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일렉트론 등 5대 전방 장비사 中 매출 10% 감소… ASML·어플라이드도 점유율 후퇴
베이징·상하이 관제 기업 ‘나우라’ 등 급성장… 화웨이 기술 인력 파전해 AI 칩 양산 주도
美 규제 맞선 中 ‘공급망 자립화’ 속도… 韓·대만 이은 장비 시장 점유율 잠식 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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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규제 맞선 中 ‘공급망 자립화’ 속도… 韓·대만 이은 장비 시장 점유율 잠식 경보
이미지 확대보기미·중 테크 냉전 속에서 중국 당국이 자국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를 전폭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장비 공룡들이 수십 년간 누려온 시장 지배력을 현지 기업들에 빠르게 빼앗기고 있다.
21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도쿄일렉트론(TEL), 애드반테스트, 스크린홀딩스, 디스코, 국사이전기 등 일본을 대표하는 상위 5대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의 지난 회계연도(2026년 3월 31일 종료 기준) 중국 내 총 매출액은 1조 4,700억 엔(약 13조 9,68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연도 대비 약 10%에서 최대 12%가량 일제히 급감한 수치다. 일본의 핵심 장비 진영이 중국 시장에서 연간 합산 매출 감소를 기록한 것은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도쿄일렉트론 중국 비중 반토막… ‘실리콘 웨이퍼 회로 형성’ 전공정 장비 타격 심각
가장 극적인 하락세를 보인 곳은 업계 리더인 도쿄일렉트론이다. 올해 1~3월 분기 도쿄일렉트론의 전체 매출 중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27%로, 전년 동기 대비 7%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24년 4~6월 분기 당시 중국 매출 비중이 50%에 육박하며 절반을 책임졌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2년 만에 반토막 수준으로 급락한 것이다.
특히 실리콘 웨이퍼 위에 미세 회로를 새겨넣는 프론트엔드(전공정) 장비 제조사들의 타격이 극심했다. 도쿄일렉트론과 스크린홀딩스, 국사이전기의 중국 내 전공정 합산 매출은 전년 대비 무려 20% 가까이 폭락했다.
이 같은 위기는 일본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 최대 노광장비 기업인 네덜란드 ASML을 비롯해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KLA 등 서방의 탑티어 장비사들도 중국에서 전례 없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ASML의 경우 올해 1분기 중국 시장 매출 비율이 19%로 떨어지며 전년 대비 8%포인트나 주저앉았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의 37%를 차지하는 중국의 전체 장비 시장 규모는 지난해 493억 달러로 전년(496억 달러)과 비교해 거의 변동이 없었다. 시장의 총파이는 유지되었음에도 외국계 기업들의 매출만 일제히 꺾인 것은, 중국 현지 제조사들이 그 공백을 통째로 흡수하며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외국산 쓰지 마라” 중국의 행정명령… 국산화율 21%로 급증
미국 정부의 촘촘한 첨단 장비 반입 차단 벽에 가로막히자, 중국 정부는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을 대상으로 신규 팹(공장) 건설 시 반드시 중국 국산 제조 장비를 최우선으로 구매하도록 강제 지시령을 내렸다.
그 결과는 숫자로 증명된다. 일본 나고야의 시장조사기관 MIR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반도체 전공정 장비의 자체 국산화율은 21%로 치솟아 지난 2021년(10%)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칩을 패키징하고 조립하는 백엔드(후공정) 장비의 국산화 비율은 같은 기간 19%에서 36%로 두 배 가깝게 폭증했다.
중국 반도체 국산화의 선봉에는 베이징과 상하이 시 정부의 전폭적인 자금 지원을 받는 나우라 테크놀로지 그룹(NAURA)과 어드밴스드 마이크로-패브리케이션 장비(AMEC)가 있다. 특히 미·중 갈등의 중심에 선 화웨이(Huawei)가 중국 반도체 기술 자립의 핵심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화웨이는 나우라 및 시카리어 테크놀로지스(SiCarrier) 등 자국 장비 제조업체 현장에 자사의 핵심 엔지니어들을 대거 파견해 인공지능(AI) 반도체의 독자 개발 및 대량 양산 체제 구축을 막후에서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준 오카모토 KPMG FAS 반도체 전문위원은 "중국 현지 장비 제조업체들이 베이징의 전폭적인 지원과 화웨이의 가세로 무서운 속도로 기술력을 키우고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 파편화 속에 외국계 반도체 장비 기업들의 중국 내 시장 점유율 하락세는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경·생산성 강점 지속” 일본의 수성 노력… 후공정·범용 반도체는 증가세
다만 일본 장비 대기업들은 기술적 초격차를 유지하며 중국의 공세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와이 도시키 도쿄일렉트론 사장은 "안전 및 환경 성능, 그리고 압도적인 생산 능력 면에서 일본 장비가 가진 강점은 여전히 독보적이며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며 수성을 자신했다.
스크린홀딩스 역시 중국 내에서 고성능 반도체의 대량 생산 라인이 본격 가동됨에 따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전공정 분야의 정제 흐름과 달리, 일본이 압도적 경쟁력을 쥔 후공정 및 검사 장비 영역의 중국 내 판매는 여전히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주요 검사 장비 기업인 애드반테스트는 지난 회계연도 중국 매출이 약 20% 증가했으며, 다이싱(웨이퍼 절단) 장비 강자인 디스코 역시 약 10%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현재 중국 반도체 제조사들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자동차 제어용 레거시(범용) 논리 반도체와 전압 조절용 전력 반도체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며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으로의 역수출을 개시했다.
이들 범용 반도체 생산 라인에 중국 국산 장비가 대거 도입되어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만큼, 한국과 대만에 이어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의 패권마저 통째로 집어삼키려는 중국의 자원 독점화 전략에 전 세계 테크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