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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벌어서 탈"… AI 호황에 갇힌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 '승자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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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벌어서 탈"… AI 호황에 갇힌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 '승자의 딜레마'

AI 데이터센터발 메모리 수요 폭발로 삼성·SK·마이크론 등 3강 체제 압도적 이익 달성
극심한 공급 부족 속 가격 급등에 따른 고객사 반발 및 각국 정부 반독점 규제 리스크 부각
조달난 겪는 애플의 중국산 부품 탑재 검토 등 글로벌 공급망에 발생한 지정학적 틈새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연합뉴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전례 없는 슈퍼 호황에 올라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3대장이 '너무 많은 이익'을 거둔 대가로 각국의 규제 칼날과 고객사의 거센 반발이라는 뜻밖의 딜레마에 직면했다.

10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AI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절대적인 매도자 우위 시장을 만끽하며 기록적인 수익을 쓸어 담고 있다. 불과 한 해 전인 2023년 극심한 수요 한파와 가격 폭락으로 눈덩이 적자를 떠안았던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반전이다.

매체는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을 인용해 이들 3개 기업의 잉여현금흐름이 향후 3년간 1조 4000억 달러(약 193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마이크론의 2026회계연도 순이익은 830억 달러로 예상되어 지난 35년 치 누적 이익을 단숨에 갈아치울 것으로 내다봤다. 영업이익률 역시 80%에 육박하는 경이로운 수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차세대 메모리 독점과 굳어지는 공급 부족


이러한 폭발적인 성장 이면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체제가 자리 잡고 있다. HBM은 기존 D램보다 훨씬 높은 가격표가 붙는 데다 웨이퍼 소모량도 압도적으로 많아,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등 범용 기기에 들어가는 전통적인 D램 공급까지 연쇄적으로 옥죄고 있다.

새로운 반도체 생산 라인을 구축하는 데 최소 2년 이상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3사가 천문학적인 설비 투자를 쏟아붓더라도 시장의 공급 가뭄은 2028년 무렵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번스타인의 마크 뉴먼 애널리스트는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 벌어지는 공급 부족 사태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메모리 가격이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치솟고 있다"고 평가했다.

폭리 논란 속 고개 드는 규제 리스크


하지만 이들의 압도적인 실적 랠리는 또 다른 위협을 낳고 있다. 막대한 비용 압박에 내몰린 IT 기기 제조사들과 고객 불만이 폭발 직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거침없는 수익 독식이 자칫 반독점 소송이나 각국 정부의 규제 철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감도 팽배하다. 이미 미국에서는 이들 3사가 D램 공급을 고의로 조절해 가격을 담합했다며 소비자들과 중소기업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미국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인 SK하이닉스 관련 법인은 물론 마이크론 역시 미국 규제 당국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정부 개입과 독점 관련 소송을 기업의 치명적인 잠재 리스크로 명시했다.

비상 걸린 고객사의 공급망 이탈


핵심 부품 품귀 현상은 급기야 글로벌 공급망에 지정학적 균열마저 야기하고 있다. 가격 협상력을 잃고 조달난에 빠진 거대 고객사들이 미국 정부의 강력한 제재 대상인 중국 메모리 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IT 공룡 애플은 심각한 공급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중국 시장 겨냥 제품에 한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중국산 메모리 탑재를 신중하게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메모리 3사는 주요 고객사와의 다년 계약을 통해 장기적인 캐시카우를 단단히 확보하며 주도권을 쥐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이 같은 수급 불균형 사태를 두고 "사전에 장기 계약을 통해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고객사들은 시장에 남은 극소수의 잉여 물량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결국 이들은 훨씬 더 가혹한 가격 폭등과 극심한 변동성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