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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아셀산, 해외 주문액 4배 폭증...K-방산, 동유럽 수주 전선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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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아셀산, 해외 주문액 4배 폭증...K-방산, 동유럽 수주 전선 흔들리나

우크라이나·중동 발 수요로 신규 수주 20억 달러… 나인티원 펀드 집중 매수
레이더·유도무기 분야 LIG D&A 시장 충돌 우려
튀르키예 최대 국방 전자 기업 아셀산(Aselsan)의 해외 주문액이 최근 1년 새 20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튀르키예 최대 국방 전자 기업 아셀산(Aselsan)의 해외 주문액이 최근 1년 새 20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미지=제미나이3

튀르키예 최대 국방 전자 기업 아셀산(Aselsan)의 해외 주문액이 최근 1년 새 20억 달러(3조 원)에 이르렀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8(현지시각) 보도했다. 직전 연도 5억 달러(7500억 원)와 비교하면 1년 만에 4배로 늘어난 수치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지역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레이더와 드론 전장 부품을 포함한 아셀산의 주력 제품 수요가 폭증했다. 이번 수주 호조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방위비 증액 기조와 맞물려 국내 방산 기업의 글로벌 시장 확장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NATO 방산 발주 확대… 튀르키예 방산의 동유럽 공략


아셀산의 고속 성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과 중동의 무기 재고 확충 흐름을 탄 결과다. 아메트 아키올 아셀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NATO 정상회의 자리에서 최근 3년 동안 해마다 국제 주문이 두 배씩 늘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동유럽 수주를 낙관하던 한국 방산에 튀르키예의 급부상은 실질 위협이다. 실제로 루마니아 전술 통신망 현대화 사업과 폴란드 단거리 방공망 부품 입찰에서 아셀산은 한국 기업들과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인접국 슬로바키아의 국경 감시 레이더 공급권과 루마니아 육군의 전자전 장비 사업을 연이어 따내기도 했다. 튀르키예 방위산업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튀르키예 무기 수출의 56%가 이미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방 동맹국으로 향하고 있다.

아셀산이 한국 방산의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한 배경에는 구조 강점이 자리 잡고 있다. 리라화 가치 하락에 따른 저임금 구조와 85%가 넘는 높은 부품 자국화율이 결합해 가격 경쟁력에서 한국을 앞선다.

NATO 회원국이어서 별도의 상호운용성 인증 비용이나 시간이 들지 않는다. 서방과 중동을 모두 아우르는 독특한 외교 노선을 활용해 규제 장벽도 쉽게 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핵심 부품에 대한 미국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승인 절차와 NATO 규격 인증에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약점이 있다.

LIG D&A 전면전 가능성 대두… 한화·KAI는 영향권 비껴가


아셀산의 영토 확장은 국내 방산 기업별로 미치는 파급력이 크게 엇갈린다. 아셀산의 주력 제품군은 신호처리 기술 기반의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 지휘통제통신(C4ISR), 안티 드론 체계다. 이는 국내 기업 가운데 유도무기와 레이더 체계를 담당하는 LIG D&A의 사업 영역과 일치한다.

두 회사는 중동 시장과 동유럽 시장의 단거리 방공망 영역에서 수주 경쟁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한국의 천궁-II와 튀르키예의 히사르(HISAR) 계열 방공망 패키지가 시장에서 부딪히며, 동유럽 국경 레이더 교체 사업에서도 다기능 AESA 레이더 체계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드론 대응 체계 분야 역시 대드론 통합 체계와 아셀산의 이한(IHTAR) 시스템이 전술 부품 시장 선점을 두고 다투는 상황이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직접 경쟁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와 레드백 장갑차 같은 대형 지상 플랫폼 중심이어서 전자 장비 위주인 아셀산과 오히려 보완 관계에 가깝다. KAI 역시 아셀산이 경공격기급 완제기를 생산하지 못하므로 완제기 시장에서의 충돌은 비껴가고 있다.

시가총액 17.2조 원 성장… 글로벌 펀드 자금 흡수


수주 가시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자금도 튀르키예로 유입되고 있다. 이스탄불 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아셀산 주가는 최근 1년간 200% 이상 폭등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달러 환산 기준 아셀산의 실제 시가총액은 현재 약 115억 달러(172600억 원) 규모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나인티원(Ninety One)은 최근 아셀산의 지분을 크게 늘렸다. 나인티원이 운용하는 125억 달러(187700억 원) 규모의 신흥시장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아셀산은 현재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 가운데 하나다.

글로벌 자금 흐름이 신흥국 내에서 방산 섹터의 대안을 찾던 중, NATO 확장의 직접 수혜를 입는 아셀산을 최선호주로 낙점했다는 시장의 신호로 풀이된다.

투자 관점에서는 기업 가치평가 격차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국내 방산 대장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Forward PER)은 약 22배에 달해 고평가 논쟁이 있다. 반면 급성장 중인 아셀산의 선행 PER14배 수준에 머물러 있어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한국 방산주의 대안으로 튀르키예를 선택할 유인이 생겼다.

다만 아셀산의 투자 리스크도 존재한다. 튀르키예 리라화의 극심한 변동성과 정치 불확실성, 수주 지역이 일부 분쟁국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은 할인 요인이다. 반면 한국 방산은 미국 동맹 기반의 높은 신뢰도와 압도적인 빠른 납기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확실한 프리미엄 요인이 존재한다.

하반기 수주 모멘텀 지속… 사업 구조별 분리 접근 필요


NATO의 방산 발주 물량이 구체화하는 올해 하반기까지 아셀산의 수주 모멘텀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방산 기업 역시 기존 수주 물량의 인도로 3분기 깜짝 실적을 유지하겠지만, 동유럽과 중동의 신규 수주 경쟁에서 튀르키예에 밀릴 경우 주가 상단이 제한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과 유럽의 자국 방산 육성 기조가 맞물리면 NATO 회원국인 튀르키예의 입지는 더 단단해진다. 한국 방산 기업들이 단순 부품 수출을 넘어 현지 공동 생산과 기술 이전 같은 유연한 전략을 펼치지 않는다면 중장기 관점에서 동유럽 시장의 주도권을 내줄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투자자는 대한민국 방산이라는 하나의 묶음이 아니라 사업 구조별로 철저히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 아셀산과 경쟁이 불가피한 전자 및 유도무기 섹터는 신규 수주 경쟁 심화에 따른 리스크를 감안해 선별 접근해야 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경쟁자가 없는 대형 플랫폼 분야는 납기 신뢰도를 바탕으로 안정된 실적 모멘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