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현대글로비스, 세계 최대 자동차선 띄웠지만 웃는 건 中 조선업”

글로벌이코노믹

"현대글로비스, 세계 최대 자동차선 띄웠지만 웃는 건 中 조선업”

현대글로비스, 1만 800대급 세계 최대 자동차운반선 ‘글로비스 랜더’ 등 3척 전격 투입
초대형 PCTC 3척 모두 中 CSSC 산하 조선소 건조
2023~2028년 인도 예정 자동차선 79.4% 中이 싹쓸이
현대글로비스 자동차운반선 '글로비스 리더'호. 사진=현대글로비스이미지 확대보기
현대글로비스 자동차운반선 '글로비스 리더'호. 사진=현대글로비스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의 보복 관세 포화와 핵심 산업 인프라를 둘러싼 자원 안보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대두되는 가운데, 한국 해운·조선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세계 최대 체급의 자동차 운반선 출격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이 국산 해운 자산의 이면에는 선박 건조 주권을 중국에 통째로 내어준 한국 조선업계의 뼈아픈 약점 족쇄가 장부에 기재되어 있어, 하반기 글로벌 해양 자본 흐름의 거대한 거시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인덱스박스(IndexBox) 및 글로벌 해운·물류 데이터 분석 기관 클락슨스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의 물류 기축 부문인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의 순수 자동차 및 트럭 운송선(PCTC)인 ‘글로비스 랜더(Glovis Lander)’를 전격 출시해 지난달 말 본격적인 운항 수송을 개시했다.

해당 선박은 단 1항차 만에 소형차 10,000대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메머드급 수율을 자랑한다.

세계 유일의 1만 대급 초대형 선박 3척… 건조처는 모두 ‘중국 국영 조선소’


이번에 출항한 글로비스 랜더는 지난 4월 말 인도된 ‘글로비스 리더’, 6월 초 출항한 ‘글로비스 등대’에 이어 현대글로비스 선단이 자랑하는 세 번째 10,800 CEU(자동차 환산 유닛) 클래스 PCTC다. 현재 전 세계 해상 유통망을 누비는 자동차 운반선 중 10,000 CEU 장벽을 돌파한 초대형 선박은 오직 현대글로비스의 이 3척이 유일하다.

그러나 글로벌 조선 강국을 자처하던 한국의 해운회사가 띄운 초대형 화물선 3척은 모두 한국 땅이 아닌, 중국 국영기업 중국조선공사(CSSC) 산하의 광저우 GSI 및 상하이 SWS 조선소에서 전량 건조되어 수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자동차 운송선 시장의 주도권 빗장이 완연히 중국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마일스톤이다.

중국 조선업계가 PCTC 시장을 독점 장악하게 된 배경에는 한국 조선소들이 마진이 낮은 자동차선 대신 고부가가치 및 수익성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초대형 가스 인프라선에 제한된 건조 능력에 주력하고, 공격적인 저가 수주 추격을 자제한 전략적 노선 탓이다.

계량적 단가 지표를 살펴보면, HD현대중공업이 지난 5월 주문받은 LNG 운반선 1척당 계약 가격은 3,719억 원으로, 4월에 수주한 PCTC당 단가(1,992억 원)보다 무려 87%나 가쁘게 솟구쳐 있다. 여기에 LNG 운반선은 10%대 중반의 영업이익률을 기재해, 한 자릿수 마진 펜스에 갇힌 PCTC 대비 수익성이 두 배 이상 압도적이다.

중국의 20% 저가 공세와 부품 내재화… 2028년까지 전 세계 발주량 80% 싹쓸이

이처럼 한국이 고마진 안방 사수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 조선소들은 표준화된 기술 구조를 기반으로 가혹한 가격 할인 전술을 펼치며 시장을 장식했다. 한국 조선소에서 제작되는 동급 PCTC 가격과 비교했을 때, 중국산 제품의 가격은 최소 15%에서 최대 20%까지 저렴한 단가 가이드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중국은 비교적 기술 장벽이 낮은 자동차선 설계 메커니즘을 적극 활용해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선박 기자재 및 핵심 부품 생산을 철저히 내부화(내재화)함으로써 단가를 내렸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원은 "자동차선은 단순한 설계를 지니고 있어 결국 누가 더 저렴한 원가로 생산할 수 있느냐의 게임"이라며 한국의 고비용 구조가 가격 경쟁력 약점 족쇄로 작용했음을 언급했다.

실제 프랑스 해운 데이터 분석 회사 AXSMarine의 장부 기록에 따르면, 2023년부터 오는 2028년까지 전 세계 해상에 인도되거나 인도 예정인 276척의 PCTC 중 무려 79.4%에 달하는 219척이 중국 조선소 장부에 주문을 등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통의 강자 일본이 47척(17%)으로 뒤를 쫓고 있으며, 한국 조선소의 신조선 점유율은 사실상 장부상에서 미미한 수준으로 증발했다.

올해 상반기(1~6월) 발주된 약 20척의 PCTC 주문서 역시, 4월 HD현대중공업이 취역한 2척을 제외한 모든 물량이 중국 난징 자오상주 진링 조선소, 옌타이 CIMC 래플스, 샤먼 조선 등으로 전량 수송됐다.

이스라엘 해운 재벌 에얄 오페르가 이끄는 영국 조디악 마리타임(Zodiac Maritime) 역시 자사 22척의 PCTC 선단 중 절반 이상을 중국 옌타이 기지에서 건조했다.

“중국 전기차 폭발이 조선 판도까지 바꿨다”... 국가 비상 상황 대비한 보조금 헤지 정책 절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국 조선의 독점적 지배력의 근본 화력으로 ‘중국산 전기차 등 자동차 수출량의 비대칭적 폭발’을 지목한다. 엄경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운송 시장은 오직 차량 화물만을 다루는 극단적인 틈새 세그먼트이기 때문에, 자국 내 대규모 차량 수출 인프라가 없는 국가들은 선단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현재 글로벌 수송망을 장악해 들어가는 중국계 전기차의 폭발적 성장이 자국 내 조선소의 PCTC 수주 랠리를 강력히 지탱하는 기축 자산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국내 학계와 산업 분석가들은 한국 조선사들이 단기 마진이 낮다는 이유로 이 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기술적 후퇴를 단행해서는 안 된다고 냉정한 경고 서한을 보내고 있다.

이은창 한국산업연구원(KIET) 연구위원은 “자동차 운송선은 전시나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 국가 비상 상황 발생 시 막대한 차량 및 전략 물자를 수송해야 하는 안보 자산”이라며, 해외 조립 및 건조 자원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향후 치명적인 안보 족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자동차 운송선은 이상적으로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되어야 하며, 해외 건설과의 가혹한 비용 격차를 메워줄 정부 차원의 금융 보조금 지원 가이드라인이 조속히 실행되어야 한다고 자강론 노선을 제안했다.

비록 탄소 중립 시대를 겨냥해 탈탄소 소형 원자로(SMR) 동력 선박 등 궁극의 친환경 조선 아키텍처 기술력은 한국이 사수하고 있으나, 당장 전 세계 도로망으로 연결되는 자동차 수송선의 주권을 장악한 중국 조선의 대담한 대량 생산은 하반기 아시아-태평양 무역 회랑 지형을 흔들 통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