자 증가율과 그중 낸드 투자 배분 비중 ② 메모리 3사 신규 팹 가동 시점(2027년 하반기~2028) AI 서버 출하량 증가율과 클라우드 업체의 장기 선구매 계약 규모다.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2027년 하반기 신규 팹 가동이 수급을 완화한다.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AI 추론 수요가 신규 공급을 압도해 부족이 2028년 이후까지 이어진다. 파이손 CEO"부족이 2030년까지 갈 수 있다"고까지 전망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최소 2027년까지 지속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AI가 만든 메모리 블랙홀 속에서 반도체 기업의 이익은 사상 최대를 경신하고 있지만, 그 비용은 결국 SSD와 스마트폰을 사는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