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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쇼크 2.0' 한국 덮친다… 센서 1개 4만원→2000원, 첨단 가격전쟁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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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쇼크 2.0' 한국 덮친다… 센서 1개 4만원→2000원, 첨단 가격전쟁의 실체

무역흑자 1조 달러 돌파한 중국, 전기차·태양광·로봇으로 고부가 시장 재편
EU 수출 21% 급증에 마크롱 "제조업 생사 문제"… 한국은 반도체 빼면 '5년 내 추월' 경고
중국발 첨단 제조업 공세가 한국 수출 산업의 허리를 겨누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풍력, 로봇 등 한국이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는 분야에서 중국 기업이 가격과 규모를 앞세워 세계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양상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중국발 첨단 제조업 공세가 한국 수출 산업의 허리를 겨누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풍력, 로봇 등 한국이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는 분야에서 중국 기업이 가격과 규모를 앞세워 세계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양상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중국발 첨단 제조업 공세가 한국 수출 산업의 허리를 겨누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풍력, 로봇 등 한국이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는 분야에서 중국 기업이 가격과 규모를 앞세워 세계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양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14(현지시각) "20년 전 저가 소비재로 세계를 뒤흔든 '차이나 쇼크 1.0'보다 더 위협적인 2.0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① 중국 무역흑자가 지난해 처음으로 1조 달러(1480조원)를 돌파했고 ② 올 1분기 수출은 전년 대비 15% 가까이 늘었으며 ③ 타격 대상이 저가 소비재가 아닌 첨단 제조업으로 옮겨갔다는 것이 핵심이다.

2025년 중국 하이테크 수출 전망.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중국 하이테크 수출 전망. 도표=글로벌이코노믹


6년 만에 95% 폭락한 센서… '출혈 수출'의 민낯


FT가 추적한 사례가 상징적이다. 상하이 소재 메가센웨이(Mega-Senway)가 만드는 전기차 충전기용 전류센서는 2019년 독일·스위스 기업이 개당 200위안(43400)에 팔던 제품이다. 메가센웨이가 시장에 뛰어든 뒤 중국 기업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가격은 10위안(2170)까지 떨어졌다. 95% 폭락이다. 유럽 기업은 수익성을 잃고 시장을 떠났다. 메가센웨이의 연간 출하량은 2만 개에서 올해 1000만 개 전망으로 500배 늘었지만, 일부 주문의 매출총이익률은 0%에 근접한다. 황시엔 대표는 FT"가격 하락이 이렇게 빠를 줄 몰랐다""건강하지 않은 악성 경쟁"이라고 토로했다.

이 구조가 중국 전역에서 반복되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BYD의 대당 평균 판매가격은 2021143100위안(3106만 원)에서 지난해 119223위안(2588만 원)으로 17% 하락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니오(NIO)도 주력 SUV ES8의 가격을 2018년 출시 이후 약 20% 낮췄다. 화학, 배터리 부품, 풍력 기자재까지 "물량은 늘지만 이익은 줄거나 적자"라는 패턴이 확산되고 있다.

보조금이 키운 '좀비 공장'… 태양광 적자 8조원에도 퇴출 안 돼


중국 산업계에서 '네이쥐안(内卷)'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됐다. 모두가 더 세게 달리지만 돌아오는 것은 줄어드는 극단적 과잉경쟁을 뜻한다. FT는 이 현상의 근원으로 지방정부 간 보조금 경쟁을 지목했다.

중국의 부가가치세(VAT)는 세수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데, 중앙정부가 제품 생산지 지방정부와 나눠 가지는 구조다. 지방 관리에게는 공장을 유치하면 세수가 늘고 국내총생산(GDP) 실적도 올라가는 이중 유인이 작동한다. 한 창업자는 FT"관리들은 GDP 목표 미달이 두렵지, 과잉설비는 두렵지 않다"고 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업 단위 분석에 따르면 중국 기업이 받는 보조금은 선진국 기업의 3~9배에 이르며, 국유은행의 저금리 대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태양광이 극단적 사례다. 중국광복산업협회와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에 따르면 중국의 태양광 패널 연간 생산능력은 1200기가와트(GW), 지난해 전 세계 설치량(647GW)의 두 배에 가깝다. 중국 6대 상장 태양광 기업의 2025년 누적 적자 추정액은 430억 위안(93300억 원)이다. 진코솔라 한 곳만 봐도 2025년 상반기 13억 위안(2820억 원)의 보조금을 받고도 30억 위안(651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트리나솔라도 같은 기간 수억 위안의 보조금을 수령했다. TCL의 리둥성 회장은 지난달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지난 5년간 태양광 프로젝트의 50% 이상에 지방정부 자금이 들어갔다""중앙이 제동을 걸었지만, 지방은 각종 방법으로 계속했다"고 밝혔다.
노던라이트벤처캐피탈의 황허 대표는 메가센웨이 투자자이기도 하다. 그는 FT"정부 자금이 기업을 키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생존 자체를 떠받치는 순간,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기업이 계속 남게 된다"고 진단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마이클 페티스 선임연구원도 "중국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효율성과 혼동해선 안 된다""저평가된 환율, 극도로 낮은 금융비용, 생산성 대비 낮은 임금이 핵심 동력"이라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위안화 실질실효환율이 약 16% 저평가돼 있다고 추정한다. 중국 물가와 교역 국가들의 화폐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현재 위안화 가치가 실제 경제력보다 지나치게 싸게 매겨져 있다는 뜻이다.

LEM 주가 4년 새 84% 폭락… 한국 수출 주력에 던지는 경고


중국 기업과 직접 경쟁하는 해외 기업의 실적이 경고등을 켜고 있다. 스위스 상장사 LEM은 메가센웨이와 유사한 전류센서를 만들어 자동차, 배터리, 태양광, 풍력터빈에 공급한다. 중국이 최대 시장인 이 회사의 순이익률은 2022(3월 마감 회계연도) 19.4%에서 지난해 2.7%로 추락했고, 배당을 폐지했으며, 주가는 4년 만에 84% 하락했다. 존 맥클러스키 아시아 사업 대표는 FT"유일한 선택지는 중국 경쟁사처럼 변하는 것"이라며 중국 공급망 조달 확대와 상하이 R&D 인력 30명 추가 채용 계획을 밝혔다. 폭스바겐도 지난해 중국 허페이에 신규 R&D 본부를 열어 글로벌사우스·중동용 차량 개발을 이곳에서 맡긴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반년 사이 베이징을 방문한 여러 유럽 정상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중국산 고품질 제품의 유입을 "유럽 제조업의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표현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업계에서는 한국 대형 수출 10대 업종 가운데 반도체·조선을 제외하면 5년 안에 중국에 대다수 추월당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중국은 제155개년 계획(2026~2030)에서 양자기술, 바이오 제조, 수소·핵융합, AI, 6G를 집중 육성 분야로 제시하고 과학기술 예산을 전년 대비 7.1% 늘린 13000억 위안(282000억 원)을 투입한다.

다만 완충 요인도 있다. 14일 중국 해관총서가 발표한 3월 수출은 전년 대비 2.5%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8.6%)을 크게 밑돌았다. CNBC에 따르면 중동 전쟁 여파로 글로벌 수요가 위축된 영향이다. 1분기 무역흑자는 전년 대비 3% 줄었다. 한국은 반도체 메모리, 극자외선(EUV) 공정, 정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중국이 구조적으로 취약한 분야에서 여전히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과 서방의 대중 기술 수출규제가 이 격차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

지금 확인해야 할 3가지 지표


이 흐름의 향방을 가늠하려면 세 가지를 주시해야 한다. 첫째, IMF가 약 16% 저평가로 추정하는 위안화 실질실효환율이다. 위안화 약세가 지속되면 중국 수출 공세는 더 강해진다. 둘째, 중국 지방정부의 보조금 체계 변화다. 베이징은 부가가치세를 생산지 기준에서 판매지 기준으로 전환하는 세제 개혁을 검토 중이며, 이것이 실현되면 지방의 무분별한 설비투자 유인이 줄어든다. 셋째, 한국 주력 수출품의 대중국 기술 격차다. 반도체 HBM, 2차전지 핵심 소재, 조선 LNG 기술 등에서 격차가 유지되는 한 한국에는 방어선이 남는다.

브뤼겔 싱크탱크의 예로민 체텔마이어 소장은 FT"중국이라는 증기기관차를 멈추거나 늦춰야 하지만, 중국이 세계 제조업에서 계속 지배적일 장기 미래와 모순되는 방식이어선 안 된다""충격 완화와 적응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년 전 차이나 쇼크 1.0 때 한국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기술'로 활로를 찾았다. 이번 2.0에서 한국의 생존 공식도 같은 곳에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