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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반도체 장비 5조 엔 돌파… AI 반도체 투자 열풍에 역대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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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반도체 장비 5조 엔 돌파… AI 반도체 투자 열풍에 역대 최대

AI 반도체 수요 폭증에 일본 장비 판매고 5.2조 엔 육박하며 예상치 웃돌아
TSMC 2나노 공정 도입·HBM 투자 확대가 견인… 내년 5.5조 엔 시대 열릴 것
일본 구마모토의 대만 TSMC 반도체 공장.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구마모토의 대만 TSMC 반도체 공장. 사진=연합뉴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일본 반도체 제조 장비 산업을 사상 최대의 호황기로 이끌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각)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한 일본반도체제조장비협회(SEAJ)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25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일본산 반도체 장비의 연간 판매액이 5조 2000억 엔(약 48조 1970억 원)에 육박하며 사상 처음으로 5조 엔 벽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는 세계적인 AI 인프라 확충에 힘입어 당초 업계의 예상치를 크게 상회한 수치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내 일본 장비의 견고한 위상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AI 특수'에 예상 밖 고공행진… 3월 판매액 전년 대비 11.1% 증가


일본 반도체 장비 시장의 이번 성과는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 성격이 강하다.

SEAJ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3월 일본산 반도체 제조 장비 판매액(수출 포함, 3개월 이동평균 기준)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1% 늘어난 4801억 8200만 엔(약 4조 4500억 원)을 기록했다.

당초 SEAJ는 2025 회계연도 전체 판매고를 전년 대비 3.0% 증가한 4조 9111억 엔으로 내다봤으나, 실제 결과는 이를 약 3000억 엔 가까이 웃도는 5조 2000억 엔 수준에 도달했다.

이러한 급격한 우상향 곡선은 연초부터 이어진 고성능 컴퓨팅 수요와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들의 설비 투자 확대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TSMC 2나노 공정·HBM 투자 확대가 강력한 견인차 역할


판매고가 예상을 크게 웃돈 구체적인 배경에는 최첨단 공정 전환과 AI 전용 메모리 투자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2나노미터(nm) 미세 공정 도입을 본격화하면서 관련 노광 및 식각장비 수요가 일본 기업들로 쏠렸다.

동시에 한국을 중심으로 한 고대역폭메모리(HBM) 투자 열기도 일본 장비 업체들에게는 대형 호재로 작용했다. AI 연산의 필수재로 꼽히는 HBM 생산 라인 확충을 위해 국내외 메모리 제조사들이 일본산 세정 및 검사 장비 발주를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전통적인 스마트폰이나 PC 수요 회복세보다 AI 서버 관련 장비의 독보적인 성장세가 전체 실적을 방어하고 시장 규모를 키웠다"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2026년 판매고 5.5조 엔 예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 위상 강화


일본 반도체 장비 산업의 장밋빛 전망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SEAJ는 오는 2026 회계연도 판매고가 올해보다 12.0% 더 늘어난 5조 5004억 엔(약 50조 982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정교한 예측치를 내놓았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일본 장비 산업의 이 같은 독주가 단순한 일시적 유행을 넘어,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재편과 자국 내 반도체 부활 전략인 '라피다스(Rapidus)' 프로젝트 등이 시너지를 낸 결과라고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성능 경쟁이 미세화를 넘어 적층(Stacking) 기술로 옮겨가면서, 정밀 가공 기술에 강점을 가진 도쿄일렉트론(TEL), 스크린홀딩스 등 일본 주요 장비사의 영향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반도체 장비 산업의 '5조 엔 시대' 개막은 AI가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실질적인 수혜가 장비 단계에서부터 가시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2나노 공정 양산 체제 돌입과 차세대 HBM 경쟁이 격화될수록 일본산 장비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글로벌 무역 규제 강화와 환율 변동성 등 대외적 변수가 향후 수익성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시장 참여자들의 공통된 태도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